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으로 집계됐다. 5월 말 748조812억원 대비 3조9937억원 늘었다. 하루 평균 2102억원씩 증가한 셈이다.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최근 수도권 주택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빚투’(빚 내서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대출 증가 속도가 사상 최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광풍이 불었던 작년 8~9월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으로 집계됐다. 5월 말 748조812억원 대비 3조9937억원 늘었다. 하루 평균 2102억원씩 증가한 셈이다.
일평균 대출 잔액 증가액이 작년 8월(3105억원) 이후 10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경우 이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6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평균 증가액과 월간 증가폭은 작년 7월(하루 2312억원·월 7조1660억원)에 근접한 상태다. 지표 기준으로 작년 8월의 사상 최대 영끌 광풍이 불기 직전과 비슷한 모습이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대출 포함) 잔액이 596조6471억원이다. 이달 들어 19일만에 2조9855억원 늘었다. 월말까지 증가액은 4조7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5월 한달 동안에는 4조2316억원이 증가했다.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4027억원이다. 지난달 말 103조3145억원에서 1조882억원 증가했다. 일평균 증가액은 573억원이다. 지난달(265억원)의 두배 이상이다. 이 속도가 유지되면 월말까지 1조7755억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극단적인 통화완화 정책이 이뤄진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4년여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은행권에서는 다음달에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실행한다. 그래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완화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행지표인 대출 신청·접수 건수 추이가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한 은행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신청 서류를 접수하고 심사가 완료된 건수가 올해 1월 4888건에서 5월 7495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금액은 1조1581억원에서 1조7830억원으로 불었다. 이달엔 19일까지 5712건, 1조4082억원 규모의 신청이 이뤄졌다. 은행에 신청·접수된 대출 건의 상당수는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실제 집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은 일부 은행은 이미 수요 억제 조치에 들어갔다. NH농협은행은 24일부터 다른 은행에서 '갈아타기'로 넘어오는 대면·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막기로 했고, 앞서 18일에는 우대금리 조건을 까다롭게 바꿨다. SC제일은행도 1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50년에서 최장 30년으로 줄였다. 만기가 축소되면 DSR 계산식에 따라 결국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계속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 다른 은행들도 더 강력한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이 다른 용도로 활용되지 못하도록 한도를 축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조치마저 효과가 없다면 1주택 세대의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막고 결국 무주택자에게만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