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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마다 수천t… 재활용 20여%뿐

고품질 활용 못하고 장바구니 제작
대부분 재질 혼합·색상 문제에 난항
선거 현수막들이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중랑물재생센터에 있는 폐현수막 집하장에 쌓여있다. 마대자루에는 정치인 얼굴이 인쇄된 현수막들이 가득 담겨있다. 최현규 기자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중랑물재생센터. ‘서울시 폐현수막 전용 집하장’이라고 쓰여 있는 대형 가건물에 ‘이○○’ ‘기호 ○번’ ‘내란수괴’ ‘대한민국을 지킵시다’ 등의 문구가 인쇄된 현수막이 쌓여 있었다. 제21대 대선 당시 정당의 상징색 위에 정치인의 얼굴이 인쇄된 현수막들은 큰 마대 자루에 담긴 채 뒤엉켜 있었다. 한쪽에는 현수막을 걸 때 사용한 각목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문 연 폐현수막 전용집하장

센터 관계자는 “현재 14개 자치구에서 수거한 현수막들을 집하장으로 차례로 보내고 있다”며 “자치구에서 수거한 현수막은 끈과 각목을 분리해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각 자치구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던 현수막을 이제는 일괄적으로 모으고 있는 것”이라며 “충분한 양이 쌓이면 재활용 업체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폐현수막 처리를 체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서울시가 지난달 처음 운영을 시작한 전용 시설로, 약 30t 규모의 폐현수막을 보관·처리할 수 있다.

시는 지난달 전국 최초 폐현수막 전용집하장 설치를 계기로 경제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현수막 자체가 여러 종류의 합성수지를 사용해 고부가가치 재활용이 어려운 점, 정당에서 자체 철거한 현수막 폐기 실태 파악이 어려운 점 등이다.

선거철 현수막의 폐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선 당시 전국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은 1234.8t에 달했지만 이 중 재활용된 양은 359.9t(29%)에 그쳤다. 2022년 대선 기간에도 1100.7t 중 272.6t(24%)만 재활용될 정도로 비율이 낮은 편이다. 현수막마다 소재가 제각각이고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등 여러 합성수지가 혼합된 데다 코팅 인쇄돼서 다른 용도 활용이 제한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20일 “‘PE 100%’ 표기처럼 성분 정보가 있으면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며 “잉크 종류나 색상이 섞이면 품질이 떨어져 처리도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혼합된 현수막은 어떤 재질이 어떤 비율로 섞였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수요처에서 원하는 품질 기준에 맞추기도 쉽지 않다.

환경부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함께 재질이나 잉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검토 중이다. 의류에 붙는 라벨처럼 현수막에도 성분을 명시하거나 특정 재질만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플라스틱을 분해해 기름 추출을 하는 연구를 유관 기업에서 하고 있지만 그런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성분 및 품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수막은 생산자 책임 제한 제도(EPR) 품목이 아니라 현재로서는 현수막 재질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갈 길 먼 폐현수막 재활용

정당이 스스로 철거한 현수막 처리 실태는 정확한 통계 파악이 어렵다. 현재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는 전국 4554개 읍·면·동의 배에 해당하는 약 9100개의 선거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들 현수막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이후에 정당이나 후보자 측이 지체 없이 자체 철거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후 철거되지 않는 현수막에 대해서만 지자체가 수거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좋은 자리에 걸린 현수막은 정당이 스스로 철거하고 새로운 현수막으로 교체해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다”며 “수거량이나 폐기량은 따로 파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도 “계약업체를 통해 게시와 철거를 관리하고 있어, 지자체가 따로 수거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당 측이 대부분 현수막을 회수하지만 재활용까지 책임지도록 의무화된 규정은 없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여러 가지 플라스틱이 섞인 현수막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재활용하기 어려울뿐더러 처리비용도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LCA(Life Cycle Assessment·전 과정 평가)를 통해 현수막의 제작부터 폐기에 이르는 사회적 비용을 종합해야 한다”며 “다소 비쌀지라도 처음부터 환경에 대한 부담이 적은 방식으로 제작해야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역시 중랑물재생센터에 설치한 폐현수막 전용 집하장을 기반으로 폐현수막 재활용 방안 다각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고형원료로 재활용하는 비용은 t당 23만원으로 소각 비용(t당 29만원)보다 저렴하지만, 선별 작업의 번거로움과 물량 확보 문제로 지금까지는 편의성이 높은 소각이 주로 이용됐다. 하지만 집하장을 통해 시에서 생산된 폐현수막 집계를 일원화하면 소각보다 재활용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시는 자치구에 통계 신고 매뉴얼을 배포해 현수막 발생량과 재활용 통계의 정확도를 높이고, 수거된 현수막을 모아서 선별하는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재활용되는 제품도 있다. 이번 대선 기간 수거된 현수막 7.3t 중 2.7t은 농업용 부직포나 고형원료로 재활용된다. 나머지 4.6t은 자치구가 에코백 등으로 업사이클링한 뒤 남은 물량을 집하장으로 보내 처리키로 했다. 시는 앞으로 체계를 정비해 서울 시내 전체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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