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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팔 장애’ 이 대통령과 왼손가락 잃은 룰라
가난·장애 이해하는 두 사람의 특별한 스킨십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기념 단체 사진을 촬영한 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나란히 걷고 있다. 한·브라질 정상은 소년공 출신으로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비슷한 이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캘거리/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10년 만에 만난 한국과 브라질 정상의 똑 닮은 삶의 궤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양자 회담을 했다. 한국과 브라질 간 정상회담은 10년 만이다. 이 대통령이 룰라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며 등을 두드리는 장면은 묘한 여운을 남겼고, 여권에선 “드디어 이런 날이…“(박찬대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며 감격에 찬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KTV 국민방송 갈무리

두 정상의 만남에 이토록 관심이 집중된 배경에는 놀랍도록 닮은 삶의 이력이 있다. 두 정상은 성장 배경, 정치에 투신한 계기, 정치적 탄압을 이겨내고 대통령 당선에 이른 과정까지 여러 부분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장갑 공장 출신 대통령과 구두닦이 출신 대통령


‘가난’과 ‘장애’는 이들의 삶을 관통하는 주요한 열쇠말이다. 경기 성남시의 빈민촌에서 자란 이 대통령은 학비가 없어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만 12살의 나이에 소년공이 됐다. 지독한 가난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 중퇴해 변변한 졸업장 하나 없는 룰라 대통령은 7살 때부터 땅콩 장사와 구두닦이를 시작했고, 14살에 선반공이 됐다.

엇비슷한 나이에 공장 노동자가 된 이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다섯 번째 일터였던 스키 장갑과 야구 글러브를 만드는 공장에서 프레스기에 왼팔 손목이 눌리는 사고를 당해 평생 ‘굽은 왼팔’로 살아야 하는 장애를 얻었다. 룰라 대통령은 상파울루 인근의 한 금속업체에 선반공으로 취직한 지 3년 만에 밤샘 작업을 하다가 왼쪽 새끼손가락을 잃었다.

이 대통령에게 굽은 팔은 “굽은 세상이 만든 것”이었고, 룰라 대통령은 네 개뿐인 손가락을 “평생 슬픔과 한”으로 여겼다. 이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담에서 소년공 시절 산업재해 사고를 당한 일화를 소개하자, 룰라 대통령이 “몇 살 때 일이냐”고 되물으며 관심을 보인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한·브라질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임신한 아내가 간염 치료 못 받아 떠난 뒤

역설적으로 지독한 가난은 이들이 정치권에 투신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빈곤과 차별에 맞서야 했던 유년기가 되레 ‘탈락하지 않는 삶’, ‘모든 국민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꿈꾸는 정치적 소신의 밑거름이 됐다고 자평한다. 룰라 대통령이 간염에 걸린 아내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뱃속의 아이와 함께 사망하는 비극을 겪은 것을 계기로, 가난한 이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정치권과 노동 운동에 투신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두 정상은 정치적 탄압을 딛고 대통령직에 당선됐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통령은 2022년 20대 대선 패배 뒤 ‘정적 제거용’이란 지적을 받는 검찰 수사에 시달리며 여러 차례 궁지에 몰렸었다. 이번 대선 직전에는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례없이 빠르게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대선 출마가 좌절될 뻔했다. 재선 뒤 물러난 룰라 대통령도 검찰이 주도하는 권력부패 사건에 휘말리며 뇌물 수수 및 돈세탁 혐의를 받고 수감됐지만, 대법원이 지난 2019년 ‘하급심 재판부가 검찰과 공모해 편향된 판결을 내렸다’며 무죄를 선고하면서 기사회생해 브라질 최초 3선 대통령에 올랐다.

앞서 2003~2010년까지 두 번의 대통령직을 수행한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현대사의 황금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성공한 지도자로 각인돼 있다. 두 번째 임기를 마칠 무렵인 2010년 말 그의 지지율은 87%까지 치솟았고, 2500만명 이상의 국민이 빈곤선에서 탈출했다.

첫 국외 순방에 나선 이 대통령은 앞선 기내 기자 간담회에서 “저는 언제나 시작할 때보다 마칠 때 지지율이 높았다. 마칠 때 더 높아졌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목표를 일찍이 달성한 룰라 대통령은 이날 이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뽑아준 이유를 잊지 말아야 한다”며 뼈 있는 조언을 건넸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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