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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경동시장. 뉴스1
이르면 다음 달부터 두 차례에 걸쳐 전국민에게 최대 50만원씩 소비쿠폰이 지급된다. 소상공인의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빚 탕감도 추진된다.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새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을 1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고 최근의 경기 부진을 완화할 목적이다.

정부는 “미국 관세 충격과 국내 소비·건설투자 부진 등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급격히 둔화되는 가운데 민생의 어려움과 취약 부문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며 “그 고리를 끊어내고 선순환 구조를 되살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부진이 심각한 만큼 빠른 속도로 추경안을 마련하는 데 신경을 썼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보름 만이다. 정부는 “어려움을 겪고 계신 국민들께 소중한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국회에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추경을 통과시켜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추경안의 핵심은 20조2000억원 규모의 지출 증액이다. 주요 사업은 소비쿠폰 전국민 지급이다. 국비 10조3000억원에 지방비 2조9000억원을 더해 총 13조2000억원이 소비쿠폰으로 나간다. 1인당 지급액은 소득에 따라 다르다. 두 차례에 걸쳐 기초수급자 50만원, 차상위계층 40만원, 일반국민 25만원, 소득 상위 10%(건강보험료 등 기준) 15만원을 준다. 농·어촌 인구소멸지역(84개 시·군, 약 411만명)에 대해선 1차 지급 시 2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정부는 추경안을 오는 23일 국회에 제출해 통과하고 2주가량 뒤부터 국민들이 소비쿠폰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음 달 중 1차 소비쿠폰 지급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과거 유사 사례에 비춘 판단이다. 앞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정부가 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을 때는 4월16일 국무회의 의결을 하고 4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뒤 5월 4일부터 지급이 시작됐다.

당초 정부는 전국민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보편 지급’을 추진했다.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 차별을 경계하는 보편 복지 철학을 갖고 있어서다. 그러나 저소득층일수록 소득이 늘어날 때 소비로 쓰는 비율(한계소비성향)이 크고 국가의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저소득층에 ‘선별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보편 복지 철학을 유지하면서 현실적인 제약 등을 실용적으로 절충한 결과 ‘차등 지급’을 하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준홍 기자
다른 소비 촉진 사업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강화(6000억원)도 있다. 국비 지원을 확대해 소비자 할인율을 올리는 방향이다. 인구감소지역 10%→15%, 비수도권 7~10%→13%, 수도권 7~10%→10%, 불교부단체(재정자립도가 높아 보통교부세를 지원받지 않는 지자체) 자율→최소 7% 등이다. 이 밖에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10%(30만원 한도) 환급 ▶5대 소비분야(숙박·영화관람·스포츠시설·미술전시·공연예술) 할인쿠폰 780만장 제공 ▶중소기업 근로자 휴가비 지원 인원 확대(6만5000명→15만명) 등 사업도 포함됐다.

또한 정부는 건설경기 활성화와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투자 촉진을 위해 3조9000억원을 편성했다. 5조원 규모의 민생안정 사업은 소상공인 재기 지원과 고용안전망 강화, 물가안정, 취약계층 지원에 방점을 뒀다.

특히 소상공인 지원과 관련해선 빚 탕감 대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채무 상환이 불가능한 차주가 7년 이상 연체한 5000만원 이하의 장기연체소액 채권(담보 채권 제외)을 금융사로부터 매입하고 심사를 거쳐 소각할 예정이다. 개인 파산에 준하는 수준으로 상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면 빚을 전액 감면한다. 빚 일부를 갚을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원금의 최대 80%까지 감면하고, 남은 금액은 10년 이상 장기 분할 상환으로 조정한다. 소상공인이 이 같은 지원을 받기 위해 별도로 신청 절차를 밟을 필요는 없다.

추경안에는 지출 증액 외에 10조3000억원 규모의 세입경정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번 추경 전체 규모는 총 30조5000억원이다. 세입경정이란 정부가 이미 확정한 세입 예산을 사후에 수정하는 절차다. 2025년도 세입 예산을 10조3000억원 줄이겠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기업 실적에 기반해 지난 4월 납부된 법인세가 예상보다 적은 탓이 크다. 소비 부진에 따라 부가가치세 납부가 기대에 못 미친 점도 원인이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가 늘어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차준홍 기자
추경의 재원 대부분은 국채를 추가 발행(19조8000억원)해 조달한다. 나머지는 ▶지출 구조조정 5조3000억원(연내 미집행 예상 사회간접자본 사업 등) ▶기금 가용재원 2조5000억원 ▶외평채 조정 3조원 등으로 마련한다.

이번 추경안을 두고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부진이 심각한 점을 고려하면 추경을 해야 하는 타이밍이 맞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만큼 힘을 실어줄 필요도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영옥 기자
이번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2차 추경을 합해 올해 총지출은 6.9% 증가한 702조원이 될 전망이다. 총지출이 70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600조원을 돌파한 이후 불과 3년 만에 100조원가량 지출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추경 편성에 따라 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3.3%에서 4.2%로 0.9%포인트 악화하고, 국가채무비율은 48.4%에서 49%로 0.6%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의 나랏빚 비율 자체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나쁘지 않은 건 맞다”면서도 “그러나 악화하는 속도가 세계적으로 굉장히 빠르다는 게 문제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국채 시장에서 수요가 약한 상황이므로 대규모 국채 발행에 따른 공급 충격이 우려된다”고 했다.

전국민에게 지급되는 소비쿠폰 사업과 관련한 비판도 나온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에 지원이 더 집중되도록 차등을 더욱 확실하게 줘야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기회에 소비쿠폰 지급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제 효과를 내는지 깊이 연구해 놓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은 급한 불만 끄는 단기 경기 부양책”이라며 “금융·교육·의료 등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고용 창출을 늘리는 등의 중장기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수출이 한국 경제를 주도하는 만큼 미국발 통상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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