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페미사이드 피해 유족, 경찰서 앞 호소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한 건물 옥상에서 의대생 최아무개(26)씨가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범행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장종우 기자
“최○○은 시간이 더 있었으면 목을 두 동강 냈을 겁니다.”
서울 강남역 인근 한 건물 옥상에서 의대생 최아무개(26)씨가 살해한 피해자 유족 ㄱ씨는 20일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자신의 목과 얼굴 등에 최씨가 흉기로 찌른 부위를 표시하고 범행 상황을 재연했다. ㄱ씨는 “(최씨가) 숨이 멎어서 움직이지 않는 피해자 얼굴을 들고 여러 부위를 무자비하게 공격했다”고 말했다. 유족은 이날 주검 훼손 혐의로 최씨를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최씨는 지난해 5월6일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는 같은 해 양가 부모 모두에게 알리지 않은 채 피해자와 혼인신고를 했다. 이를 뒤늦게 안 피해자 부모가 혼인 무효 소송을 요구하자, 피해자에게 연락해 헤어지려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1심에선 징역 26년, 이달 2심에선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피해자 유족 ㄱ씨는 “잔혹한 살인범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해 온 법원이 유독 최씨에게만은 무기형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예고된 참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씨가 초기 수사 단계에서 사체훼손을 자백했지만, 변호인 선임 후 조사에서 진술을 변경했다”며 “이 진술을 믿고 사체훼손 행위는 기소조차 하지 않은 검찰과 검찰의 부실한 공소장을 그대로 둔 채 살인죄에 대해서만 재판한 재판부가 합작한 예고된 참사”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양형 기준도 비판했다. ㄱ씨는 “1·2심 재판부 모두 살인범 양형 기준 중 ‘보통 동기 살인’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며 “최씨는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피해자를 제거하기로 마음먹어 ‘비난 동기 살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유족 변호인도 “(2심 재판부가) 징역 30년형을 선택하면서 1심 형이 잘못됐다고 한 말은 시민들을 농락하는 것”이라며 “정말 부당하면 무기징역을 선고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ㄱ씨는 “다시 제기하는 사체훼손 행위에 최씨가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기관과 재판부가 다시 한 번 더 이 사건을 살펴봐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