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란에 체류 중이던 한국 국민과 이란인 가족 등 20명이 인근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대피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이란의 제공권을 장악했다고 밝혔는데, 이에 따라 수십 시간에 걸린 육로 대피가 이뤄졌다.

18일(현지시간) 이란에 거주하던 한국 국민과 이란인 가족 등 20명이 정부 지원을 받아 인근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대피를 완료했다. 외교부

19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국민 18명과 이란 국적 가족 2명은 지난 17일 오전(현지시간) 정부가 제공한 임차 버스를 타고 테헤란에서 출발해 18일 밤 이란 북부와 접해 있는 투르크메니스탄에 도착했다. 약 1200㎞의 거리를 이동했는데, 휴식 시간을 포함해 30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주이란 대사관 직원들이 대피 과정에 동행했다. 이들은 이란과 투르크메니스탄 사이 국경 검문소에 도착한 뒤 정부가 제공한 교통편으로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시가바트로 이동했다.

외교부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공방이 계속 이어지면서 국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이란 영공이 지속적으로 폐쇄됐다는 점을 감안해 육로를 통한 대피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김경진 기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 13일 기준 이란에는 약 110명의 한국 국민이 체류 중이었다. 외교부는 현지에 아직 남아있는 국민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추가 대피 지원을 검토할 방침이다.

대피 과정을 돕기 위해 신속대응팀도 한국에서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파견됐다. 대응팀은 단장인 조윤혜 외교부 해외안전상황실장을 비롯해 3명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이동과 출입국, 귀국 항공편 안내 등을 지원했지만 현지 체류 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대피한 국민 일부는 추후 한국으로 이동할 계획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이스라엘과 이란에 체류 중인 국민들은 해당 국가의 여행경보가 3단계(출국권고)로 격상된 점을 고려해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대사관의 안내에 따라 신속히 출국해 주실 것을 강력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도 교민 20여 명이 재이스라엘 한인회가 대절한 버스를 타고 요르단으로 대피했다.

지난 17일 외교부는 이란 전 지역에 대해 ‘출국 권고’에 해당하는 여행경보 3단계를 발령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기존에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됐던 지역에 여행경보 3단계를 발령해 이스라엘 전 지역이 여행경보 3단계 또는 4단계로 지정됐다.

중앙일보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