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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스토킹 살해, 잠정조치 중 발생
잠정조치 위반 2년 새 66% 큰 폭 증가
위치추적장치·구금 신청률 10% 그쳐
게티이미지뱅크.


"저를 지켜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시한부 삶을 사는 것 같아요."


A씨는 2023년 7월부터 6개월간 만난 정모(31)씨로부터 1년 가까이 스토킹범죄 피해를 겪었다. 정씨는 이별 통보를 받자 A씨 집 앞에 찾아와 자신의 목에 흉기를 댄 사진을 보내며 위협했다. A씨 가족을 언급하며 협박하고, 회사 앞까지 찾아와 A씨를 차량에 감금하고 폭행해 코뼈를 부러뜨렸다.

A씨 신고로 정씨는 법원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의 잠정조치 명령을 받았지만 소용없었다. 두 달 사이 A씨에게 90여 차례 연락했다. 결국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올해 4월 스토킹과 감금, 폭행 등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래도 A씨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정씨가 법정구속되기 전까지도 문자메시지 등으로 협박을 이어간 탓이다. A씨는 "(정씨) 출소 뒤 보복 당할까봐 방검복과 호루라기 등 호신용품을 사모으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스토킹하던 5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윤정우 신상이 공개됐다. 대구경찰청 제공


법원에서 접근 금지 명령을 받고도 옛 연인을 찾아가 살해하는 등 스토킹 행위가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나흘간 도주 행각을 벌이다 붙잡힌 윤정우(48)도 범행 당시 접근 금지 등을 받은 상태였다. 앞서 지난달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도 30대 남성이 100m 이내 접근 금지 등을 어기고 전 연인을 살해했다.

스토킹 가해자 잠정조치 위반 건수. 그래픽=송정근 기자


실제 잠정조치 위반 사례는 크게 늘었다. 20일 한국일보가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22년 533건에서
2023년 636건,
2024년 887건까지 치솟았다. 2년 새 66% 급증한 것이다.


잠정조치 위반자의 범행 위험성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공익법인 안전문화포럼이 발간하는 학술지 안전문화연구에 실린 '잠정조치 이행 여부에 따른 스토킹 가해자의 특성에 대한 판결문 분석(2024년)'에 따르면 잠정조치 위반 집단의 경우 이행 집단에 비해 자·타해 위협, 스토킹 지속성, 병적 집착 혹은 의심 등 위험 요인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스토킹 처벌법 위반 1심 판결 453건을 수집해 가해자가 잠정조치를 어긴 사건과 이행한 사건을 비교한 결과다. 더 철저하게 관리돼야 하지만 이들에 대한 수사기관의 현황 파악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강도 잠정조치 신청·인용 낮아

스토킹 재범 우려 대상자 '잠정조치' 유형. 그래픽=송정근 기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장 구금 등 강도 높은 조치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잠정조치는 1호(서면 경고), 2호(100m 이내 접근 금지), 3호(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 3-2호(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4호(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로 구분된다. 3-2호는 접근 금지 명령만으로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에 따라 2023년 스토킹처벌법 개정 당시 추가됐다. 그러나 가해자를 직접 제재하는 잠정조치 신청 및 집행은 소극적이다. 2024년 1월부터 2025년 5월까지
경찰이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 등 구금 등의 잠정조치를
신청한 사례(양부남 의원실 제공)는 전체 1만6,566건 중 10.7%(1,770건)에 그쳤다.
이 중
법원이 집행 인용 결정한 사례는 42.9%(759건)로, 접근금지 명령 등 인용률(87.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구금은 가장 확실한 분리 조치지만 개인의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는 만큼 법원이 여전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형별 잠정조치 신청 및 결정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잠정조치 유형별로 세부적인 적용 기준 마련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는 재범 우려가 있는 경우 잠정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경찰은 법원의 인용 여부를 잣대로 범죄 심각성을 판단한다. 가령 어떤 스토킹 가해자를 대상으로 잠정조치 4호를 신청했다가 기각되면 비슷한 유형이나 강도의 스토킹 가해자를 수사하게 되면 한 단계 낮춰 3호를 신청하는 식이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고강도 잠정조치는) 영장에 준할 정도로 필요성을 소명해야 하는 만큼 수사기관 스토킹 부서의 전문성도 향상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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