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1984년 개봉한 영화 <터미네이터>는 인공지능(AI)이 자의식을 형성하고 인간을 적(敵)으로 간주하는 미래를 그렸다. '스카이넷'이란 AI가 스스로 판단해 핵무기를 발사하고, 인간 저항군 지도자를 제거하기 위해 '터미네이터'라는 사이보그를 과거로 보낸다. 기계가 인간을 말살하려는 디스토피아적 설정 속에서 여주인공 사라 코너의 명대사 "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The future is not set)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울림을 준다.

AI 기술은 눈부신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AI 연구자인 미시간주립대 조교수 아렌드 힌츠에 따르면 AI는 일반적으로 4개의 발전 단계를 거친다. 현 단계는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는 '제한된 메모리'(Limited Memory) 수준이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바로 이 단계에 해당한다. 그 다음 단계인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은 인간의 감정과 의도를 이해하는 수준이다. '자기인식'(Self-aware)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 단계는 아직은 이론적 영역이다. 하지만 AI 발전 속도가 빨라 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기대와 동시에 우려를 낳고 있다.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은 AI가 인간 지능을 뛰어넘어 스스로 진화하고 인간의 예측 범위를 초월하는 시점을 말한다. 이 개념은 컴퓨터 공학자이자 SF작가인 베너 빈지가 1993년 '다가오는 기술적 특이점'이란 글을 통해 대중적으로 확산시켰다. 컴퓨터 과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그 시점을 2045년으로 본다. 철학자 닉 보스트롬은 초지능이 인류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시점에 도달하면 인간은 통제력을 상실하고, AI가 인간을 대신해 주도권을 쥐게 된다는 것이다. 스카이넷은 상상의 산물이지만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재 AI는 금융 거래, 의료 진단, 무기 체계 등 핵심 인프라에 개입하고 있다. 자율 무기시스템(LAWS), 감시 AI, 대화형 챗봇의 감정 대응 기능까지 발전 속도는 놀랍다. 하지만 그 속도에 비해 윤리적 논의나 사회적 안전장치는 턱없이 부족하다. AI는 인간의 도구인가, 파트너인가, 경쟁자인가. 이 질문은 기술의 범주를 넘어선다. 본질은 철학과 제도의 유무에 있다.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감시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없다면, AI는 인류를 위협하는 빌런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기술의 발전 방향은 인간이 결정할 수 있다. 제도적 안전망과 국제적 기준이 갖춰진다면, AI는 통제 가능한 영역에 머무를 수 있다. 정치와 윤리, 법과 과학이 균형있게 작동할 때 AI는 위협이 아니라 도구가 된다. 인간이 기술을 이끄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각국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이 감시와 통제 체계는 국제사회 전체가 공유하고 협력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279 日우익, '욱일기+태극기' 합성해 조롱...서경덕 "한심할 따름"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78 국정위 "정부 업무보고 매우 실망…다시 받는 수준으로 진행"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77 국정기획위 “정부 업무보고 매우 실망… 다시 진행할 것”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76 장마 요란하게 시작…오후부터 천둥·번개 동반 국지성 호우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75 "지금 짐싸면 30개월치 월급 준다"…팀장급 자리도 30% 없앤다는 신한카드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74 [속보]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2심서 무죄…"원심 파기"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73 진성준 “김민석 향한 국힘 인신공격 지나쳐···인사청문회법 개정 빠르게 추진”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72 [단독] 김민석 부인 베이커리 카페 창업 전후로 1억원 자금 출처 불분명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71 [단독] 기관사 전직했는데 9년 후 혈액암 진단... 17년간 벤젠 노출 영향?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70 정청래 “김건희 무혐의한 수사 검사들, 구속 수사해야”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69 노인보호센터서 빠져나온 치매환자 수로서 사망…“관리부실” 원장에 벌금형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68 강성 당원 눈치보는 與, 법사위원장 논란에 “논의 안했다” 발빼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67 서부발전·한전KPS "태안화력 사망사고 공식 사과‥책임 통감"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66 [르포] 홍콩 마트서 스테이블코인 써보니… 10분 내 페이 연동 1초 만에 결제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65 “참을만큼 참았다”… 삼성·LG, 中 OLED 특허 침해에 칼 뽑은 이유는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64 이재명 대통령, 캐나다 개최 G7 일정 마치고 서울공항 입국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63 美 이란 공격 임박에…"영국, 군사지원 검토, 공군기지 제공 가능성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62 목동 5·7·9단지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최고 49층, 약 1만2200세대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61 조은석 특검, 김용현 기소…보석 거부했는데 다시 구속되나 [지금뉴스] new 랭크뉴스 2025.06.19
49260 [단독] 검찰, ‘김상민 채용’ 자료 임의제출 국정원에 요구 new 랭크뉴스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