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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해외 건설 현장, 이대로 괜찮을까
현대엔지니어링이 스페인 기업과 함께 설계·조달·시공·시운전 전반을 모두 맡고 있는 폴란드의 석유시설 건설 현장. 폴란드 국영 에너지·정유기업 올렌(PKN Orlen)의 ‘올레핀3 복합단지 건설- 프로젝트의 잠재력’ 보고서에 나오는 현장 사진이다. 올렌 보고서 갈무리.


1년 전 폴란드 언론이 한국 현대엔지니어링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노동착취 실태를 대대적으로 고발해 현지 노동당국이 전수조사까지 나선 일이 최근에서야 국내에 알려졌습니다.

논란이 알려진 계기는 ‘팀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입니다. 한달 전 체코 유력 타블로이드 ‘블레스크’는 두코바니 원전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이 노동자 1명당 1평 수준의 “강제수용소 같은 노동자 숙소를 지으려 한다”고 보도해 현지가 떠들썩했습니다. 대우건설이 계획 중인 노동자 숙소 도면을 입수해 폭로했던 것인데, 대우건설은 “참고 그림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언론은 한국 건설사의 ‘폴란드 사례’를 언급하며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폴란드 현대엔지니어링 건설 현장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왜 한국 건설사가 동유럽에서 잇따라 논란이 되는 걸까요.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폴란드 언론 보도는 사실이지만 노동당국 조사 이후 모두 시정됐다”고 말합니다. 1년 전 현대엔지니어링 푸오츠크 건설 현장의 노동착취 실태를 고발한 보도를 들여다보겠습니다.

■‘김(Kim)’을 상대로 한 파업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북서쪽으로 120㎞ 떨어진 곳에 ‘푸오츠크’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곳에 연간 74만t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초대형 석유화학 시설을 짓고 있습니다. 스페인 테크니카스 레우니다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설계·조달·시공·시운전 전반을 모두 따냈는데, 현대 측 수주액만 1조5000억원에 이릅니다.

지난해 8월 폴란드 유력 일간지 ‘비보르차’와 주요 방송사 ‘TVN’이 공동 취재해 내놓은 심층보도는 ‘리빈’이라는 한 인도인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리빈이 한국인 ‘상사’ 김씨로부터 들은 노동 조건은 이랬습니다. 주 6일, 하루 10시간 근무, 시간당 23즈워티(약 8700원). 이후 그는 약 세달간 일했지만 약속된 급여는 받을 수 없었습니다. 김씨가 종종 선급금이라면서 소액의 현금을 쥐어줄 뿐이었습니다. 계약서도 요구했지만 구경도 못했습니다.

리빈은 창고에서 화학물질이 담긴 용기를 옮기다 병도 얻었습니다. 마스크 없이 작업하다 심한 발작성 기침에 시달리게 된 겁니다. 그때 ‘이상한 규칙’도 알게 됩니다. 어떤 이유로든 결근하면 급여를 못 받을 뿐 아니라 벌금까지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폴란드 유력 언론 ‘비보르차’가 폴란드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한국업체에 의한 노동착취 시태를 취재했다. 사진은 비보르차의 보도 화면 갈무리.


리빈은 밀린 임금을 모두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일을 나가지 않았습니다. “김(Kim), 어떻게 된 거야, 내 급여는 어디 있어.” 리빈과 동료 노동자들이 외친 구호입니다.

김씨와 한국인들은 숙소로 찾아와 그를 끌어냈습니다. 리빈은 밀린 임금 3000즈워티(약 113만원)을 받지 못한 채 쫓겨났습니다. 리빈은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인) 상사는 우리를 개처럼 대했습니다. 푸오츠크에서 일하기로 한 건 제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이었습니다.”

■70명에게 샤워실 한개

리빈이 머물던 공사장 숙소도 매우 열악했습니다. 약 70명이 거주하는 집에 쓸 수 있는 샤워실은 한 곳 뿐이었고, 그마저도 종종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리빈의 동료는 말합니다. “10년 동안 두바이·오만·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해외 건설현장에서 일해봤습니다. 이런 조건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곳은 인간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비보르차 보도에 따르면 리빈은 한국인이 사장으로 있는 ‘지움’이라는 업체에 고용돼 있었고, 지움 원청은 ‘대신’이란 한국기업입니다. 대신의 원청이 현대엔지니어링입니다.

보도 내용을 미뤄보면, 지움은 단순 인력파견업체로 보입니다. 리빈과 그 동료들에 대한 업무지시는 대신 혹은 현대엔지니어링이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현대엔지니어링은 리빈의 ‘진짜 사장’이거나 최소한 ‘진짜 사장’들을 관리·감독하는 지위에 있습니다.

