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방송·통신분과장이 2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6.20. 과천=하상윤 기자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대신하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어제 검찰 업무보고를 30분 만에 중단시켰다.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역시 중단됐다. “전 부처 업무보고를 다시 받겠다”던 전날 엄포의 연장선상이다. 새 정부 공약에 대한 협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인데, 점령군식 기강 잡기가 역효과를 내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이날 검찰 업무보고에서 국정기획위원들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의 구두 설명 내용이 부실하다며 보고를 중단시켰다. “수사·기소 분리 등 공약에도 불구하고 업무보고 내용은 검찰이 가진 현재 권한을 오히려 확대하는 방향이었다”는 설명이다. 최우선 개혁대상으로 꼽히는 검찰의 기를 초반부터 꺾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방통위 업무보고는 차라리 국정감사나 청문회에 가까웠다. 이전 정권 2인 체제에서 강행한 언론 장악과 탄압에 대한 위원들의 질타가 줄을 이었다고 한다. 한 위원은 “MBC가 ‘바이든-날리면’ 보도로 탄압받을 때 강 건너 불구경하던 분들이 여기 있는 실·국장들”이라고 비판했다.
비단 검찰과 방통위만이 아니다. 18일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아온 국정기획위는 그제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정부 부처들의) 업무보고 내용은 한마디로 매우 실망”이라며 “전 부처의 업무보고를 다시 받는 수준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정권이 바뀐 만큼 공직자들이 새 정부 ‘코드’에 빠르게 맞춰야 하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검찰과 방통위의 경우 지난 정부에서 정권 입맛에 맞게 칼을 마구 휘둘러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수장(검찰총장, 방통위원장)이 버젓이 있는 상황에서 지시를 이행한 하급자들만 닦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다른 부처들 역시 아직 새 장관이 임명되기도 전이다. 이들에게 ‘전향’을 강요하고 ‘셀프 해체안’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게 무슨 실효성이 있겠나.
결국 국정 개혁의 손과 발은 공직자들이다.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제대로 될 리 없다. 무작정 질타하기보다 새 정부의 공약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다. 기강을 잡더라도 도는 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