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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7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한 시민단체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의사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현수막을 걸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대규모 파업을 벌인 영국 의사들이 또다시 파업을 논의하고 있다. 의료 노조인 영국의학협회(BMA)는 7월 7일까지 파업 여부를 두고 투표를 진행 중이다. 파업이 결정되면 영국 내 수천명의 수련의가 내년 1월까지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공공 재정으로 대부분 무상 의료 서비스가 이뤄지는 영국에선 정부가 의사들의 임금을 결정한다. 수련의들은 이미 지난 2년간 파업을 통해 22.3%의 임금 인상을 얻어냈다. 이 기간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진과 치료를 기다려야 했던 환자들은 큰 피해를 봤다. 지난해 영국 병원에서 응급실에서 대기하다가 숨지는 사람이 한 해 1만4000명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영국 정부는 수련의 급여를 올해 5.4%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렇게 되면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의사의 초봉은 3만8800파운드(약 7175만원)에 이른다. 지난 3년 동안 9500파운드(약 1756만원)가 올랐지만, 수련의들은 오랜 임금 동결로 실질 임금이 2008년 대비 35% 낮아졌다며 '임금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끝나지 않는 의료 파업으로 영국 내에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영국 의료계 고위 인사들은 지난 8일 가디언 기고문에서 "쓸데없는 행동"이라며 "(파업은) 환자에게 해를 끼치고 공공보건서비스에 반대하는 이들을 돕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파업 찬성 측은 수련의들이 대학 졸업 후 엄청난 빚에 시달리고 있다며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재정 부족으로 일부 의사들은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금 인상에도 "랜덤 배정 불만"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가 2025년 2월 17일 영국 남서부 브리스톨의 검진 센터를 방문해 의사와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의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의 신입 의사들이 병원을 배정받는 방식 때문이라고 전했다. 영국은 최근까지 시험 성적순으로 수련의들의 병원을 배정했는데, 소수 민족 출신 지원자들이 시험에 불리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지난해 지원자들에게 컴퓨터로 생성된 순위를 부여하는 일명 '뺑뺑이' 제도를 도입했다. 지원자의 우선순위를 고려하지만, 병원의 수용 인원에 따라 원하는 지역에 배정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방식으로 지난해 지원자의 75%가 1지망 지역에 배정됐는데, 성적순 배정이었던 2023년의 71%보다 높아졌다.

이와 관련, 아이텍 에르딜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결정"이라며 "배정 알고리즘은 1지망 지역에 합격하는 학생 수를 최대화하려 하는데, 이를 아는 지원자들이 사이에서 '눈치 싸움'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지원자들이 일부러 인기가 높은 지역을 피해 차순위 지역을 써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가장 인기가 많은 런던의 경우 정원의 세 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이코노미스트는 "추첨으로 런던에 갈지 북아일랜드에 가게 될지가 결정된다"며 "열심히 공부하려는 동기를 약화하고 의대 순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한 수련의는 "이미 결혼한 의사들의 가정생활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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