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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미성년 피해자 증인 신청할 수도”
제주지방법원 전경. 제주지법 누리집

“할 말 없습니다.”

19일 오전 11시 제주시 이도이동에 있는 제주지방법원의 피고인석에 앉은 김아무개(57)씨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장애인 피호보자 강간 등(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의 혐의를 받는 김씨는 이날 열린 첫 공판에서 끝내 피해자에게 ‘죄송하다’는 사과는 하지 않았다.

김씨의 죄명이 ‘피보호자 강간’인 건 그의 직업 때문이다. 김씨는 2015년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학대받은 장애인을 발견·보호·치료할 목적으로 설치된 제주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조사관으로, 피해 장애인의 회복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이 상담하는 10대 지적장애 여성 두 명과 그중 한 명의 동생을 강제추행하거나 준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폭력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탕비실과 비품실, 차량 등에서 이뤄졌다. 범행 시기와 횟수는 피해자마다 다르다.

이런 가해 사실은 피해자 중 한 명이 자신이 머물고 있던 피해장애인쉼터에 털어놓으면서 밖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동생과 쉼터에 거주하는 또 다른 지적장애인의 피해 사실도 드러났다.

애초 경찰은 지난 3월 김씨를 장애인 강제추행의 등의 혐의로 구속했지만, 검찰은 성폭행도 있었다고 보고 피보호자 강간 등의 혐의로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성폭력 처벌법은 장애인 보호시설 종사자가 감독 대상인 장애인을 폭행이나 협박으로 강제추행·준강간 등을 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은 학대 장애인을 보호할 목적의 기관 종사자로서 가중처벌 대상인 점과 자제력과 성 충동 조절 능력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재범 위험성을 막아야 한다”며 전자장치 부착명령도 청구했다.

이날 피고인 변호인은 “(피해자 세 명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서도 “(한 명에 대한) 준강간 혐의는 부인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고 했고, 재판부는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현재 피해자 두 명은 쉼터에, 한 명은 가정에서 지내며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심리 상담 등을 받고 있다. 쉼터에는 최대 1년간 머물 수 있어 피해자 한 명은 다음 달이면 쉼터를 나와야 한다. 이에 대해 제주도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당사자가 쉼터에 더 있고 싶어 하고, 저희도 당사자의 안전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한다”며 “다음 주까지 당사자와 보호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관계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가 19일 제주시 이도이동 제주지법 앞에서 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보미 기자

제주지역 시민사회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범죄가 아니라 장애인 보호 시스템의 붕괴로 보고 있다. 남성 조사관이 미성년자인 여성과 단둘이 있다가 범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장애인 학대 조사는 원칙적으로 ‘2인 1조’로 진행해야 한다. 나아가 중앙권익옹호기관 매뉴얼은 2인 1조도 남녀 조사관으로 구성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는 이날 제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제주도 행정이 설치하고 관리 감독하는 권한을 가진 공공기관”이라며 “오영훈 지사는 재발 방지와 피해자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내용을 도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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