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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수인가, 자충수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중단하고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기지로 귀국한 뒤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메릴랜드/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최후통첩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들을 쏟아내며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그의 발언들이 승부수가 될지 자충수가 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중단하고 17일(현지시각) 귀국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무조건 항복해야 한다. 우리는 소위 ‘최고 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도 이란이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처럼 굴복하지 않는다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이 이란을 굴복시킬 수 있는 첫번째 선택지는 이란 핵시설의 핵심으로 꼽히는 포르도 핵시설을 미국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폭격하는 것이다. 미군만이 보유한 이 폭탄은 지하 약 80m에 있는 포르도 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거론되나, 완파된다는 보장은 없다.

두번째는 이번 기회에 아예 이란이슬람공화국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이슬람공화국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숨지게 해도, 이란 체제가 바로 무너진다는 보장은 없다.


세번째로는 공격을 지속해 이란을 점진적으로 약화시켜 체제 붕괴를 노리는 것이다. 이 경우 이란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6분의 1, 가스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으로 맞설 가능성이 있고, 이는 미국에도 부담이다.

궁극적으로 이란 체제 교체에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체제 교체’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전쟁 뒤 미국 사회에서는 이제 금기시되는 정책 용어이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고 친서방 민주주의 체제를 세우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다. 후세인 정권은 순식간에 무너졌지만 이후 내전이 이어지는 등 혼란이 지속됐다. 2011년 미군 철수 때까지 많은 미군 병사가 목숨을 잃었고 엄청난 전비가 소요됐다. 이라크를 넘어 중동 전체에 지금까지 이어지는 혼란이 뿌려졌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위협을 하고 있기 때문에 2014년 미군이 이라크에 다시 파병됐고 아직도 일부 주둔 중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부안보보좌관이었던 벤 로즈는 “사담 후세인 동상의 철거 때는 대단해 보였다”며 당시와 지금을 비교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체제 교체’에 대해 미국의 어떤 정치인보다도 비판적이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지난 반세기 동안 이라크와 리비아, 시리아에서 체제 교체와 다른 모든 글로벌리스트의 재앙을 지원하려고 우리의 피와 돈을 보냈다”고 말하는 등 미국의 해외 전쟁 개입을 비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자신이 즐겨 하는 ‘최대한 압박’을 통해 상대의 양보를 얻어내는 협상 전술을 쓰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금지선을 넘어버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의 국제 칼럼니스트 3명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대담에서 결국 봉합으로 끝날 것이고, 이는 중동의 불안정을 심화하고 미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전쟁이 아니라 협상을 선호했으나, 일관되지 못하고 과시적인 태도로 일관하다가 스스로 발목을 잡혀버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란을 둘러싼 국제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유럽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뒤 이스라엘을 감싸고 이란을 비난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가 회원국인 G7은 17일 “이란은 지역 불안정과 테러의 주된 원천이다.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정상 성명을 냈다.

이란과 돈독한 러시아는 이번 사태에 거리를 두고 있다. 크렘린은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의 통화 뒤, “러시아는 유엔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이스라엘의 행동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지만 개입하지는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이번 사태에 대해 발언한 것도 발표된 바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7일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에 군사행동을 시작해 중동 지역의 긴장이 급격하게 고조되고 있다”고 처음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발언했으나, 중국도 개입 의사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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