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테헤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이란의 주요 핵 시설을 공격한 가운데 원전까지 파괴될 경우 체르노빌 급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알렉세이 리하체프 사장은 "가동 주인 (부셰르) 제1원전이 공격받을 경우 체르노빌에 비견할 재앙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는 악(惡)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로사톰은 이란의 부셰르 원전을 직접 지었고 주변에 추가 시설도 건설 중이다.
앞서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오전 이란 아라크 중수로 핵시설, 나탄즈 핵시설과 함께 부셰르 원전도 공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얼마 뒤 부셰르 원전 언급이 실수였다고 정정하면서 공격 여부를 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다고 밝혀 혼란을 부추겼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스라엘에 이란 핵시설 공격을 즉각 멈추라고 촉구하며 "러시아 전문가들이 운영에 참여하는 부셰르 원전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타스 통신에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분쟁에 개입할 경우 "분쟁의 지리적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복잡한 분쟁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페르시아만(걸프 해역) 연안에 있는 부셰르 원전은 이란 수도 테헤란보다도 오만, 바레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친미 아랍 국가들과 지리적으로 더 가깝다.
이에 오만에서는 핵사고 발생 시 대처법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미국 CNN이 보도했다. 주민들은 이란 원전 폭발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폐쇄된 실내 공간 안에 들어가 모든 문과 창문을 단단히 봉쇄하고 에어컨이나 환기 시스템을 꺼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다른 중동 국가들도 언론에서 잇따라 방사능 유출 사고 시 대처법을 내보내는 등 핵폭발로 인한 방사능 낙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특히 사막 국가인 이들은 이란과 공유한 걸프 해역의 바닷물을 담수화해 식수로 활용하는데, 부셰르 원전 등에서 대규모 핵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 바닷물은 방사능 오염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셰이크 무함마드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지난 3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셰르 원전이 폭발하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자체 분석했을 때, 카타르 국민은 3일 안에 식수가 고갈될 것"이라며 "이는 카타르뿐 아니라 쿠웨이트, UAE, 우리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