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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가 기록 非강남까지 확산 추세
신혼부부 진입에 갈아타기 수요까지 겹쳐

“결혼을 하면 자기 집을 갖고 싶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좋은 동네로 이사 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나. 신도 못 막는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정부가 막겠나.”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에 대해 설명하던 한 부동산 전문가가 말했다. ‘내 집 마련’을 향한 욕망이 다시 꿈틀대며 움직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3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0주 연속 오르며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0.36%)을 기록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30평형대는 60억원을 넘어섰고 100억원을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남·서초·송파·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데 따른 풍선효과로 인근 마포·성동·동작·강동구 등으로 확산세는 옮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패닉 바잉’이 다시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그 결과 비(非)강남권 아파트도 속속 2021~2022년 정점 당시 찍었던 최고가를 다시 쓰고 있다. 어떤 지역에선 “자고 일어나면 1억씩 오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의 오름세가 ‘대세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2022년 하반기의 하락은 사실상 잠깐의 조정에 불과한 것이 된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래로 유례없는 상승기가 지속되는 셈이다.

일부 실수요자들이 “서울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거나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집을 못 산다”는 압박감에 패닉 바잉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상승기 당시 이미 정부의 규제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사실을 학습한 탓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시장에선 새 정부가 우선 대출규제, 공급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권 초기 장관도 임명되지 않은 정책의 공백 상태에서 시장은 상승으로 방향을 잡고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고가 돌파 서울 아파트
서울 곳곳에선 신규 매매 거래가 전고점을 넘는 것은 다반사다. 거품으로 생각했던 지난 상승기 시세가 정상가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이유다.

KB부동산이 집계하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7월 한때 정점을 지난 후 2년 가까이 예전 수치를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고점을 넘어서는 지역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지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2024년 9월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7월 기록했던 101.7을 돌파한 뒤 하락 없이 치솟고 있다. 올해 6월 2주(6월 9일 기준)에는 115.6을 기록했다. 현재 KB부동산은 2022년 1월 집값을 100으로 잡고 이를 기준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집계하고 있다.

그사이 강남에선 압구정동, 대치동에서 신고가 소식이 이어졌다. 특히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지난해부터 조합설립인가 이후 3년이 지나며 매매가 가능해지자 거래가 터졌다. 압구정 신현대 전용면적 108㎡(35평형)는 2021년 10월 36억원에 최고가를 찍은 뒤 주춤하다가 2024년 6월 44억원에 손바뀜됐고 그 후 꾸준히 실거래 가격이 상승한 끝에 올해 4월 62억원을 기록했다.

압구정과 대치는 올해 3월 강남3구 및 용산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지정 전부터 이미 재건축 호재, 삼성동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 등으로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되고 있었다. 갭투자가 어려운 데다 거래가액이 워낙 높아 일반 수요자들에게는 그저 ‘부자들 소식’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올해 들어 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양천구 등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저가 매물들이 새 주인을 찾으며 사라지더니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다.

스타트는 용산이 끊었다. 용산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초 103.7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고점(102.6)을 돌파하더니 6월 2주에는 109.2를 기록하며 강북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 부동산 상승기 20억원을 노크했던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전용면적 59㎡ 타입(25평형)은 거래량이 급격히 늘더니 5월 20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마포와 성동도 뒤이어 전고가를 넘겼다.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는 곳은 목동신시가지아파트가 밀집된 양천이다. 동네 대장주인 목동신시가지7단지 전용면적 59㎡는 올해 5월 21억원에 손바뀜됐다. 이 타입 실거래 가격은 2021년 16억원을 넘긴 뒤 2023년 14억원께에서 빠르게 반등했다. 광진, 종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전고점을 돌파했다.

강동과 동작에서는 일부 인기 아파트가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면적 84㎡(33평형)이 지난 5월 31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시세를 3.3㎡당 1억원에 가깝게 끌어올렸다. 서울 외곽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에서도 저렴한 매물이 거래되며 점차 전고가에 다가가고 있다.
또 등판한 ‘젊은 실수요’
부동산 전문가와 지역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금의 매수세를 이끄는 주축은 젊은 실수요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강남이나 목동같이 학군이 좋지만 가격대가 높은 곳은 40대, 마포나 성동같이 ‘직주근접’이 가능하고 신축 아파트가 많은 곳은 30대 매입자 비중이 높다.

