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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맥은 단순한 결혼을 넘어 기업 성장과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전략적 자산이 되기도 한다. 챗GPT 이미지 생성
대한민국 1%, 재계 실력자들은 혼맥(婚脈)을 통해 자신의 성(城)을 넓히면서도, 성벽을 단단히 해 왔습니다. 이들은 사돈가(家)를 어떻게 찾을까요. 젊은 후계자들은 집안과 집안의 결합보다 개인의 사랑과 행복을 가치 있게 여긴다는데, 그러면 혼맥은 옅어지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새롭게 진화하고 있을까요. 하루아침에 신분이 바뀌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요즘도 유효할까요. 더중앙플러스 ‘2025 혼맥 지도’에서 더 촘촘하고, 더 탄탄하게 연결된 ‘거미줄 권력망’을 들여다봅니다.

#1. 상류층 대상으로 결혼정보 업체를 운영하는 A씨. 그는 몇 년 전 유력 재벌가 사모님으로부터 특이한 맞선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손녀를 콕 찍어 “그 집안과 사돈을 맺고 싶다”는 연락이 온 것.

가끔 이렇게 특정 상대를 연결해 달라는 부탁을 받지만 실제로 만남이 성사되는 일은 많지 않다. 한쪽에서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지목’ 당한 집안에서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내로라하는 한 유통 대기업 집안의 딸은 빼어난 외모와 이력으로 상류층 결혼정보 업계에서 자주 언급됐다. 하지만 이 집안 역시 맞선을 꺼렸다. A씨는 “만남 자체가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이어지는 그의 얘기다.

“정몽구 손녀 연결해 달라” 사모님 전화 “재계, 특히 3~4세대로 내려오는 집안은 전통 있는 기업인 집안과 인연 맺기를 가장 선호한다. 서로의 세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요즘은 벤처 기업가나 금융 투자자 집안으로 시선이 넓어지고 있다. 확실한 건 재력이 가장 앞 순위라는 점이다.”

#2. “여자친구는 마음껏 사귀어도 좋다. 그러나 결혼(배우자 선택)을 날벼락처럼 해선 안 된다. 결혼은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다.”

벌써 40여 년 전의 일이다. 유력 부동산 기업 오너의 차남인 B씨는 대학 2학년이 될 무렵 부모에게 이런 ‘지침’을 받았다. 연애 결혼은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였다. 그는 양가 부모가 ‘픽’한 대로 고위 공무원 집안의 네 살 연하 딸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가문과 가문의 결합…신중할 수밖에” B씨는 자녀에게도 이런 생각을 대물림했다. “아들이 군에서 제대했을 때 ‘결혼은 우리 부부가 맺어줄 것’이라고 얘기했다. (아들이)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고민해 보겠다’고 대답하더라. 실제로는 군말 없이 따랐다. 나도 40년 전 아버지께 ‘(결혼은)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라는 말을 들을 때 너무나 생소했다. 지나고 보니 맞는 말 같았다. 결혼은 가문의 질서 안에 편입되는 중요한 절차더라.”

그가 아버지 말에 공감하게 된 사연이 있었다. B씨는 한때 재계를 떠들썩하게 하게 했던 모 그룹 ‘형제의 난’에 얽힌 얘기를 꺼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며느리의 난’이 있었다는 얘기였다.

“당시 회장(시아버지)에게 큰며느리가 편지를 썼다고 하더라. ‘시동생이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투서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랫동서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라. 아랫동서는 이름만 대면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알 만한 집안의 딸이다. 첫째는 연애로 만나서 결혼했고, 처음엔 양가 모두 반대했었다. 호사가들이 쑥덕거리는 얘기일 수 있겠지만… 집안 간 유대의식이 있었다면 벌어질 수 없는 사건이다.”

예식 장소부터 하객 패션까지 화제 몰이 재벌가의 결혼은 일반인은 물론, 재벌가에서도 큰 관심거리다. 배우자가 아나운서나 배우 같은 유명인이라면 더 핫해진다. 이른바 ‘신데렐라 탄생’이다. 서로 사귀기 시작한 사연부터 프러포즈, 거리 데이트 등등 모든 로맨스가 두고두고 화제가 된다. 하객으로 ‘이웃 재벌가’가 참석하는 것도 그 자체로 뉴스다.

