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브로콜리너마저 1집 수록곡 ‘유자차’를 부르는 모습(왼쪽)과 브로콜리너마저의 보컬 덕원(오른쪽). 유튜브 갈무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좋아한다고 밝힌 인디밴드가 “감사하지만, 복잡한 심경”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의 대표적인 인디밴드로 꼽히는 ‘브로콜리너마저’의 멤버 덕원(보컬·베이스)은 20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 전 대표가 브로콜리너마저 1집 수록곡 ‘유자차’를 애창곡으로 꼽은 데 대한 반응을 전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4월28일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봄 되면 제가 이 노래를 많이 들었다”며 유자차를 직접 따라 불렀다. 브로콜리너마저의 팬으로 보이는 한 누리꾼은 뒤늦게 해당 장면을 본 뒤 지난 11일 엑스(X·옛 트위터)에 “내가 그렇게 잘못 살았나. 이 정도 벌을 받아야 할 정도로”라고 토로했다. 그러자 덕원도 “그럼 저는 어땠을까요”라고 호응했다. 이 문장은 브로콜리너마저의 대표곡 ‘앵콜요청금지’의 가사(‘그럼 나는 어땠을까요’)를 살짝 바꾼 것이다.
덕원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덕원은 이날 방송에서도 사회자가 한 전 대표를 언급하자 당황스러운 듯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덕원은 “되게 묘했다”며 “저희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것에 감사하고, 고맙고, 이런 분도 이런 곡을 알고 있구나 기쁜 마음과 동시에, 제가 지지하는 (정치인)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묘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덕원은 “그것에 대해 뭐라 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감사하면서도 복잡하다. 음악 들어주시고 진짜 감사하긴 하다”고 덧붙였다.
덕원의 이런 반응은 보수 정권 비판을 주저하지 않는 밴드 특유의 성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브로콜리너마저는 12·3 내란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무대에 여러 차례 올랐고 지난해 12월18일 발표된 ‘윤석열 탄핵·파면 촉구 음악인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밖에 민원 사주 의혹이 제기된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공영방송 장악 논란에 휩싸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규탄하는 집회에서도 연대 공연을 하는 등 활발한 사회 참여 활동을 해왔다.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였고, 보수 정당 대표로 활동했던 한 전 대표의 느닷없는 취향 고백이 어색하고 불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덕원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자신의 문화적 취향을 가감 없이 공개하는 한 전 대표의 행보와 관련해선 “중장년 남성들이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향유하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건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브로콜리너마저는 새달 12~13일 부산에서, 17~20일에는 서울에서 콘서트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