투자가치가 높은 일명 ‘상급지’ 상당수가 전세 끼고 집을 살 수 없는 토허제에 묶인 데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등이 여전히 높아 갭투자 수요는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해 본격화한 엔데믹 이후 급증한 혼인 건수, 반등한 출산율 등이 이들 실수요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 20만 건 밑으로 떨어지며 이듬해까지 매년 감소하던 혼인건수는 2023년 19만4000건으로 반등해 지난해 22만2000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1~3월) 혼인건수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늘었다.

새로운 실수요층이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전세가격도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보합이던 서울 아파트 전세는 2월과 3월 0.07%, 0.23% 오른 뒤 4월 0.11%, 5월 0.19%로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

신규 수요의 꾸준한 진입으로 인해 곧 지난 상승기 당시의 ‘순환매’ 장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갈아타기 수요가 비싼 동네로 몰리며 고가 주택의 가격이 높아지는 동시에 신규 수요가 갈아타기 수요의 기존 주택을 사들이며 상승세가 확산되는 흐름이다. 이처럼 전반적인 집값이 오르면 불안감을 느낀 잠재수요가 매매 시장에 진입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현재 서울 주요 지역에선 매도인과 젊은 매수인 간 ‘눈치 보기’가 진행되고 있다. 매도인이 매물을 거두고 호가를 급격히 올리면서 거래량은 다시 감소했다. 그러나 KB부동산의 매수우위지수는 6월 9일 기준 82.98을 기록하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최근의 집값 상승을 보면서 그동안 정부 규제로 인해 눌려왔던 갈아타기 수요가 생각했던 것보다 두껍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미 3.3㎡당 2억원 선까지 올라버린 강남이 더 오를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한 실수요로 인해 서울 다른 지역이 키 맞추기를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추가 상승할 이유 충분해
이 밖에도 집값이 계속 오를 만한 변수는 많다. 수요는 늘고 있는데 내년과 내후년 서울 입주물량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R114에서 집계한 올해 입주물량(임대가구 제외)은 3만5779가구인데 내년에는 절반 수준인 1만8016가구, 2027년에는 8217가구로 감소한다.

그동안 건축비, 인건비, 토지비 등의 상승으로 아파트 분양가격도 크게 올랐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발표한 ‘5월 말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은 3.3㎡당 4568만원으로 나타났다. 일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제외하면 더 이상 ‘로또 분양’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가뜩이나 신규 공급이 부족한데 수요자들의 눈이 기존 아파트로 쏠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금리도 떨어지고 있다. 5월 한국 기준금리가 2.50%로 인하된 가운데 시장에선 당장이 아니라도 연말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잇따라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집값 하락 요인으로는 악화하고 있는 경기와 7월 시행될 스트레스DSR 3단계가 꼽힌다. 경기 악화 우려가 여전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며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가 사라지며 주가도 오르고 있다. 최근 부동산정책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유화적인 ‘워딩’도 긍정적인 요소다.

스트레스DSR 3단계가 집값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9월부터 스트레스DSR 2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시장도 대출규제에 이미 적응했고 3단계에 따른 추가적인 가산금리 적용으로 인해 줄어드는 대출한도도 1000만~3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이 저렴한 지역 아파트는 상승기에 수십억씩 오르는 강남 아파트와 달리 상승폭이 적은 만큼 하락기에 조정의 수준도 얕은 특징이 있다”며 “지금의 상승세가 지방까지 퍼지기는 어렵겠지만 서울 외곽이나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지역 집값이 빠른 기간 내에 전고가를 회복하기는 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시장이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지금이 정부에서 집값 대책을 내놓을 타이밍이었는데 기재부 장관이나 국토부 장관도 없는 상태에서 이를 놓친 것 같다”며 “정부나 서울시에서는 당장 시장에 개입하기보다 스트레스DSR 3단계 시행 여파를 본 뒤 움직이려 하겠지만 스트레스DSR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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