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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권에서 난데없는 ‘아빠 찬스’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누가 더 국회의원 아버지의 특혜를 받았는지를 두고서다. 한 쪽은 18년간 야인 시절을 겪은 돈 없는 정치인의 아들이 해외 유학파가 된 사례다. 다른 쪽은 검사 출신 정치인의 스무살 아들 통장에 7억여원의 잔액이 있는 경우다.

24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그를 검증하는 국회 인사청문위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이야기다. 주 의원은 19일 SBS 라디오에서 5년간 5억원을 벌고 13억원을 지출한 김 후보자의 재산 흐름을 지적하며 “아들을 국제고등학교를 보내고 (미국 코넬대에) 유학도 보냈는데 이게 어림잡아도 1000만원 이상 돈이 든다”고 했다. 누군가 따로 돈을 대주는 일종의 스폰서가 있었을 거란 취지의 주장이었다. 주 의원은 “신용불량인 상태에서 국제고를 보냈는데, 거기가 비싸기로 유명한 학교”라며 자금 출처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은 주 의원 아들의 재산 논란을 꺼내며 반격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 의원이 제대로 된 근거 없이 던지는 의혹이 가관”이라며 “아빠 찬스를 이용한 사람이 김민석 아들이냐, 주진우 아들이냐. 주 의원은 (20세 아들의 재산) 7억4000만원에 대한 해명도 못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준호 최고위원도 전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2005년생 아들이 7억원 이상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는데, 국회의원 아빠 없는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라고 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옥중서신. 황현선 혁신당 사무총장 페이스북

가족 논란으로 정치권이 시끄러웠던 건 어제오늘만이 아니다. 수많은 정치인이 자녀 의혹으로 낙마했다. 대표적 인물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돼 현재 수감 중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황태자’로까지 불렸던 그는 2019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른바 ‘조국 사태’로 불릴 만큼 자녀 입시 비리 의혹으로 고초를 겪었다. 범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아내는 실형을 받고 자녀는 입시가 취소되는 비극을 겪었다. 지난해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조국혁신당’을 창당해 국회의원이 되는 동시에 12석을 얻는 쾌거를 이뤘지만, 실형이 확정되면서 배지를 뗐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군 복무 찬스’ 논란의 원조 격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있다. 대통령 후보로 세 번(15~17대)이나 나섰으나, 끝내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그는 두 아들의 병역 기피 논란으로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두 아들이 병무청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추후 면제 판정을 받은 점을 두고 특혜 의혹이 쏟아졌다. 특히, 2002년 대선 때는 이 문제가 김대업씨가 주도한 ‘병풍(兵風) 사건’으로 이어지며 정치적 타격을 크게 입었다. 이후 김씨가 폭로에 사용한 녹음테이프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고, 김씨는 2004년 2월 대법원에서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유죄가 확정됐지만 이 전 총재는 두 번이나 대선에서 패한 이후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경선에서 연설하는 모습

애끓는 가족애(愛)를 불러일으켜 오히려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낸 사례도 있다.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고 외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장인의 좌익 활동 논란이 불거지자 “아내를 버리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계속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그런 아내를 가진 사람이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시면 대통령 후보를 그만두겠습니다”라고 정면 돌파해 대선 판도를 바꿨다.

제 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오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 제3투표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지나치게 가족을 감싸다가 더 큰 정치적 타격을 받은 경우도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의 국정개입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11월 “아내가 순진한 면이 있다”고 두둔했다가 빈축을 샀다. “과거 육영수 여사처럼 대통령한테 조언한 것이다. 아내가 대통령을 위해 조언하는 것을 국정농단화시키는 것은 우리 정치 문화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배우자 육영수 여사에 빗대는 일까지 더해지면서 국민적 공분은 되레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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