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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vs 아들’ 대립에 미국 행동주의 펀드까지 가세
시험대 오른 콜마홀딩스 지배구조
소액주주들 ‘캐스팅보트’ 부상 관측

한국콜마그룹이 창업 35년 만에 최대 위기에 처했다. 가족 간 경영권 갈등이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주식 반환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그룹 승계 구조가 분수령을 맞았다. ‘부자(父子) 소송’이라는 이 회사 초유의 상황에 미국 행동주의 펀드까지 가세하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오너 리스크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 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보유 중이던 콜마홀딩스 지분 28.18%를 장남 윤상현 부회장에게 증여했다. 현재 윤 부회장은 지분 31.7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윤 회장의 장녀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는 7.6%, 윤 회장은 5.59%의 콜마홀딩스 지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 미국 행동주의 펀드 ‘달튼 인베스트먼트’가 지분 5.69%를 확보해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경영권 구조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그래픽=손민균

‘조용한 승계’ 무너뜨린 내부 충돌
이번 갈등의 출발점은 지난 2018년 체결된 3자 합의다. 윤 회장은 장남에게 한국콜마와 콜마홀딩스를, 장녀에게는 콜마비앤에이치를 각각 맡기고, 본인은 전체 그룹을 조율하는 체제를 구성했다. 한때 ‘조용한 승계’의 모범 사례로 꼽혔지만,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부진을 계기로 균열이 시작됐다.

윤상현 부회장이 외부 인사와 함께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며 임시 주주총회를 추진하자, 윤여원 대표는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윤 회장은 지난 5월 30일 장남에게 증여했던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 주(액면분할 후 460만 주 상당)의 반환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윤 회장은 “증여는 경영 합의를 전제로 했으며, 현재 경영 질서가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 부회장 측은 “경영권과 증여는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경영 합의’와 ‘증여 계약’이 법적으로 어떤 효력을 갖는지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콜마홀딩스의 지배구조뿐 아니라, 한국 재벌 승계의 핵심 관행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버지·딸 vs 아들·달튼’… 지분 경쟁 확산
분쟁은 가족 내부를 넘어 외부 세력까지 얽힌 지분 경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달튼은 올해 3월 지분율을 5.69%까지 높이고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윤상현 부회장과의 연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콜마홀딩스의 주요 주주 구도는 윤상현 부회장(31.75%), 윤여원 대표(7.6%), 윤동한 회장(5.59%), 달튼(5.69%)으로 구성됐다. 나머지 중 38.55%는 소액주주 지분이다. ‘창업주·장녀’와 ‘장남·행동주의 펀드’ 연합, 그리고 소액주주 표심이라는 3자 구도가 형성되며, 경영권 향방은 주주총회와 이사회 재편 과정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한국콜마 경영권 분쟁은 외부 자본이 오너 일가의 가족 경영 구조에 본격적으로 개입해 전통적인 오너 중심 경영 질서를 흔드는 사례로도 꼽힌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달튼 인베스트먼트가 콜마홀딩스 지분을 5% 이상 확보하고 경영참여를 선언하면서, 기존 남매 간 갈등 구도에 외부 세력이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이에 따라 창업주·장녀 연합과 장남·달튼 연합, 그리고 전체의 38%가 넘는 소액주주 표심이 맞서는 다자 구도가 형성됐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는 단순히 지분율만으로 승패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콜마홀딩스의 소액주주 지분율이 38.55%에 달해, 향후 주주총회나 이사회 재편 과정에서 이들의 표심이 실질적인 경영권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오너 일가와 소수 주요 주주의 표 대결로 결론이 났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그동안 변방에 머물렀던 소액주주가 핵심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이처럼 외부 행동주의 자본과 소액주주가 결합해 오너 중심 경영질서에 도전하는 구조는, 한국 재벌 중심 지배구조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쟁이 단순한 가족 내분을 넘어, ‘주주 민주주의’ 실험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한국콜마 제공

지분 경쟁 기대감에 주가 급등… “장기화 땐 리스크”
경영권 분쟁이 알려진 지난 18일, 콜마홀딩스 주가는 전일 대비 29.99% 상승해 상한가인 1만5950원에 마감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콜마비앤에이치 역시 4.28% 오르며 동반 강세를 보였다.

다음날인 19일에도 콜마홀딩스 주가는 전일 대비 9.34% 오른 1만7440원에 마감했다. 반면 콜마비앤에이치는 1만5150원으로 전일 대비 소폭(-1.3%) 하락했다.

보통 경영권 분쟁은 기업 불확실성을 키워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지만, 이번 사례에선 지분 확보 경쟁 기대감이 오히려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특히 소액주주 지분이 38%를 넘는 상황에서, 세력 간 표 대결과 주식 매입 경쟁이 주가를 단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촉매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분쟁이 장기화하거나 경영 공백이 이어질 경우, 그룹 전반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의 이사회 진입부터 주요 주주의 지분 변화 가능성까지, 거버넌스 요인이 시장에서 주가를 움직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콜마홀딩스를 둘러싼 구조적 변화는 아직 진행 중”이라면서도 “투자자들은 이미 행동주의와 지배구조 개편이 가져올 기회와 리스크를 함께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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