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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인천시 동구 인천교공원에 설치된 스마트 배변 처리 시스템 기계에 설치된 화면이 고장 나 있다. /이호준 기자

최근 세종시에서 ‘스마트 반려동물 배변 처리 시스템’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관련 조례안이 시의회에 제출되자 세종시는 6억원 이상 예산이 들어가지만 효과는 적을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앞서 인천에서는 3억6000만원을 들여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반려동물 배변 처리기 1대당 하루 이용 실적은 1.4건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 데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또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예산을 반려동물 배변 처리기에 쓰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시의원 “반려견 배변 처리 안 해도 현장 단속 어려워… 스마트 시스템 도입 필요"
22일 세종시에 따르면 김현옥 세종시의원은 지난달 ‘반려동물 배변 처리 시설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세종시가 공공장소에 ‘반려동물 배변 수거함’과 ‘스마트 배변 처리 시스템’을 설치하고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보통 견주는 반려견 산책을 위해 집에서 공원으로 가면서 비닐봉지를 들고 나선다. 공원에서 반려견이 ‘실례’를 하면 봉지에 담아 집으로 가져와 처리한다. 스마트 배변 처리 시스템을 이용하면 공원에 설치된 전용 기계에 버릴 수 있다.

세종시의회에서 김 의원은 “현행법에 (시민들이) 반려동물의 분변을 처리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이 있지만 현장 단속이 여의치 않다”면서 “반려 가구와 동물을 좋아하는 비반려인 모두 함께 이용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세종시는 비용은 크고 효과는 적을 것이라는 취지로 사실상 반대 입장이라고 한다. 세종시가 추산한 비용은 분변 처리 시설 6억원, 유지·관리비 연간 5000만원이다.

인천시 한 공원에 설치된 '스마트 반려동물 배변 처리 시스템'을 이용하는 모습. 스마트폰에 설치한 '풉풉' 앱을 이용해 '친환경 배변 봉투'를 받아 반려동물의 분변을 넣어 버릴 수 있다. /인천시 블로그 캡처

세종시 “비용은 6억원, 효과는 적을 것“… 2년 전 도입한 인천도 기계 1대당 하루 1.4건 이용
앞서 인천시는 지난 2023년 11월 월미공원 등 두 곳에 비슷한 시스템을 설치했다. 이어 작년 2월에는 총 11개 공원으로 확대했다. 운영 중인 스마트 반려동물 배변 처리 자판기·수거함(시스템)은 총 13대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려는 반려인들은 ‘풉풉’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그러면 주 2회 친환경 배변 봉투를 무료로 받고, 반려동물이 산책하다가 배변을 하면 봉투에 담아 수거함에 버릴 수 있다. 또 풉풉 앱으로 ‘나만의 산책 및 배변 기록’을 남길 수도 있다.

인천시는 풉풉 앱 개발에 7000만원, 서버 구축에 1800만원을 썼다. 음료수 자판기 정도 크기인 기기 제작에는 1대당 1600만원 들었다. 여기에 앱 운영비, 배변 봉투 비용, 설치비 등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 비용은 3억6000만원이다.

하지만 이용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이 시스템으로 지난 4월까지 1979명이 총 9779건의 반려동물 분변을 처리했다. 처음 설치된 2023년 11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시스템 1대가 수거한 반려동물 분변은 하루 평균 1.4건인 셈이다.

지난 18일 인천 동구 송현근린공원에서 지켜본 결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 시스템으로 분변을 처리한 견주는 단 1명이었다. 그동안 시스템 앞을 총 11마리의 반려견이 지났다.

시스템을 이용한 전모(61)씨는 “친환경 배변 봉투 배부가 왜 일주일에 두 번만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매일 산책을 하는데, 5번은 (강아지) 응가를 들고 집에 돌아간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 한 공원에 설치된 반려동물 배변 봉투 수거함. /이재준 고양시장 유튜브 영상 캡처

반려인들은 “앱을 설치하고 인증하는 게 복잡하다”고 했다. 반려견과 산책은 했으나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은 60대 A씨는 “(반려견 분변을) 그냥 집에 가서 버린다. 굳이 이 기계를 써야 하나”라고 했다. 인천교근린공원에 설치된 시스템은 모니터 화면이 고장 나 있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굳이 스마트라는 이름이 붙은 기계보다는, 배변 봉투 무료 배부와 수거함 정도면 충분할 것도 같다”고 했다.

이런 시스템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미 도입됐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은 “수억원이면 공원에 사람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을 지을 수 있을 텐데 이런 돈으로 반려동물 배변 처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낭비로 보인다”면서 “세금을 아껴 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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