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정권 차원의 위기를 맞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최고 수준의 경계가 이뤄지는 장소로 이동해 비공개로 선발된 정예 경호부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1일(현지시간)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의 암살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경호조직에 신변을 맡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 경호부대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이란 내부에 깊숙이 침투한 정황을 고려해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쳐 선발됐으며,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고위 간부들조차 그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한 당국자는 "그는 죽음을 피하려고 숨어 있는 것이 아니며, 벙커에 있지도 않다"면서 "하지만 그의 목숨이 위험에 처해 있으며 침투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부대가 그를 보호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하메네이의 최근 영상 연설 배경을 분석한 결과, 그가 거주지를 옮긴 정황이 드러난다고 전했다.
하메네이는 최근 갈색 커튼이나 1979년 이란 왕정 붕괴를 이끈 이슬람혁명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초상화를 배경으로 연설했다. 이는 그가 기존에 연설하던 장소와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텔레그래프는 이들 영상이 테헤란 중심부에 있는 IRGC 미디어 센터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며, 하메네이가 인근에 머물고 있거나 센터 지하에 체류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오랫동안 자신의 '순교' 가능성을 언급해왔으며, 이스라엘이 자신을 암살할 것이라고 예상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감행한 대규모 공습에서 최소 11명의 고위 군 지휘관과 14명의 핵 과학자를 제거하면서, 최고지도자의 안전에 대한 우려는 현실적 위협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하메네이가 러시아로 도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정권 붕괴 후 우방국인 러시아로 도피한 사례처럼, 러시아와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하메네이 역시 유사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권 내부에서는 하메네이의 도피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신변을 보호하는 당국자는 "그는 이란에 있으며 어디로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겁쟁이 아사드처럼 도망가지 않는다. 외국이 침략하는 시기에 국가의 사기는 그의 생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자국 본토에 탄도미사일로 보복한 뒤 하메네이 제거 위협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메네이 제거가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갈등 종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도 그를 '현대판 히틀러'라며 "계속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하는 이란의 신정일치 체제를 무너뜨리고 중동 질서를 새롭게 재편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이란 분쟁에 군사 개입을 저울질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소위 '최고 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서 '쉬운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39년생인 하메네이는 이슬람혁명의 상징 루홀라 호메이니를 추종해 온 혁명 1세대 지도자이며, 1981년 대통령에 당선돼 7년간 이라크와 전쟁을 치른 후 1989년 최고지도자에 선출됐다.
그는 군 통수권을 비롯해 외교·안보 등 국가 핵심 정책을 최종 승인하는 이란 체제의 최고 권위자로, 그가 사라질 경우 이란 정권은 중심을 잃고 붕괴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