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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관람객들이 서울국제도서전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과시용 독서도 독서다’ ‘독서 붐은 온다’ ‘나는야 출판계의 빛과 소금’….

19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의 김영사 부스. 도서전 이튿날인 이날 ‘독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키링’을 사기 위해 관람객이 몰려들자 부스 주변은 순식간에 인산인해를 이뤘다. 개막 약 2분 만에 200여명이 줄을 서자 김영사 직원들은 현장 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텍스트힙(Text Hip)’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정도로 언젠가부터 독서는 MZ세대 사이에서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텍스트힙은 글을 뜻하는 텍스트(Text)와 멋·개성을 의미하는 힙(Hip)의 합성어로, 독서가 멋지고 세련된 활동으로 인식되는 현상이다.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열린 서울국제도서전 김영사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독서 밈 코인을 사려는 모습.

MZ세대는 독서를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자기표현과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텍스트힙’ 열풍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출판 소비 양상까지 바꾸고 있었다. 실제로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사전예약에 뛰어든 인원은 약 15만명에 달했고 티켓은 매진됐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티켓 전량 매진으로 현장 및 네이버 온라인 티켓 판매는 진행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볼 수 있었다.

이날 도서전에 가장 먼저 입장한 이는 울산에서 올라온 직장인 전혜진(27)씨였다. 전씨는 선착순인 천선란 작가의 사인회를 위해 이날 오전 7시30분쯤 코엑스를 찾았다고 했다. 개막 하루 전인 17일 울산에서 올라와 코엑스 모처에 숙소를 잡은 전씨는 도서전이 폐막하는 일요일 저녁 울산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직장에 3일간 휴가를 낸 그는 폐막날까지 매일 도서전에 ‘출근’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혜진씨가 18일 구매한 책들. 전씨 제공

전씨는 개막일인 전날 사인본과 한정판 위주로 책 18권을 구매했다. 입고 있는 반팔 티셔츠도 한겨레출판이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판매하고 있는 굿즈였다. 하얀색 반팔 티에는 노란색 책벌레가 책을 베고 누워 있었다.

전씨는 “제가 스무 살이던 2018년 도서전을 처음 왔을 때는 이 정도 인파가 아니었다”며 “텍스트힙 등이 유행하면서 관련 굿즈도 재밌는 게 많이 나오다 보니 평소에 독서를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관심을 갖고 방문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전씨는 텍스트힙을 ‘패션독서’라고 보는 시선에 대해서 “저는 그렇게라도 독서를 하는 게 어딘가라고 생각하는 편”이라며 “출판계에서도 ‘빛과 소금’이라고 표현한다. 독서를 즐기는 데 좋고 나쁜 걸 가르기보다는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사장 곳곳에선 책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형 부스도 눈에 띄었다. 독서가 ‘콘텐츠 소비’로 확장되면서 출판사들은 독자의 감각에 맞춘 새로운 형태의 소통 방식을 제안하고 있었다. 출판사 오이뮤(OIMU)는 ‘문장 선물 영수증’이라는 체험을 선보였다. 오이뮤가 발간한 책들에서 추출한 문장들을 선택한 키워드에 맞춰 영수증 형태로 출력해주는 방식이다.

박유진씨가 받은 문장 선물 영수증.


대학생 박유진(26)씨는 ‘장미’라는 키워드를 골랐는데, ‘계절의 효능’이라는 오이뮤의 책에 수록된 이효석의 수필 ‘장미’가 분홍색 영수증에 인쇄돼 나왔다. “장미는 호화로운 잔칫상이다. 자연의 커다란 사치다. 욱욱한 향기가 숲 속에 서렸다….”

이 같은 문구가 담긴 영수증을 읽던 박씨는 “사실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는데, 이렇게 책에서 문장을 뽑아서 주니 만족스럽다”며 “문장이 마음에 들면 책에 좀 더 관심이 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서전을 향한 뜨거운 관심에 대해 출판계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영사 부스에서 만난 박주희 김영사 디자인팀 차장은 “불과 지난해만 하더라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세상이 뒤바뀐 것 같다”며 “(독자들이) 책을 한 번만 열어봐 주셨으면 하고 고심해서 굿즈 등을 만들었는데 이게 관람객들 마음에 가닿는 것 같아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오는 22일까지 열린다. 17개국에서 참가한 출판사와 관련 단체 약 530곳이 참여한 행사에서는 저자 강연, 대담, 사인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질 예정이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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