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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월, 서울 마포구 소재 동물 카페를 운영하는 A씨가 망치를 들고 개를 학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망치로 반려견을 때려죽여 복역한 뒤에도 영업을 지속하던 동물카페 업주가 돌연 사업장 문을 닫고 동물들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현행법을 어기는 불법 영업이 의심되는 가운데, 전시하던 동물들의 안전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 마포구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서교동의 한 동물카페가 영업을 중단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마포구, 이전 동업자 등과 별개의 법적 분쟁 도중에 동물들을 카페에서 모두 빼내고 영업장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동물학대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지난 2022년 자신의 동물카페에서 지내는 반려견 ‘뚠이‘를 망치로 폭행해 죽인 혐의를 비롯해 동물원수족관법 위반,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지난 2023년 12월 만기출소했다.

지난 2022년, 서울 마포구는 해당 동물카페에서 개와 고양이들을 긴급격리조치했다. 현재 개와 고양이들은 마포구의 위탁을 받아 동물자유연대가 보호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에서 마포구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긴급격리된 동물들은 마포구의 위탁을 받아 동물자유연대가 보호 중이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사건 처리 과정에서 A씨와 마포구 간 소송전도 벌어졌다. 현장을 확인한 마포구는 그 자리에서 개와 고양이들을 보호조치했다. A씨는 이 조치에 불복해 법원에 마포구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제기했지만, 최근 대법원은 마포구의 조치가 정당하다는 기존 재판 결과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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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으로부터 최종 판단을 받은 마포구는 A씨를 상대로 보호비용을 청구할 예정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지자체는 긴급격리를 실시한 동물의 보호 비용을 소유자에게 받아낼 수 있다.

A씨가 돌연 영업을 멈추고 동물들을 영업장에서 빼낸 건 마포구에 지급해야 할 보호비용과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A씨는 과거 동업자와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이 동업자로부터 전시동물들을 압류당할 처지에 놓이자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초 서울 마포구 소재 동물카페를 방문한 제보자가 촬영한 당시의 모습. 현행법상 반려동물로 분류되는 고양이와 페럿이 한 공간에 있다. 제보자 제공


문제는 A씨의 영업이 다방면에서 불법성을 보였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제대로 인지하고 통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제보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고양이와 페럿, 개 등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에 해당하는 동물들이 최소 6마리 이상 전시돼 있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 5마리 이상을 영업장에 전시하려면 '동물전시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동물학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A씨는 2028년까지 동물전시업 영업이 불가능하다. 제보대로라면 그가 영업을 불법으로 강행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불법영업 여부를 확인하고 영업정지 등 조치를 취해야 할 마포구는 A씨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마포구 관계자는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업무를 인계받으면서 A씨와의 소송 결과에 따른 (긴급격리 동물) 보호비용 청구만 준비했지, A씨가 동물카페 영업 중인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A씨가 영업장을 폐쇄하고 모습을 감춘 이상, 제보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지만 향후 동향은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A씨의 영업장은 그동안 주기적으로 서울시의 점검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현행 야생생물법에 따라 동물원 또는 수족관이 아니면 야생동물을 전시할 수 없지만, 과거 영업을 해온 야생동물카페에 한해 신고 절차를 밟으면 2028년까지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이 유예조항에 따라 A씨는 지난 2023년 야생동물카페 신고를 마쳤고, 서울시의 전수조사 방침에 따라 올해 상반기까지 점검도 받았다. 서울시는 A씨의 영업장에서 별다른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동그람이가 받은 제보에 따르면 이 동물카페에서는 야생생물법상 금지된 동물 만지기 등의 전시 행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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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기간을 받은 야생동물카페는 야생동물 전시가 가능하지만, 만지기 등 동물 체험은 불가능하다. 사진은 6월 초 제보자가 서울 마포구 소재 동물카페를 방문해 동물과 접촉한 모습. 이를 제지하는 직원은 없었다는 게 제보자의 설명이다. 제보자 제공


원인은 적용되는 법과 관할 부처가 다른 데 있었다. 현행법상 동물전시업과 야생동물카페는 관리하는 부처가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로 제각각이다. 지자체 역시 반려동물 관련 부서와 야생생물 관련 부서로 나뉘어 있다. 즉, 반려동물 관련 부서는 긴급격리 관련 소송만 맡고, 야생생물 관련 부서는 야생동물카페 관련 점검만 진행하면서 A씨의 동물학대 이력과 불법 소지가 있는 영업행태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야생동물카페 후속 관리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야생생물법 개정 과정에 참여했던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야생동물카페) 신고를 받은 이후 환경부는 야생동물카페의 변동 현황을 파악하려는 노력도 없고 사실상 방치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야생동물카페 점검 가이드라인을 내리고, 파악해야 할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에 "환경부에서 야생동물카페 현황을 파악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담당자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1년에 두 차례 전수조사를 실시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A씨를 막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동물학대범의 동물 사육을 용인하는 현행 법체계로 지목된다. 동물자유연대 송지성 위기동물대응팀장은 "A씨와 관련된 문제가 수년간 제기되고 있는데도 이 사람이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 것도 학대범의 동물 소유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며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 한시라도 빨리 논의가 되어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야생생물법 개정 취지에 벗어난 중앙부처의 관리도 문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야생동물카페에 영업 유예기간을 준 취지는 그동안 전시하던 야생동물들을 안전하게 보호한 뒤 정부의 보호시설로 옮기든 동물원으로 보내든 조치를 취하라는 의미"라며 "개체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어야 법 제정 취지를 지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email protected]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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