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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차량직 4438명 실태조사
백혈병 3명·림프종 2명... 작년엔 8명 발견
1급 발암물질 '벤젠' 노출이 주요인 추정
"통계상 일반인보다 유병률 높지는 않아"
공사, 사안 심각성 인지 '종합대책 마련'
2023년 11월 8일 서울 중구 서울역 지하철 1호선 승강장에서 열차가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전동차 정비업무를 담당하던 노동자 8명이 혈액암에 걸린 사실이 지난해 알려진 서울지하철 1~8호선 운영기관 서울교통공사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다른 노동자 5명도 혈액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로 드러난 5명 중 2명은 이미 사망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공사는 이들에게 치료비 지원 및 산업재해 신청 협조 등을 약속하고, 다음 달까지 작업환경 개선·검진 확대·추적 관찰 등의 내용이 담긴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부터 서울교통공사 혈액암 실태조사를 실시한 한국방송통신대 산학협력단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최근 공사에 제출했다. 지난해 6월 혈액암 집단 발병이 알려진 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실태조사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지시했고, 공사는 노조와 협의해 의사·교수·변호사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혈액암조사위원회를 꾸린 뒤 '작업현장 유해요인 노출도' '혈액암 발병 인과관계 분석' 등의 연구를 방송대 산학협력단에 위탁했다.

연구진이 전동차 유지보수 업무(차량직군) 종사자와 이 업무를 했던 퇴직자 등 4,438명을 조사한 결과, 백혈병(3명)과 림프종(2명) 등 혈액암에 걸린 직원 5명이 추가 확인됐다. 혈액암은 혈액이나 조혈기관(골수·림프계)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비정상적으로 백혈구가 생성되는 '백혈병', 전신에 분포해 신체 면역기능과 체액 균형을 유지하는 림프세포가 증식하는 '림프종' 모두 혈액암의 일종이다. 5명은 수년간 운행한 전동차를 분해해 세척액으로 깨끗이 닦아내고 수선(용접·연삭 등)해 페인트칠(도장)까지 하는 정비(중정비), 전동차 부품과 기계를 교체·수리하는 검수(경정비)를 맡았다.

이들 중 2명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1970년생 A씨는 1993년 입사해 군자차량기지에서 줄곧 정비 업무만 하다 2009년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남들이 선망하는 공기업에서 정년을 채우기는커녕 병세가 악화해 2012년 한창 일할 나이인 42세에 퇴직했다. 1960년생 B씨는 1995년 다소 늦은 35세에 입사해 방화·도봉·천왕·고덕 차량기지에서 근무하다 역시 2009년 백혈병을 진단받고 2011년 일을 그만뒀다. 나머지 3명은 재직 중이다. 공사 관계자는 "혈액암을 진단받은 직원들은 투병 사실을 주변에 알리거나 드러내지 않아 조사가 쉽지 않았다"며 "사망한 두 분은 설문과 퇴직자 모임을 통해 수소문한 끝에 투병하다 돌아가신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 확인된 5명 모두 산업재해도 신청하지 않았다.

2023년 11월 8일 서울 중구 서울역 지하철 1호선 승강장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발견된 8명(차량직 6명, 기계직 2명)을 포함해 혈액암 발병 직원은 총 13명이다. 그중 차량직이 11명이나 된다. 차량기지를 현장 조사한 연구진은 "(벤젠 위험성이 알려져 공사가 사용을 금지한) 2011년까지는 세척과 도장 작업에서, 2022년까지는 도장 직무에서 유의미한 벤젠 노출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혈액암 발생 위험과 연관된 유의미한 주요 인자로 벤젠을 지목했다. 벤젠은 국제암연구소에서 혈액암 원인물질로 분류한 1급 발암물질이다. 노동자들이 전동차에서 분해한 부품에 묻은 기름때와 오염물을 제거하는 세척작업, 세척한 부품에 칠할 페인트용 도료를 희석할 때 시너와 같은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기름과 페인트 같은 유기화합물을 녹여 닦아내는 시너에 벤젠이 함유돼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다만 차량직군 노동자의 혈액암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높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이다. 특정집단 발병률을 일반 인구와 비교할 때 사용하는 방법인 표준화발생비(SIR)가 1보다 높아야 하나 차량직군(95%신뢰구간 0.57~2.03, 누적 평균 1.13)은 그렇지 않았다. 책임연구자인 박동욱 방송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SIR 평균값이 1보다 높아도 도출된 SIR 범위에 1이 포함되면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사는 발병자(향후 발병자 포함)에게 치료비 지원, 산업재해보상보험 신청 시 노무사비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노동자 추적관찰이 필요하다'는 연구진 지적에 따라 벤젠 노출 노동자는 6개월마다 혈액검사·임상진찰을 실시하고, 차량기지 작업환경도 개선하기로 했다. 백호 사장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관계자는 "다음 달 혈액암 종합관리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혈액암조사위원회를 운영하는 태스크포스(TF)도 이달 종료 예정이었으나 12월로 연장해 구체적인 개선 방안과 실행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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