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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 억제제로 고요한 밤 회복
나찬호 조선대병원 피부과 교수


아토피피부염은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주지만, 명확한 원인을 알기도 어렵고 마땅한 대책도 없는 질환으로 여겨져왔다. 다행히 지금은 다양한 증상이 발현되는 과정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덕에 더 나은 치료제가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특유의 가려움증을 효과적으로 가라앉히는 약은 깊은 잠을 자기 어렵던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나찬호 조선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이렇듯 치료의 선택지가 넓어진 만큼 환자와 의료진 간 소통이 보다 확대돼야 치료 효과도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4일 나 교수의 진료실에서 아토피피부염의 최신 치료 경향과 환자 및 가족이 주의할 지점에 대해 들어봤다.

- 아토피피부염을 흔한 피부 질환으로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주요한 특성을 설명해준다면.

“아토피피부염은 유병률이 높다. 소아 유병률은 10~20% 정도며, 요즘은 노년기까지 발병하는 경우도 늘어 성인 유병률은 3~10% 정도로 추정된다. 단순히 영유아에 국한된 질환이 아니라 전 연령층으로 확대된 만성 피부 질환으로 생각하면 된다. 가장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기본적으로 ‘가려운 질환’이라는 점이다. 가려움증이 연령별로 형태와 발병 범위가 달라지는 것도 특징이다. 영아기엔 얼굴에 진물이 나거나 붉게 변하고 두피에 각질이 많아진다면, 2세 전후를 기점으로 피부가 접히는 관절 주변을 중심으로 병변이 나타나며 만성화되면서 피부가 두꺼워지고 거칠어지는 증상을 보인다. 청소년기부터 성인기에 접어들면 얼굴, 목, 손, 발 등 특정 부위에 주로 증상이 집중된다.”

- 아토피피부염은 왜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걸까.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려우나, 우선 아토피피부염은 면역 관련 질환이다. 아토피피부염은 ‘타입2’라 부르는 면역체계와 관련이 높은데, 이런 질환들은 피부에서의 면역반응을 유도해 가려움증을 많이 유발한다. 피부는 가려워서 긁으면 더 많은 가려움 유발 물질을 쏟아내 중추신경계로 신호를 보내고, 또 더 많이 피부를 긁는 악순환이 생긴다. 긁어서 피부 장벽이 망가지면 다시 유발 물질이 나오는 일이 반복된다.”



긁을수록 가려움 유발 물질 나와

잠들기 어렵고 자다가도 깨는데

수면 부족 탓 면역 악화 ‘악순환’


‘야누스 인산화효소’ 억제제 통해

수면장애 해소 사례 꽤 나온 상황

‘타입2’ 생물학적 제제와 보완 가능


- 가려움증이 수면의 질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던데.

“아토피피부염이 심하면 전신 질환으로 분류할 정도로 가려움증이 악화될 수 있다. 잠도 못 자고 일상생활도 못한다. 환자들은 흔히 말하는 통잠을 못 잔다. 일단 잠들기도 어렵고 자다가도 가려움증 때문에 깬다. 이 패턴이 반복되면 수면 부족으로 피로감이나 컨디션 저하가 심해진다. 이런 몸 상태는 다시 아토피피부염을 악화시키고 야간 가려움증이 늘어나 수면장애가 반복된다.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악순환 때문이다.”

- 가려움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약제는 어떤 것인가.

“요즘 개발된 생물학적 제제 등을 포함한 치료제들의 효과가 좋은 것은 사실이나 아토피피부염은 환자마다 증상과 경과가 아주 다양하다. 가려움증은 타입2 면역체계와 연관성이 높지만 더 광범위한 면역체계도 관여되어 있어 타입2만 억제하는 기존 생물학적 제제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야누스 인산화효소(JAK) 억제제는 생물학적 제제에 비해 다른 면역체계까지 폭넓게 억제할 수 있어 보다 효과적이다.”

-JAK 억제제로 치료한 뒤 실제로 환자들 수면의 질이 개선되는지 궁금하다.

“생물학적 제제로 해소하지 못한 가려움증이나 수면장애를 JAK 억제제를 통해 완화한 사례가 제법 있다. 특히 효과가 빠른 것도 장점이다. 유파다시티닙 같은 JAK 억제제들은 먹는 약인데, 복용 후 1~2일 이내에 가려움증이 많이 잡혀 수면장애를 겪던 환자들이 단기간에 효과를 본 사례가 많다. 며칠 안에 가려움증이 사라져 그동안 못 잔 잠을 몰아서 자는 환자도 있다고 들었다. 만약 다른 치료제로 피부는 좋아졌지만 가려워서 잠을 못 자고 피부를 긁다가 병변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환자라면 주저 말고 JAK 억제제를 사용해보기를 권장한다.”

- 지난 3월부터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 간 교체투여 시에도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던데.

“생물학적 제제도 JAK 억제제도 100% 완치가 가능한 약제는 아니며 환자마다 맞는 치료제가 다르므로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며 사용해야 한다. 얼굴·목 등 특정 부위 병변이 심할 때나 가려움증과 수면장애가 심한 경우처럼 생물학적 제제로 효과가 미진했던 환자들이 교체투여가 가능해지면서 JAK 억제제로 많이 교체하고 있다. 물론 JAK 억제제로 치료가 어려울 경우에는 생물학적 제제로 바꾸기도 한다. 이전엔 교체투여가 필요해도 비급여라 환자 부담이 우려됐는데 이제는 추천하기가 더 수월해졌다.”

- 질환 치료 과정에서 환자와 소통하는 ‘공유 의사 결정(SDM)’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던데 어떤 장점이 있나.

“환자의 치료 만족도가 높아졌다. 예전엔 의료진이 일방적으로 진료를 보고 처방을 내리는 식이다 보니 환자들이 약을 먹은 뒤 증상이 호전되면 납득을 하지만 치료가 잘 안되면 그냥 다른 병원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환자가 치료 결정 과정에 참여하면 특히 해소하고 싶은 증상이나 선호하는 약제를 먼저 이야기하고, 검사에 필요한 여러 지표도 미리 작성해 와서 의료진도 그에 맞는 약제를 소개할 수 있다. 또 치료 결정 과정에 환자의 뜻이 반영됨을 알면 더 적극적으로 피부 상태나 속내까지 이야기해주니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맞춤형 치료를 안내하면 환자가 약을 먹고 바르는 것도 더 잘 지키므로 치료 성공률이 훨씬 높아진다. 다만 현재 진료시간이 너무 짧은 한계가 있는데, 당뇨병이나 암처럼 교육 수가가 있어서 간호사가 환자에게 질환과 약에 대해 설명을 더 잘해줄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치료 결과가 나올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환자와 가족에게 꼭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토피피부염은 지금도 연구가 활발히 계속되고 있고, 많은 치료제가 나와 있으며 또 개발 중이다. 이건 바꿔 보면 아토피피부염이 그만큼 완치가 어렵다는 말이다. 많은 환자가 단번에 치료되기를 원하지만 아직 완치약은 없어 만성적으로 자가 관리가 꼭 필요하다. 환자 본인이 질환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한편으로 병에 관한 오해를 교정할 수 있으면서 환자에게 잘 맞는 의료진을 선택해 서로 신뢰를 쌓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좋은 치료제가 많이 나와서 완치에 근접한 질환이 됐으니 병원 방문이나 약물치료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지 말고 좋은 병원을 찾길 당부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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