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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식으로 생활비 벌 수 있을까
대선 이후 주식시장, "강력한 랠리 중"
연내 3300 넘어 4000도 달성 가능
주식 폭락 배경 중 하나는 '쥐꼬리 배당'
미국처럼 배당 세금 분리과세 도입 필요

편집자주

국내 대표 이코노미스트인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가 세계 경제의 흐름과 현안을 진단하는 ‘홍춘욱의 경제 지평선’을 3주에 1회 연재합니다.
대통령실은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통합관제센터를 방문해 증시 시황 및 시장 감시 체계 브리핑을 듣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 SNS


6·3 대통령 선거 이후 주식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초 코스피 2,300선이 무너졌음을 고려하면, 단 두 달 만에 600 포인트 이상 상승한 셈이다. 30년 넘게 금융시장에 몸을 담았지만, 이 정도로 강력한 상승세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보는 것 같다.

주식시장이 강력한 랠리를 펼치는 이유는 새 정부,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 덕이 크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민이 주식 투자로 중간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도록, 주식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면 기업의 자본 조달이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선순환 구조로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출 경기에 민감한’ 한국 경제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는 한국 주식시장이 역사상 최고치를 넘어설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한다.

주가 20배 오르는 동안 시가총액은 381배 증가



한국 증시의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는 만성적인 공급 과잉의 위험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1984년을 기점으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무려 381배 늘어난 반면, 주가는 20배 남짓 오르는 데 그쳤다. 단순 계산으로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식 수가 40년 동안 19배 늘어난 셈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의 급등 원인을 공급 부족으로 돌리는 시각이 많다. 지방을 제외하고는 서울이나 수도권의 미분양이 소진될 정도로 신축 주택 공급이 감소하다 보니 집값이 급등한다는 얘기다. 이 논리를 주식시장에 적용하면, 주식 공급 물량이 끝없이 증가하다 보니 주식 가격이 오를 수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주식 공급이 가장 크게 증가한 시기를 찾아보면, 모두 대내외적 금융위기 직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999년과 2009년 그리고 2021년이 대표적인 사례다. 참고로 이 3개년의 주식 공급 증가율은 55%와 60% 그리고 29%에 이른다. 주식시장이 회복되자마자, 기업들은 일제히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셈이다.

이를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은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고, 25%에 육박하는 고금리 국면에서 어떻게든 돈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형국이었으니 주식 발행은 당연한 결과였다. 나아가 살아남은 기업들이 강력한 이익성장으로 보답한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200대 우량 기업의 영업이익은 2024년 241조 원으로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기업 분석가들이 올해 예상치를 277조 원으로 높여 잡을 정도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2021년 주식시장이 최고 수준에 도달했을 때 기록한 이익을 크게 상회한 만큼, 올해 코스피 3,000포인트는 그리 어려운 장벽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아가 2025년 이익 전망마저 가파르게 상향 조정 중이다. 어쩌면 연내 3,300포인트를 넘어서 4,000포인트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이익 증가의 혜택은 누가 보았나



여기까지만 보면 모두 행복한 결론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주주가 아닌 소액주주 입장에서 기업 실적의 개선은 별다른 흥을 주지 못한다. 1984년 이후 코스피의 연간 수익률은 7.8%를 기록해, 꽤 괜찮은 성과를 기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식 수익률의 분포를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1982년 이후 연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할 때, 가장 빈번하게 출현한 수익률은 마이너스(–)10에서 0%였다. 더 나아가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할 확률은 무려 44.2%에 이르렀다. 즉 10년에 4, 5번은 손실을 입었다는 이야기다.

왜 이렇게 격렬한 위험에 노출되었을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2008, 2009년이나 2019, 2020년처럼,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시기가 찾아온 데 있다. 즉 수출 대기업의 비중이 워낙 큰 탓에, 안정적인 실적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주가의 폭락을 종종 유발한 셈이다. 그러나 실적 변동 못지않게 ‘주주 경시 경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식 가격이 폭락한 상황에서 증자가 빈번하게 단행되기도 했거니와, 시장금리가 내려갔음에도 배당을 '쥐꼬리'만큼 지급한 것이 결정타를 가했다. 배당 성향이 주요 증시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무름에 따라, 투자자들은 "기업 실적과 주식 가격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여기서 배당 성향이란, 순이익 대비 얼마나 많은 배당을 지급하는지 측정한 것이다. LS증권에 따르면, 일본 배당성향은 67.2%인 반면 한국은 27.9%에 불과하다. 적어도 ‘주식 한일전’에서는 참패를 기록하는 중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기업들도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배당금에 붙는 세금이 너무 과다하다. '오마하의 현인'이자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2010년 “사무실에서 전화 받는 직원과 청소원들의 세율이 나보다 높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미국이 배당 소득에 대해 15%로 분리 과세하는 반면, 근로 소득에 대해서는 누진 과세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미국과 매우 다른 조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연 2,000만 원 이상의 이자 및 배당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은 금융종합과세 대상이 되기에, 근로소득이 많은 사람들은 최고 49.6%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런데도 2023년 기준, 근로소득 신고자 중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사람은 689만 명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3명 중 1명은 각종 감면으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상위 1% 소득자들이 낸 종합소득세는 25조 원으로 전체의 약 절반에 육박했다.

자산가와 고소득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한국의 제도가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에는 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제도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기업의 대주주 입장에서, 이 같은 세금 시스템에서 적극적인 배당 정책을 펼칠 요인은 줄어든다. 대신 다양한 방법으로 회사의 돈을 빼돌리는 일, 즉 터널링을 추구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된다. 화려한 사무실, 임원들에게 제공되는 골프장 회원권, 비즈니스 출장 간다면서 해외의 유명 관광지 들르기, 거액의 퇴직금 지급하기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다양한 방법이 쏟아져 나온다.

이 문제를 완화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 방법은 회사의 가치를 훼손하면서 사적 이익을 얻는 '터널링'을 막기 위해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상법 개정을 통해 현재 '회사'에 한정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도 이와 같은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그러나 규제의 미세한 허점을 파고들어 회피할 자금 및 정보력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는 게 문제다.

필자는 두 번째 대안, 즉 기업이 선진국 수준의 주주 보상을 제공할 경우 미국처럼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재분배 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주주 보상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부동산에 집중된 가계 자산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가계부채 문제도 자연스럽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11일 한국거래소 방문 당시 "배당을 촉진할 세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편 방향이 어떨지 이목이 집중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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