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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그건 장관님 오신 뒤에 다시 봐야죠.”

최근 경제부처 내부 회의에서는 이런 말이 자주 나온다고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기존 장관들이 유임된 상태지만, 사실상 ‘새 정부 인선 대기’ 국면에 들어가면서 주요 정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해도 재검토·보완 지시가 반복되다 보니, 일선에서는 “일은 계속하지만, 아무 일도 확정되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나옵니다.

이 같은 ‘제자리 행정’은 이재명 정부가 조기 대선을 통해 급박하게 출범한 구조와 맞물려 있습니다. 6월 3일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하루 뒤인 6월 4일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현재까지 장관 내정자는 단 한 명도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차관 인사만 이뤄졌을 뿐입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데다 ‘검증 우선’ 기조가 더해지면서 인선 시계가 전체적으로 늦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이 기간에 국무회의는 세 차례 열렸지만, 모두 전 정부 인사들이 그대로 참석했습니다.

이주호 국무총리 직무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하 전체 국무위원은 이 대통령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한 상태입니다. 현재는 대통령이 일부만 사표를 수리한 상황으로, 정식 인선이 완료될 때까지 기존 장관 체제를 유임시키겠다는 의도이지만, 사실상 정책 공백의 틀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 /뉴스1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공백의 부담을 가장 크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공약을 반영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초안 작업이 내부적으로는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방향을 결정지을 새 부총리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판단은 유보된 채, 디테일을 정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차관이 업무를 맡고는 있지만, 부총리 결재가 필요한 조세·재정 정책에는 손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부처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경제부처 과장은 “업무 보고 자료를 밤늦게까지 준비하지만, 내부에서도 ‘이게 그대로 반영될지 장담하지 못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죽은 노동’ ‘대포는 못 쏘고 각도만 조절하는 상태’라는 자조 섞인 말이 돌고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과 수정은 반복되지만, 최종 결정 없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정책 공백은 각 부처의 대외 활동 축소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부처는 “괜히 메시지가 잘못 나가면 새 장관이 바뀌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보도자료 발표도 최소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초기 공백은 이번 정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도 1기 내각 인선에만 6개월 이상이 걸리면서 정책 동력이 크게 약화한 바 있습니다. 장·차관의 일괄 사의 표명에도 인선은 늦어졌고, 실제 정책보다는 ‘공석 대기’의 분위기가 이어졌다는 평가입니다. 이번 정부 역시 유사한 길을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장·차관 후보자 ‘국민 추천제’도 인선 지연의 변수로 꼽힙니다. 대통령실은 지난 10일부터 추천을 받아 총 7만4000여건을 접수했습니다. 실무 부처에서는 “추천 이후 검증과 청문회까지 최소 1~2개월은 걸린다”며, 현실적으로 장관 인선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합니다. 한 경제부처 사무관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인선이 계속 늦어지면 부처의 업무 동력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정책 공백에 대해 국정기획위원회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고 있는 국정기획위는 최근 부처 업무보고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한주 위원장은 기획재정부를 콕 집어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2017년 업무 보고에 비해 공약에 대한 이해도와 충실도가 떨어진다”며 “공약 관련 보고 내용이 덜 충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경제1분과장을 맡아 기재부 업무를 총괄한 바 있습니다.

국정기획위의 질타도 일리는 있지만, 인사와 정책 방향 모두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처가 뚜렷한 판단을 담은 보고서를 내기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초반에는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 같은 구체적인 정책 기조가 명확해 부처별 보고도 방향이 뚜렷했지만, 이번에는 ‘성장’이라는 원론적 메시지 외에는 핵심 국정과제나 정책방향이 불분명하다 보니 보고서 내용도 각자도생식으로 흘러 국정기획위원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권 교체기의 정중동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경제 사정은 정부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8월은 돼야 정책 시계가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정권 초반의 ‘골든 타임’이 무기력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조속한 인선과 실행력 회복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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