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요약본] 나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입니다
클립아트코리아

‘나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입니다’는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보이스피싱은 ‘검찰을 사칭한 사람이 돈을 요구한다’는 단순한 장면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아현씨가 직접 겪은 보이스피싱은 교묘하고, 복잡했는데요. 독자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나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입니다’(https://www.hani.co.kr/arti/SERIES/3310?h=s)를 통해 상세한 기록과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드립니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그들은 계속 나에게 새로운 정보를 주입한다. 나는 정보를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나름대로 이성적, 합리적으로 사고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새로운 정보가 전체 사건을 지배하는 대전제에서 조금씩 엇나가 있거나 논리적으로 상충하는 부분을 인지한다. ‘엠바고 지키기’가 대표적인 예시다. 정말 지켜야 하는 수사 비밀이라면 차라리 가상의 사건을 만들어서 알리바이로 쓰라고 주는 게 나을 텐데, 이런 식으로 거짓말을 더해가는 게 더 아슬아슬하지 않나? 하지만 검사에 대한 믿음, 수사당국을 향한 신뢰, 그리고 사법 체계에 대한 무지가 어우러져 ‘내가 모르는 게 더 있겠지, 설마 이렇게 허술하진 않겠지’와 같은 생각으로 이끈다. 결국 최종 의사결정은 논리적으로 설득되지 못한 채 비합리적으로 내린다.

이런 판단 과정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다룬 설득의 세 가지 요소―로고스(논리), 파토스(감정), 에토스(화자에 대한 믿음)―간의 역학 관계를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나는 에토스와 파토스가 로고스를 압도하는 현상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논리적 모순점을 발견했음에도 권위에 대한 신뢰(에토스)와 불안(파토스)이 이성적 사고 체계(로고스)를 마비시키는 경험을.

게티이미지뱅크

그는 사는 곳은 어디인지, 혼자 사는지, 지금 소지하고 있는 카드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발급 시점은 언제인지 등 자연스럽게 질문을 이어갔다. 삼성역 출구 앞에서 정신없이 통화했던 탓에 대화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유효기간이 지난 카드를 폐기하지 않고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훈계를 들었다. 제때제때 카드를 폐기하지 않아서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범죄에까지 악용된 게 아니냐는 전제 위에서 하는 말이었다. 이런 말들이 한 겹 한 겹 쌓이면서 상황이 억울한 게 아니라 내 잘못 위에 벌어진 일이라는 프레임이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했다. 아무튼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체크카드가 집에 있다면 아무도 없는 집에서 카드를 가져오게 했을 것이고(나중에 현금을 인출해 간다), 내가 혼자 살았다면 아마 모텔이 아니라 집에 격리한 채 이후 과정을 진행하지 않았을까.

“메신저는 어떤 것들 쓰고 계세요?” 서희재 검사가 이어 물었다. 나는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카카오톡이나 슬랙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커뮤니티에서 쓰고 있는 디스코드도 말해야 하나 싶으려던 차, 텔레그램은 써봤냐고 물어서 예전에 설치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버지가 카카오톡 대신 텔레그램을 사용하던 시기가 있어 앱을 깔아본 경험이 있었다, 소통은 주로 문자로 했지만. 검사는 텔레그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먼저 언급했다. 사회적으로 범죄에 악용되는 등 안 좋은 시선이 있지만(이게 복선이었을 줄이야), 동시에 그만큼 보안이 뛰어나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안이 중요한 이런 사건에서는 필수적이라면서, 앞으로의 소통은 텔레그램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나는 뉴스에서 검찰이나 국회의원들이 텔레그램으로 대화하거나, 텔레그램 소통이 추적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있어 별다른 의문 없이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앱스토어에 들어가 텔레그램을 설치하고, 검사가 불러준 아이디를 추가했다. 이름과 관련된 영어단어와 숫자가 조합된 아이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음에 할 일은 중고폰 구매였다.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3366.html?h=s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나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입니다

피해자를 겨누는 더 상세한 수법과 정황이 기록된 전문을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스물여덟, 보이스피싱에 당하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98529.html?h=s

▶“주소는 ‘대검찰청 점 커뮤니티 점 한국’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99742.html?h=s

▶“엠바고가 걸려있는 특급 사건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0997.html?h=s

▶보이스피싱범에게 직장 생활 설교를 듣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2130.html?h=s

▶보이스피싱범의 사려깊은 한마디 “비하하는 건 아닌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03366.html?h=s


김아현 작가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0280 '소집해제' BTS 슈가, 음주운전 재차 사과…"실망 끼쳐 죄송"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79 억대 연봉 '킹산직' 떴다...현대차 채용에 취준생들 ‘들썩’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78 이명현 순직해병 특검 "尹 대면조사 당연…원칙대로 하겠다"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77 광주·전남 폭우 피해‥산사태 경보에 주민 대피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76 코스피 시총 올해 500조원 불어나…‘1조 클럽’ 25개사 증가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75 트럼프, ‘금리 동결’ 연준 의장에 또 해임 경고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74 이 대통령 “SNS에 외교 상대국 언어 병기”…G7땐 이시바 곧바로 화답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73 "북촌은 K컬처 쇼룸"…한옥, 럭셔리 브랜드가 되다 [비크닉]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72 익산 함라 161㎜ 폭우…전북서 건물·도로·농경지 침수 속출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71 이란 "농축 핵물질 이미 옮겨놨다" 주장‥서방에 '딜레마' 전략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70 李대통령 “SNS 외교 메시지, 상대국 언어 병기 방침”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69 민주 “윤석열 코드인사·무능 공공기관장 즉각 사퇴해야”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68 “북촌은 K컬처 쇼룸”…한옥, 럭셔리 브랜드가 되다 [비크닉]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67 [속보] 금강 유등천 문암교 '홍수주의보'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66 쌀값 결국 두 배로…일본 물가 치솟다 [이런뉴스]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65 "몸은 축나고 급여 반토막"…정부 오판에 루게릭병 가족 비명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64 ‘채상병 특검’ 이명현 “윤석열 대면 조사? 당연한 것···원칙대로 하겠다”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63 남양주서 40대 운전 차량, 은행 ATM 부스로 돌진…2명 부상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62 광주·전남 호우 이어져…밤까지 강한 비 전망 new 랭크뉴스 2025.06.21
50261 박찬대, 23일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 출사표는 "안정적 원팀" new 랭크뉴스 202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