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7일 세르게이 쇼이구(앞줄 왼쪽)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만나 "두 나라 간 조약의 범위 내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협조할 내용을 확정하고 관련 계획을 수락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8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공병 1,000명과 건설인력 5,000명 등 총 6,000명을 파병하기로 약속했다. 지난해 6월 유사시 상호 간 자동 군사개입을 명문화하는 북러조약 서명 1년 만에 이뤄진 세 번째 대규모 병력 지원이다. 북러 밀착이 혈맹 수준에 도달했음은 물론, 북한이 사실상 러시아의 병참기지 역할까지 도맡고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북한의 러시아 전후 재건사업 참여와 이에 대한 경제적 대가까지 예상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시스템 무력화마저 우려된다.
러시아 국영통신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뒤 북한의 공병과 소속 건설인력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북한의 추가 파병에 대해 '북러조약에 기반한 조치'임을 분명히 하면서 "(북한의) 형제적 지원의 일환"이라고까지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관련 계획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특사 자격인 쇼이구 서기의 방북은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시기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공군기지 대규모 공습과 북한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친서 수령거부 직후다. 앞서 2차에 걸친 파병 인력 1만4,000여 명의 절반에 가까운 이번 북한의 대규모 지원 결정은 전투병력뿐 아니라 시설 복구가 시급한 러시아와 국제 제재 탈출구가 필요한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북한이 미국과의 핵협상에 응하면서까지 제재를 벗어나려 용쓸 이유는 옅어졌다. 북한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의 첨단군사기술을 전수받는 데 이어 막대한 재건 사업 이권까지 거머쥔다면 국제사회가 김정은 정권을 압박할 수단은 더욱 힘을 잃게 된다는 의미다. 대통령실은 북한 3차 파병에 그저 "우려할 일이고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가안보 위협 행위인데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인 북러의 부당거래에 대해 단호한 경고와 조치가 없다면 우리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가 의아해할 혼선을 줄 공산이 크다. 이는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과 화해 기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건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