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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커피는 약 20억 잔. 하지만 전 세계인의 아침을 깨우는 커피 한잔이 ‘사치’가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커피 원두의 국제 거래 가격이 급등해서다.

18일 국제커피기구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원두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60% 넘게 올랐다. 최근 5년 상승률은 250%에 달한다. 뉴욕 ICE 아라비카 커피 선물시장에선 올해 초 파운드당 4달러를 넘어서며 4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스턴트커피에 주로 쓰이는 원두 로부스터도 최근 5년간 2배 넘게 치솟았다.

김영옥 기자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기후변화가 꼽힌다. 커피 원두는 온도와 강수량, 토양 수분 등에 민감하다. 재배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세계 1·2위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38%)과 베트남(17%)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콜롬비아·인도네시아·에티오피아 등을 포함한 상위 5개국이 전 세계 원두의 70% 이상을 생산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브라질이 물 부족으로 재배에 어려움을 겪었다. 베트남도 이상 고온과 홍수·가뭄을 겪었다. 결국 이들 국가의 생산량 감소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커피는 평균 기온 18~24도에서 잘 자라는데, 지구온난화로 주요 재배지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공급량 감소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취약한 공급망도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항구 폐쇄와 물류 병목 등의 여파로 컨테이너 같은 운송 비용이 늘었다. 현재도 공급망은 당시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 때문에 수에즈 운하를 통한 유럽행이 막혀 운송 거리가 늘어나기도 했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한몫했다. 미국은 브라질·베트남·콜롬비아 등에 최대 10%의 관세를 새로 더했다. 커피 원두에 고율의 세금이 더해지면 소비자가 마시는 커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중국산 일회용 커피컵의 가격도 훌쩍 올랐다.

차준홍 기자
주요국에서는 이른바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 현상까지 나타난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5월 미국에서 로스팅 커피는 전년 대비 11.8%, 인스턴트커피는 12.4%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2.4%)의 5배 수준이다.

라보뱅크의 카를로스 메라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커피는 주로 달러로 거래되는데, 올 들어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점도 커피 같은 원자재의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유럽 기준으로 원두 가격이 1% 오르면 1년7개월 뒤 소비자 가격은 0.24% 오른다”며 “원두 가격 상승의 여파는 최소 4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도 커피값이 고공비행 중이다. 동서식품은 지난달 말부터 커피믹스는 9%, 커피 음료는 4.4% 출고가격을 올렸다. 6개월 간격으로 두 차례 가격을 인상하며 맥심 커피믹스 가격을 거의 20% 밀어 올렸다. 스타벅스가 올 초 가격을 올린 데 이어, 빽다방·메가MGC 등 저가 브랜드도 주요 메뉴의 가격을 100~200원씩 높였다. 동서식품은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따른 부담이 특히 크다”고 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약 405잔으로 전 세계 평균 소비량(152잔)의 두 배 이상이다. 한국 소비자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물가대책을 준비하는 한국 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기후·환율·물류·정책 등 복잡한 물가 지표의 요인들이 얽혀 있는 게 커피만이 아니라서다. 정부가 대외변수를 직접 통제할 수 없는 만큼 대응에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가격 통제보다는 유통구조 개선 등 구조적 물가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카를로스 메라 애널리스트는 “정책 입안자들은 급작스러운 정책 변화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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