2021년 5월 올레핀 복합단지 확장 프로젝트에 대한 공식 계약 체결식 현장. 왼쪽부터 폴란드 국영 에너지 정유 기업인 PKN 오를렌 회장 다니엘 오바이텍과 폴란드 부총리겸 국가자산부 장관 야첵 사신, 현대엔지니어링의 김창학 대표, 테크니카스 레우니다스의 후안 렐라도 대표. 현대엔지니어링 홈페이지 갈무리


■현대 측 “문제 해소됐다”

현대엔지니어링에 해당 보도에 대해 물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지움이 문제 있다는 사실을 보도를 보고서야 파악해 퇴출시켰다”면서 “이후 폴란드 노동당국과 함께 해당 공사현장의 노동자를 전수조사했고, 문제 사항들의 개선조치는 모두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반인권적 주거 환경에 대해선 “1만명 가까이 일하다보니 캠프 내부 숙소(공식 숙소)와 외부 숙소로 이원화돼 있었고 외부 숙소 사정은 잘 알지 못했다”면서 “외부 숙소 역시 방문 조사로 개선했다. 수시 점검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일부 하청업체와 외부 숙소가 문제였고, 공식숙소에 거주하며 정상적 업체와 계약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괜찮다는 얘긴데요. 현지 언론의 취재 내용은 다릅니다. 공식 숙소인 ‘컨테이너 마을’에선 8㎡ 방에 4명씩 생활을 했습니다. 1명당 2㎡로, 한평이 채 되지 않습니다.

“마치 감옥 같다. 일하고 자고, 일하고 잔다. 입구에선 경비원들이 소지품을 검사한다.” “한국인들이 ‘빨리, 빨리’라고 소리치면서 우리를 노예처럼 다룬다.” “건설현장 화장실은 물이 넘치고, 견딜 수 없는 악취가 진동하며, 모든 것이 쏟아져 나온다.” 현지 노동자들의 ‘증언’은 이랬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에 외부 숙소 개선이 어떤 조치를 말하는지, 공식 숙소가 어떻게 시정됐는지, 리빈은 밀린 임금을 받았는지 등을 물었지만 “현지로부터 ‘모두 시정조치됐다’고만 들었다”고 답했습니다.

이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국내 기업의 에너지 관련 건설사업 등을 모니터링해온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위원은 “저가수주 전략 때문에 인건비를 줄여보고자 하는 과정에서 터진 문제로 보인다”며 “근본적으로는 우리 기업의 노동 인식, 현지 인력에 대한 인식이 투영된 처사”라고 말했습니다.

체코 유력 타블로이드 ‘블레스크’가 ‘팀코리아’가 두코바니 원전 건설과 관련해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이 노동자 1인당 1평 수준의 “정어리 통조림 같은” 숙소를 지으려한다고 보도했다. 블레스크가 보도한 대우건설 도면에 대해 대우건설은 “참고그림일 뿐 실제 숙소는 다르게 지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블레스크는 이 문제를 다룬 다른 보도에서 폴란드의 현대엔지니어링 사례를 언급한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숙소 논란을 다룬 보도에 국내 네티즌들은 SNS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얘기”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의 노무관리.”

‘노동 존중’ 없이 외형만 성장한 한국사회의 민낯을 낯선 해외 언론을 통해 마주합니다. 현지 언론서 ‘노동착취’ 고발을 당하는 한국 기업 건설현장,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이 위원은 말합니다. “한국이 대형 건설사업 해외 수주에 성공하면 ‘국격이 올라갔다’ ‘잭팟이 터졌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현지에서 전근대적인 노동조건으로 악명이 높아지고 있다면 오히려 국격에 치명적 타격만 입힐 겁니다. 해외 건설사업에 대한 노동·환경·인권 측면의 다양한 감시가 필요합니다.”

동유럽 언론서 잇따라 보도한 한국 기업 건설현장의 노동조건 논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정어리냐”…‘팀 코리아’ 체코 원전 노동자 ‘숙소 도면’ 논란한국이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 국내 건설사가 체코 노동자용으로 1인당 1평 수준의 숙소 도면을 만들었다가 논란이 불거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이 같은 숙소 설계를 ‘나치 수용소’나 ‘정어리 통조림’에 빗대며 “모욕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내부 참고 도면을 (체코 언론이) 자의적으로 해석했을...https://www.khan.co.kr/article/202506021646001

Wyborcza.plWyborcza.plhttps://wyborcza.pl/duzyformat/7,127290,30943446,wyzysk-cudzoziemskich-pracownikow-na-budowie-orlenu-za-25.html?_gl=1*1p8kvji*_ga*OTI1Nzg4OTk2LjE3Mzg2NzI1MDk.*_ga_6R71ZMJ3KN*MTczODY3MjUwOS4xLjAuMTczODY3MjUxMi4wLjAuMA..*_gcl_au*MTg1NDk3MTMxOS4xNzM4NjcyNTEz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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