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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도시 거리] 에서 쉴 의자 찾기
| 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아이구, 다리야.’

어디 앉을 데 좀 없나. 너무 많이 걸었다. 한 손에 든 참외 한 봉지의 무게가 원망스러울 정도다. 나는 지금 의자가 간절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건 오로지 카페와 식당 안의 유료 의자들뿐이다. ‘난 5분만 앉고 싶을 뿐이라고!’

도시의 거리에서 의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사실 의자는 굉장한 의미를 갖고 있다. 네가 앉을 공간을 내어준다는 의미이자, 네가 여기 앉아서 공간을 점유해도 된다는 허락이다. 우리는 돈을 내서 사거나 빌린 집 안에서 의자에 앉는다. 또한 직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 의자에 앉는다. 직장의 의자 역시 고용주가 고용 기간 동안 내어주는 유료 의자다. 그 외의 의자는 카페처럼 돈을 주고 잠시 빌려 앉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의자가 없다고 길거리 맨바닥에 앉기는 힘들다. 어릴 때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멀쩡한 성인이 길바닥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저 사람 어디 아픈가?’ 눈 밑에 지금처럼 다크서클이라도 깊게 패여 있으면 누군가는 머뭇거리며 와서 말을 걸지도 모른다. “저기, 괜찮으세요?”-------



점점 사라지는 길거리 벤치

주택가 골목으로 가면 다행히 보이는 의자

삭막한 도시서 ‘쉬어도 괜찮다’ 허락해주는 느낌

어딘가 부러지고 낡았지만, 기분이 좋다


어릴 땐 그래도 길거리에 가끔 벤치라도 놓여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식당 앞에 가끔 의자가 놓여 있지만 속으면 안 된다. 그건 어디까지나 대기 손님을 위한 거다. (그래서 식당 앞에 의자들이 놓여 있으면 이 집은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맛있는 집이란 뜻도 된다.) 카페 앞에 있는 의자도 마찬가지다. 얼핏 아무나 앉아도 되는 의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앉으면 주문을 받으러 온다. 버스정류장에 있는 의자는 그나마 앉을 만하다. 겨울엔 ‘궁따’까지 틀어줘 환상적이다. 하지만 역시 버스가 올 때마다 신경 쓰인다. 버스 기사님이 내가 타는지 안 타는지 신경 쓰며 경적을 살짝 울려주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매번 팔을 가슴 앞으로 엑스자로 그리고 안 탄다는 의사를 표현해줘야 한다. 이러니 앉을 곳이 없어 결국엔 빙빙 돌다가 땀만 잔뜩 흘리고 시무룩하게 카페에 들어가게 된다.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가면 다행히 의자가 보인다. 이런 의자들은 대부분 새것이 아니다. 유행이 한참 지났거나 어딘가 부러져 수선한 자국이 있다. 이런 의자를 보면 기분이 좋다. 이 삭막한 도시 안에서 누군가가 여기는 앉아서 쉬어도 괜찮다고 허락해주는 느낌이다. 의자를 내주지 않는 도시에 맞서 승리한 기분이다. (거창하다고? 진짜다.) 고마운 의자에 잠시 앉아본다. 휴, 살 것 같다.

잠시 쉬고 일어서며 의자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사진을 모아 내 컴퓨터 안 ‘의자수집’ 폴더에 보관한다. 이번 편은 내가 수집한 의자들을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이런 의자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나 ‘의자수집’ 폴더가 풍성해지길 바란다.

■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저서로는 <이다의 자연관찰일기> <내 손으로 치앙마이><걸스토크><내 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 등이 있다. 그림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는 것이 소망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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