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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 '2025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런' 행사장에서 배우 양동근씨, 박보검씨, 가수 션, 개그맨 강재준씨, 이영표 축구해설위원(왼쪽부터)과 2000여 명 참가자들이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있다. 최은경 기자
21일 서울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 '2025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런' 행사장에서 박보검씨, 가수 션, 개그맨 강재준씨, 이영표 축구해설위원(왼쪽부터)과 2000여 명 참가자들이 얼음물을 뒤집어쓴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최은경 기자
“승일 형님(고 박승일 프로농구 코치)이 가장 많이 생각나네요. 오늘 같은 날 형님이 있었다면 얼마나 기뻐하며 함께 뛰고 싶어했을까요.”

배우이자 가수인 양동근씨가 21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2025 미라클 365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런(Run)’ 행사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앞서 무대에서 히트곡인 ‘골목길’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달군 그는 숨을 고르며 “다 같이 루게릭병(ALS·근위축성측삭경화증) 환우들을 대신해 뛰어주셔서 감사하다. 즐거움과 함께 환우를 생각하는 마음이 가슴에 남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배우이자 가수 양동근씨(가운데)가 21일 서울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 열린 '2025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런' 행사에서 MC이슈(오른쪽)의 소개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승일희망재단 캠페인에 참여해왔다. 최은경 기자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런은 비영리재단법인 승일희망재단이 2018년부터 매년 해온 행사로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챌린지와 달리기(3·5·8㎞ 중 선택)를 결합한 기부 캠페인이다. 승일희망재단은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박승일 전 코치가 루게릭병 전문요양병원을 세우기 위해 설립한 단체. 올해는 역대 최대 인원인 2000명이 참여해 한강공원 달빛광장을 가득 메웠다. 단국대 봉사단, 자전거 국토 종주 기부 백만프로젝트팀 등 자원봉사자만 140명에 달했다. 형형색색 바지와 운동화가 흐린 날씨마저 환하게 물들였다.

지난 4월 경기도 용인에 루게릭병 등 중증근육성 희귀질환자를 위한 요양병원인 ‘승일희망요양병원’이 사업 추진 14년 만에 문을 연 터라 이날 행사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매년 무료진행 봉사를 하고 있는 MC이슈의 소개로 재단 이사장인 가수 션이 무대에 올랐다. 션은 “박승일 한 사람에게서 시작된 꿈을 모두 함께 기적으로 이뤘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이 희망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독려했다.

'2025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런' 행사장에서 만난 '배리어프리 러닝 크루' 멤버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기를 즐기는 모임으로 지난해 결성됐다. 최은경 기자
'2025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런' 봉사자로 나선 자전거 종주 기부 켐페인 '백만프로젝트' 리더 김민우씨. 최은경 기자
휠체어도 달리고, 유모차도 달린다. '2025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러닝을 시작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이날 행사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배리어 프리 러닝 크루’ 멤버들도 참여했다. 발달장애인 김남영(29)씨는 “정기적으로 모여 달리기도 하고 대회에도 나간다”며 “‘대단하다’고 많이 말씀하시는데 휠체어를 타고도 충분히 뛸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 참가한 비장애인 단장 구민승(30)씨는 행사가 끝난 뒤 “오르막길에서 좀 힘들었지만 괜찮았다”며 “루게릭병 환자의 아픔을 더 이해하게 됐고, 앞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외국인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프랑스인 토마 바르비에(36)는 “사람들이 현재 환자가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지원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방식”이라며 관심을 보였다. 그의 회사인 프랑스 가스전문기업 에어리퀴드에서는 임직원 70명이 단체로 참여했다.

21일 서울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2025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런' 행사에서 션과 배우 박보검, 윤세아, 임세미씨 등이 참여하는 '언노운 크루' 멤버들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챌린지를 마친 뒤 포즈를 취했다. 최은경 기자

이영표 축구해설위원, 마라토너 권은주 감독, 배우 박보검·윤세아·진선규·최시원씨, 개그맨 강재준·이은형 부부 등도 동참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런, 승일희망요양병원 개원식 등 환우를 위한 행사에 꾸준히 출석하는 ‘단골 셀럽’들이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관식, ‘굿보이’의 동주로 한창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박보검씨가 등장할 때는 장내가 한동안 술렁이기도 했다. 그는 2018년, 2023년 션의 지목으로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도전했다.

