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2월 7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조롱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덤덤한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갑자기 귀국하면서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관심을 받으려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내가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을 논의하기 위해 G7을 떠나 워싱턴 D.C로 돌아갔다고 잘못 말했다. 틀렸다!”라며“휴전과는 관계가 없다. 그것보다 훨씬 큰 것이 있다. 채널 고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도적이든 아니든 에마뉘엘은 항상 틀린다”고 말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당일 저녁 캐나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글을 “에피소드”라고 일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가 누구인지 알고 우리는 오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그의 발언이) 나를 자극하지 않는다”며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반응했다.
엘리제궁 역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여러 세계 정상 중 마크롱 대통령이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 대상이 돼왔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2017년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트럼프 대통령을 7월 14일 혁명기념일 군사 행진에 초청했을 때가 첫 사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퍼레이드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며칠 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가리켜 “멋지고, 똑똑하고 강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사람들은 그가 내 손 잡는 걸 좋아한다는 걸 모른다. 그는 프랑스의 훌륭한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내 손을 잡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서로의 손을 움켜쥐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미 언론은 “두 정상이 ‘엄지 싸움’을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AFP=연합뉴스
르피가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이 이후 마크롱 대통령을 향한 여러 조롱의 전조였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3년 4월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고 온 뒤엔 “내 친구 마크롱은 그(시진핑)의 엉덩이에 키스하는 것으로 중국 방문을 끝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월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집회에선 과거 둘 사이의 대화를 공개하며 마크롱 대통령의 프랑스 억양을 흉내 내 청중을 웃기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한 팟캐스트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을 겨냥해 “주의하지 않으면 당신을 털어갈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BBC 워싱턴 특파원 출신이자 미국 전문 기자인 마리-크리스틴 본좀은 르피가로에 “과거엔 동맹국 지도자에 대한 비판이 비공식적, 혹은 이후 회고록을 통해 표현됐지만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실시간 표현한다”고 말했다.
베르사유대학의 미국 전문가인 로릭 엔느통 부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인 원맨쇼를 펼치고 있으며 조롱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여왔다”라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그 역시 농담이 통하면 다시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