최근엔 2022년 6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진희씨 결혼식이 예식 장소와 배우자 가족, 하객, 패션 등에서 눈길을 끌었다. 결혼식을 올린 서울 정동제일교회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부부에 이어, 진희씨까지 3대(代)로 이어진 현대가(家)의 결혼 명소다. 하객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가 대거 참석했다.

2022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장녀 결혼식에 딸 원주양과 함께 참석했다.{왼쪽) 원주양이 이날 입은 옷이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 원피스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오른쪽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2023년 정몽규 HDC 회장의 장남 준선씨(KAIST 교수)의 결혼식에 참석한 모습. 이 사장의 발렌티노 케이프 코트와 데스트리 가방 역시 조명을 받았다. 연합뉴스, 뉴스1

10대 재벌, 100년 결혼사 들여다보니 재계 혼맥은 짧게 보면 50년, 길게 보면 100년쯤인 한국 재계사(史)와 궤를 같이한다. 재벌가는 혼맥과 혈연으로 부와 영향력을 확대했다. 결혼을 통해 정치 권력과 손잡고 특혜를 누렸다는 논란도 있다.

실제는 어떨까. 더중앙플러스는 삼성·SK·현대·LG·롯데 등 국내 10대 재벌 가문의 지난 100년간 혼인(재혼 포함) 남녀 275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같은 재계 집안(대지주·중견기업·은행가 포함)과 사돈을 맺은 비율이 49.5%로 절반에 달했다. 최근 10여 년 새 재계-재계 간 결합 비중이 작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40%대였다.〈그래픽 참조〉 이를 통해 그들의 ‘1% 결혼’ 그물망은 더 탄탄해지고, 더 촘촘해졌다.

박경민 기자

고 이병철·정주영 등 1세대 기업가가 창업 기지개를 켜던 1950년 이전에는 재계-재계 간 결합이 50%였다. 이런 추세는 꾸준히 이어지며 1990~2000년대 52.2%를 기록한다.

이를 통해 국내 재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가와 현대가가 연결되기도 한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장남인 성민씨는 2021년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의 장녀 정은씨와 웨딩마치를 울렸다. 조성민씨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외증손자, 정정은씨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의 손녀다.

박경민 기자
정주영 현대 창업주(오른쪽)가 고희기념연에서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함께 건배하고 있다. 중앙일보

현대가는 또 외환위기 때 좌초한 대우그룹과도 인연을 맺는다. 정의선 회장의 큰사위인 김지호씨는 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의 손자다. 김 전 장관은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형이다.

이렇게 재계 간 결합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구동휘 LS MnM 대표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장녀 상민씨와 결혼했다. 이 밖에도 코오롱·세아·애경 등이 10대 가문 인사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재벌들은 혼인 관계를 통해 서로 신뢰를 강화하고, 협업하기도 했다. 상생하는 구조가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계 3·4세로 오면서도 어려서부터 사교 모임이나 해외 유학 등으로 엮이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속)

“재벌가 신랑·신부가 유학 시절 만났다? 대개는 거짓말이다”
이른바 ‘마담뚜’로도 불리는 그들. 상류층 대상 결혼정보 업체는 흥미로운 사실도 전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재벌가 남녀가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조건도 있습니다.
남성은 여성의 외모를 보는 편이라면, 여성 쪽은 대체로 더 까다롭다고 합니다.
다 된 혼사를 뒤엎을 정도로 집요한 검증 방식도 있다는데요.
그들이 사는 세상,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유학 때 만났죠” 거짓말이다…재벌이 감춘 ‘연애 결혼’ 진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1666


〈2025 新 재벌 혼맥〉 더 많은 기사를 보시려면?

男 50억 집, 女 골드바 10개…‘0.1% 재벌가’ 예단은 이렇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4475

신세계 장녀의 걸그룹 데뷔… ‘은둔 경영’ 엄마와 달라졌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265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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