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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역대급 최저임금 인상, 예상 밖 결과

2018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17년 시간당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060원(16.4%) 인상되었습니다. 단번에 천 원 넘게 올라 인상률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정부는 저임금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건강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뒤늦게 나왔습니다. 알코올 중독 위험이 일부 계층에서 증가한 것입니다.

■ "고위험 음주자 비율, 최저임금 인상 후 소폭 증가"

캐나다 웨스턴대학과 요크대학 등 공동연구팀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 복지패널자료를 이용해 근로자 3,695명의 음주 실태를 최저임금 인상 전후로 추적 관찰했습니다. 일종의 실험연구와 비슷한 준사회실험인 셈입니다.


먼저 연구팀은 참가자의 음주 위험 수준을 알코올 사용 장애 선별 검사(audit)를 이용해 분류했습니다.

8점 이상이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중간 위험 음주자’, 16점 이상이면 중독 위험이 높은 ‘고위험’, 20점 이상이면 ‘중독 의심’ 수준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폭음 등 술 소비가 많으면 '해로운 음주 습관', 술을 끊기 어려운 상태면 '알코올 의존', 술로 인한 사고나 갈등을 겪었다면 '음주 피해'로 나눴습니 다.

그 결과, 최저임금 이하로 받는 근로자는 인상 후 '알코올 중독 의심' 비율이 1%p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해로운 음주 습관' 비율도 4.2%p 상승했습니다.


나아가 연구팀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업들이 임금 균형을 맞추기 위해 최저임금보다 약간 더 받던 근로자들도 임금을 함께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에 대한 추가 분석을 시행했습니다.

그 효과는 더 두드러졌는데, 최저임금보다 살짝 더 받는 집단 (최저임금보다 10% 더 받는 수준)을 포함한 경우에도 위험 음주가 늘어났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들을 포함한 저임금 근로자에서 역대급 최저임금 인상 후 '고위험' 비율은 1.9%p, '알코올 중독 의심'은 1.2%p, 이보다 심한 '알코올 의존'은 3.2%p, '음주 피해'는 4.3%p 증가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의 '건강 파급 효과'가 최저임금의 110% 이하 수준의 근로자에게까지 확인된 겁니다.

덧붙여 이런 변화는 남성과 50~64세 장년층에서도 뚜렷하게 관찰됐습니다.

■ 기존 알코올 취약 계층, "소득 늘자, 술 소비 탄력받아"

연구팀은 "소득이 늘어나면 스트레스가 줄고 건강 행동이 나아질 수 있지만, 기존에 알코올 중독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술에 대한 접근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일부 취약 계층이 그 여유를 음주로 해소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문제적 음주 소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추가 소득의 상당 부분을 술 소비에 쓰는 '탄력성'이 높게 나타난다"며 "한국처럼 회식과 접대 문화가 발달한 사회에서는 소득 증가 시 음주 기회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고 분석했습니다.

■ 최저임금 인상의 풍선효과?... 정책적 보완 필요

연구 결과만 놓고 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음주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식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최저 임금 정책 도입 시 일부 계층의 건강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의 생활 안정에 기여하는 핵심 정책이지만,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 '최저임금과 알코올 사용 장애 관계'를 살펴본 최초 연구

연구팀은 "최저임금 정책이 알코올 사용 장애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가 지금까지 없었다"며 "기존 연구들은 단순한 음주량이나 폭음 횟수만 측정했지만, 이번 연구는 의학적으로 중요한 '알코올 사용 장애' 위험을 정확히 측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기존 연구들과 달리 개인별 추적 조사를 통해 보다 정확한 건강 영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실제 임금을 기준으로 한 연구 설계로 정밀한 분석이 가능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최저임금 정책, 공중보건 정책과 병행해야"

연구팀은 "최저임금 인상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공중보건 정책과 병행해야 한다"며 "고위험군 대상 음주 예방 교육 및 캠페인, 주류세 등 가격 정책 강화, 광고 규제 등 건강행동 변화를 이끌기 위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구팀은 특히 "주류세 인상이 최저임금 인상 시 음주 문제 완화 전략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소득이 늘어 알코올 구매력이 높아진 만큼, 가격 정책으로 이를 상쇄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저임금 정책에 시사점을 던진 바 미국 역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Epidemiology) 최근호에 게재됐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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