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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4일, 충북 청주시가 한 업체에 위탁 운영한 눈썰매장의 이동 통로가 무너진 모습.

■ “크리스마스의 악몽”… 눈썰매장 개장 하루 만에 사고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2023년 12월 24일, 충북 청주시가 마련한 눈썰매장의 이동 통로 지붕이 갑자기 무너졌습니다. 며칠 동안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비닐하우스 구조물이 주저앉은 겁니다.

이 사고로 통로를 지나던 이용객 10여 명이 구조물과 얼음 등에 깔려 다쳤습니다. 특히 10대 청소년과 20대 여성이 한때 의식을 잃기도 했는데요. 다행히 중상자는 없었지만,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가족, 친구들과 성탄절 휴일을 즐기러 간 이용객들에겐 악몽 같은 하루였습니다.


■ 위탁업체 관계자 ‘벌금형 약식명령’으로 끝?

이 사고와 관련해 1년 가까이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다, 지난해 말에서야 청주시로부터 눈썰매장 운영을 넘겨받은 위탁업체 대표와 직원 2명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후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KBS 취재 결과, 위탁업체 관계자들은 수백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법정 피고인석에 서는 정식 재판도 없이 모든 처벌이 끝났습니다.

청주지방법원은 썰매장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인명 피해를 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약식 기소된 위탁 운영업체 대표와 직원 등 2명에 대해 각각 벌금 500만 원과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습니다.

앞서 검찰이 약식기소하면서 구형한 벌금형을 그대로 법원이 받아들인 겁니다. 이후 피고인들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서 벌금형이 확정됐습니다.

검찰은 위탁업체 관계자들이 피해자 12명 가운데 11명과 합의가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해 약식기소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눈썰매장 이동 통로 붕괴라는 사고에 이르기까지 안전 관리가 제대로 됐는지, 현장에서 시민들의 빠른 대응이 없었다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뻔했던 상황보다는 실제 사고로 인한 부상 정도와 피해 당사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검찰은 또 이들과 용역 계약 업무를 담당한 청주시 공무원은 안전 관리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결국 많은 시민을 불안하게 했던 이 사고와 관련해 위탁업체 관계자 2명만 수백만 원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마무리된 겁니다.


■ 잊을만하면 ‘안전불감증’… 이제는 괜찮을까?

눈썰매장 사고 직후 청주시는 부상자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부상자의 가족들은 청주시 대응 무책임했다며, 사고 피해와 무관한 안내를 받았다고 청주시의 대응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청주시가 피해자 지원 대책보다 보험을 통한 보상을 먼저 밝힌 점에서, 같은 해 여름 30명의 사상자를 냈던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겪고도 시민 안전 관리와 사고의 후속 대처 등 하나도 개선된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앞서 눈썰매장 붕괴 사고는 관계자들에게 벌금형이 내려진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최근에도 청주시가 관리하는 수영장의 천장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나는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오후 2시 30분쯤, 청주시 사직동 청주실내수영장 1층 천장의 27㎡ 부분 마감재 일부가 10m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난 겁니다. 다행히 사고가 난 날은 대통령 선거로 인한 휴무일이라, 이용자가 없던 탓에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청주시 시설관리공단은 천장 마감재와 방음재 등을 고정하는 금속 재질의 장치가 습기 탓에 오랜 기간에 걸쳐 부식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는데요. 청주시는 최근 외부 안전진단 전문업체와 긴급 안전 점검 계약을 체결하고, 사고 원인을 추가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안전 점검이 왜 사전에 꼼꼼하게 이뤄지지 못했는지, 매번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임시방편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지 의문입니다.

청주시는 오는 26일부터 8월 24일까지 2달 동안 7개 공원 물놀이장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무더운 여름철, ‘청주시’라는 자치단체에 대한 신뢰감을 바탕으로 물놀이장을 찾는 시민들도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청주시가 관리·운영하는 시설에서 다시는 안전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벌금 500만 원’이 갖는 사법적 처벌의 무게보다,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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