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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에서 태어난 피터 무타바지(51)는 어린 시절 어버이날 추억이 없다. 다섯 남매 중 장남이던 무타바지는 이틀에 한 번 밥을 겨우 먹을 만큼 가난했다. 그가 살던 우간다 마을에선 2살이 되기 전 영양실조나 말라리아로 숨지는 아이가 많았다.

10살 때 그는 배고픔과 가난, 학대를 피해 부모 집에서 도망쳤다. 이후 그는 무작정 캄팔라행 버스표를 샀다. 버스에 탄 내내 "친아버지에게 들키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무타바지는 캄팔라 시내에서 5년간 노숙 생활을 했다. 워낙 가난해 18세 이전에 찍은 사진은 한장도 없다. 그는 장을 본 사람들의 짐을 자동차까지 날라주고 그 대가로 음식을 얻어먹으며 살았다.

우간다 출신인 피터 무타바지(가운데 흑인 남성)는 어린 시절 어버이날 추억이 없다. 그러나 이제 그는 47명의 위탁 아동을 키워낸 '아빠'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 페이스북

그러던 중 만난 '키다리 아저씨'는 장 보러 갈 때마다 무타바지에게 먹을 걸 줬다. 짐승처럼 살고 있단 슬픔도,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도 그때만큼은 잠시 사라졌다. 1년 반 후, '키다리 아저씨'는 무타바지를 "기숙학교에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에 "친절한 그 남성이 내 삶을 완전히 바꿔 놨다"고 회상했다. 한땐 노숙자였지만, 이제는 8년간 47명의 아동을 위탁 양육한 '아빠'가 된 무타바지의 사연을 WP가 전했다.

그의 SNS에는 "내가 머리카락이 없다고 애들 머리까지 못 묶는 건 아님"과 같은 글귀가 적혔다. 아빠가 땋아준 머리에 미소짓는 딸. 페이스북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준 양아버지 덕에 무타바지는 우간다 명문인 마케레레 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웠다. 영국 런던에서 공부하던 그는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건너가 신학을 전공했다. 아동 권익단체 컴패션에서 2006년부터 근무한 그는 현재 월드비전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위탁 아동이었던 앤서니(백인 남성)는 이제 그의 아들이다. 우간다를 방문한 무타바지 부자. 페이스북

미국에 왔을 때 그는 미국에도 굶주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결심했다. 위탁 부모 교육 과정에 등록해 자격을 얻은 뒤 2017년 앤서니를 위탁 양육하며 아빠로서 인생을 시작했다. 앤서니는 그 뒤 무타바지에게 입양됐다. 이제 19살이 된 앤서니는 양아버지 무타바지와 함께 '형제자매'들을 돌본다.

위탁 양육 아동이 47명이나 된 이유는 아이를 형제자매와 헤어지게 할 수 없어 한꺼번에 맡았기 때문이다. 상당수는 무타바지 손에서 자란 뒤 독립하거나 새 가정을 찾아 떠났다. 현재는 아이 6명을 돌보고 있다.

"모든 인종 아이를 돌본다"는 신념 때문에 백인 아이도 키우다 보니 오해를 사 경찰에 신고된 적이 무려 11번이다. 그래서 무타바지는 항상 위탁 양육 및 입양 서류 등을 챙겨 다닌다고 한다.

그는 위탁 아동을 돌볼 예비 부모에게 도움이 되고, 입양·위탁 양육에 대한 편견을 없애려 SNS에 일상생활을 올린다. SNS에는 초경을 맞이할 위탁 아동을 위해 미리 생리대를 옷장 서랍에 넣어두거나, 딸들 머리를 예쁘게 묶기 위해 애쓰는 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게시물엔 "내가 머리카락이 없다고 애들 머리까지 못 묶는 건 아님"과 같은 글귀가 적혔다. 그는 자기 인생을 담은 책과 양아버지로서 얻은 교훈을 담은 책 2권을 펴냈다.

이제 무타바지에게 어버이날은 여러모로 특별한 날이라고 WP는 전했다. 그는 현재 암투병 중인 양아버지를 만나러 우간다도 자주 찾는다. 무타바지는 WP에 "고통스러운 과거가 항상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삶을 통해 증명하고 싶었다"면서 "나는 희망을 찾았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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