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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이태원 참사 모두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 한명 없어"
29일 참사 30주기 앞두고 만난 경광숙 前 구조대장


삼풍 참사 위령탑 앞에 선 경광숙 전 도봉소방서 구조대장
[촬영 최원정]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올 때마다 죄스러운 마음뿐이죠. '아저씨 살려주세요' 하는 희생자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또렷하게 들리곤 합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희생자 30주기를 여드레 앞둔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시민의숲을 찾은 경광숙(68) 국가화재평가원 전문위원은 위령탑 앞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당시 도봉소방서 구조대장이었던 경 위원은 29일 동안 참사 현장을 지켰다.

위령탑은 참사 현장에서 4㎞ 떨어진 공원 한구석에 서 있다. 위령탑으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삼풍참사 502명 30주기'라고 적힌 현수막이 바람에 무심히 펄럭였다.

참사 직후 백화점이 무너진 자리에 추모 공원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땅값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의 반대가 거셌고 결국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섰다. 경 위원은 "사람들이 쉽게 찾아와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 너무 떨어뜨려 놓았다"고 씁쓸해했다.

경 위원은 올해 1월에도 이곳을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그는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기도드리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종종 색소폰을 들고 와 가수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연주하기도 한다. 그해 가을을 끝내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버린 영혼들을 위로하는 그만의 추모곡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잔해 철거작업(자료)
1995년 6월30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틀째 합동구조반이 대형 기중기를 동원, 잔해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당시 경 위원은 17년차 소방관이었다. 그는 "광화문에서 소식을 접하고 신문사 취재 차량을 급하게 얻어 타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며 "뽀얀 흙먼지 사이로 분홍색 백화점 건물이 시루떡처럼 층층이 무너져있었다"고 떠올렸다.

참사 직후 닷새 동안은 밥도 먹지 못하고 밤낮 없이 구조에만 매달렸다. 매몰된 생존자를 좁은 구멍에서 꺼내기 위해 식용유를 들이붓는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경 위원은 참사 열하루 만에 생존자를 극적으로 구조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회한이 여전히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숨이 막혀서 더 못 살 것 같다'던 백화점 여직원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아요. '집에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다. 구조될 수 있다'고 계속 말해주는데 대답을 안 해요. 3시간 정도 지나서 시신이 발견됐죠. 제가 역할을 다 못해서 돌아가셨다는 죄책감에 얼굴도 차마 못 봤어요."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 실종자 6명.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는 한국 역사상 단일 사고로는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건으로 기록됐다.

삼풍 참사 위령탑 앞에서 묵념하는 경광숙 전 도봉소방서 구조대장
[촬영 최원정]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경 위원은 무력감을 못 견디고 34년 넘게 몸담았던 소방서를 떠났다. 그는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모두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 한 명 없었다"며 "위정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것이냐'고 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전했다.

경 위원은 현재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재난 예방 교육과 안전 진단에 힘쓰고 있다. 오락 프로그램과 결합해 시민들이 안전 의식을 자연스럽게 체화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수년 전부터는 화력발전소에서 잇달아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를 계기로 발전 현장의 위험 요인을 찾아내 개선을 돕고 있다.

경 위원은 "삼풍백화점을 무너뜨린 것은 결국 사람의 생명보다 돈이 먼저라는 인식이었는데 이것이 바뀌지 않으니 아까운 목숨을 계속 잃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봤을 때 중대재해처벌법도 허점이 많아 여전히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30년 전 삼풍백화점의 참상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경 위원에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으로 참사 직후 4년여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한때 극단적 생각도 여러 차례 했다.

그럼에도 '삼풍'을 말하는 것은 누군가는 망각과 싸워야 한다는 '산 자의 의무감' 때문이다.

"'삼풍'은 결코 옛날 일이 아니에요.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끊임없이 되새겨야 합니다. 괴롭지만 미래 세대에게 이 교훈을 물려주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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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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