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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이사까지 마쳤는데 알고 보니 가짜 집주인과 거래한 거라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지난달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했습니다.

■“도어락 번호까지 알려줬어요”…믿었는데 가짜였다

장 모 씨는 중고 거래 앱에서 이사 갈 집을 찾았습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해 집주인에게 연락했는데요. 집주인은 자신이 타지에 있다며 집을 구경할 수 있게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려줬습니다. 실제로 보니 집이 더 맘에 든 장 씨는 정식 계약을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만나서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으나, 당일 집주인이 급한 일이 생겼다며 전자계약을 하자고 했습니다. 장 씨는 집주인이 알려준 계좌로 보증금 2천만 원과 첫 달 월세까지 송금했습니다.

상대가 가짜임을 알게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사를 마친 장 씨가 보일러 문제로 집주인에게 연락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장 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집주인을 수소문했고 '진짜' 집주인과 통화를 하게 됩니다. 가짜 집주인은 남성이었는데 수화기 너머 진짜 집주인은 이름만 같은 여성이었습니다.


■ 집주인 신분증까지 위조…누구나 피해자 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피해자가 속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수법은 정교했습니다.

중고 거래 앱에 집을 시세 대비 싸게 올린 뒤 "원래 5천만 원은 받아야 하는 데 오래 공실이어서 싸게 내놨다"며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피해자가 매매를 문의했다가 비용 문제로 포기하자 보증금을 천만 원 올려 반전세로 하자고 회유하기까지 했습니다.

또 집의 현관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어, 피해자로서는 가짜라고 의심하기 어려웠습니다.

계약 과정에서는 진짜 집주인의 이름과 주소지까지 위조한 '신분증'을 제시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민등록번호 일부 숫자가 달랐지만, 사실 세입자가 숫자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집을 관리해 주는 지인'이라며 공인중개사도 소개해 줬습니다. 피해자는 이 공인중개사의 안내에 따라 전자 서명 사이트에서 서명까지 했는데 이 또한 가짜였습니다. 알고보니 해당 공인중개사무소도 전남 목포에 있는 공인중개사무소의 이름을 도용한 거였습니다.

이미 이사까지 마친 피해자는 우선 실제 집주인과 다시 월세 계약을 맺고 머무르고 있지만 보증금 2천만 원을 돌려받을 길이 없어 막막합니다.

경찰은 매물로 나온 주택의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누군가가 공실인 점을 노리고 사기를 저지른 거로 보고 수사에 나섰습니다.

[연관 기사] ‘중고거래’ 통해 이사까지 했는데…“집주인이 아니네” (2025.06.19.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83099

■시중 앱 3개 사용해 보니…한 개 빼고 집주인 행세 '제한 없어'

이번 신종 사기의 특징은 중고 거래 앱을 이용해 부동산 거래 비대면으로 이뤄졌다는 점인데요. 부동산 직거래 거래는 피해자가 이용한 당근마켓을 포함해 복덕빵, 다방 등 다양한 부동산 거래 앱에서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당근마켓과 복덕빵, 다방까지 3개 앱에 집주인인 척 세입자를 구하는 글을 올려봤습니다. 이중 당근마켓만 유일하게 계정주가 매물의 등기부등본상 집주인인지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복덕빵과 다방은 별다른 제재 없이 타인의 부동산을 자기 것인 양 글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당근마켓도 완벽하진 않았습니다. 집주인 인증을 하면 사용자 프로필 옆에 집주인 인증 배지를 부여할 뿐, 광고 글을 올리는 거 자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허위 매물과 사기를 완전히 예방하긴 어렵습니다. 이번 부동산 사기 피해자도 당근마켓에 올라온 매물을 보고 사기를 당했습니다.

■폭증하는 중고 거래 앱 부동산 거래 …가이드라인 효과는 '글쎄'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당근마켓에서 거래된 부동산 건수는 2021년 268건에서 지난해 59,451건으로 20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최근 2년간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한 부동산 거래 가운데 허위 매물 등 사기로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것만 18건, 피해 액수로는 17억 원이 넘습니다. 중고 거래 앱을 통한 부동산 거래량이 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에 운영 가이드'를 배포했습니다.

플랫폼 운영 사업자에게 광고 게시자와 부동산 소유자 간의 관계, 매물 등록 시 필수 기재 정보, 부동산 거래 시 플랫폼 이용자가 준수 및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하여 안내하라고 권고한 건데요.

실제로 당근마켓은 이 가이드가 배포된 즈음, 부동산 등록 시 집주인 확인 절차를 강화했습니다. 다만 가이드라인이 권고 수준이라 이행을 강제할 수 없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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