배우 박보검의 팬클럽 '보검복지부'로 활동하고 있는 백형옥(75, 제일 오른쪽)씨가 다른 멤버들과 함께 '2025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런'에 참가했다. 최은경 기자

지난 4월 개원한 승일희망요양병원의 진료부장을 맡은 장찬웅 재활의학과 교수가 '2025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런' 행사에 참여해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승일희망요양병원은 국내 최초의 루게릭병 등 중증근육성 희귀질환자를 위한 요양병원이다. 최은경 기자

승일희망요양병원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챌린지에 나섰다.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로 일하다 승일희망요양병원 진료부장으로 합류한 장찬웅 교수는 “전공의 수련 때 루게릭 환자를 위한 전문 트레이닝을 받은 것이 계기였다”며 “얼음물을 뒤집어쓰면서 잠깐이라도 환자들의 힘든 점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병원이 문을 열었지만 인력 구성, 지원 부족 등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관심을 부탁했다.

참가자들의 참가비와 기부금은 승일희망요양병원 운영에 쓰일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메인 후원사인 에이스침대 외에도 요아정, 노스페이스, MCM, 리체, 파워에이드 등이 힘을 보탰다. 승일희망재단은 승일희망요양병원의 안정적 운영과 환우 지원을 위해 다양한 모금활동과 캠페인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루게릭병과 승일희망요양병원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는 병이다. 근육 위축, 사지 마비, 언어기능 상실, 음식물 섭취 기능 상실, 호흡 근육의 약화 등을 겪으며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승일희망재단은 국내 최초의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을 위해 2011년 고 박승일 전 프로농구 코치가 설립했다. 14년 추진 끝에 지난 4월 경기도 용인에 국내 최초의 루게릭병 등 중증근육성 희귀질환 요양병원인 승일희망요양병원이 개원했다.

21일 서울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2025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런' 행사에서 박성자 승일희망재단 상임이사(왼쪽)가 배우 양동근씨와 포즈를 취했다. 최은경 기자
중앙일보 유료콘텐트 ‘더중앙플러스’는 루게릭병 환자와 가족, 의료진, 기부자 등을 심층 인터뷰해 지난 2월 초부터 3월 말까지 7회에 걸친 기획기사(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73)로 이들의 현실과 제도적 보완점을 짚은 바 있다. 행사에서 만난 박성자 승일희망재단 상임이사에게 병원 개원 후 상황을 물었다.

Q. 개원 후 석 달 가까이 지났다. 환자 입원과 인력 구성 현황은.
A. 4월 22일 첫 환자 입원을 시작으로 1병동(24병상)이 모두 찼다. 간호 인력과 간병인 구인에서 여전히 어려움이 있지만 안정적 서비스 제공을 최우선으로 입원과 병동 오픈을 진행하고 있다.
승일희망재단 설립자인 고 박승일 전 프로농구 코치. 승일희망재단
Q. 간병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A. 일주일간 자체적으로 간병인 집중 교육을 해봤지만 요양병원이 간병인을 직접 채용해 간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와 재정적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의료최고도환자(의료서비스가 가장 시급한 환자) 간병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또 당초 생각한 4명이 아닌 환자 2명당 간병인 1명으로 간병을 하는데 요양병원 입원 시 간병비 지원 혜택이 없어져 가족들은 매월 200만원 넘는 간병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 장벽이다.

Q.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A. 인공호흡기 사용, 완전 와상(臥牀), 유동식으로만 식사 등 대학병원 중환자실 환자보다 더 손이 많이 가는 환자가 입원 환자의 100%다. 이런 특수성이 있는데도 어떤 의료행위를 하는지 상관없이 포괄수가제도를 적용하니 재정적 어려움이 크다. 중증희귀질환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제도적 변화가 절실하다. 어려운 문제가 많지만 극복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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