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송주희의 일본톡에서는 외신 속 일본의 이모저모, 국제 이슈의 요모조모를 짚어봅니다. 닮은듯 다른, 그래서 더 궁금한 이웃나라 이야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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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가 학교 스트레스 때문에 집 벽을 발로 차서 구멍을 냈어요. 어쩔 거예요.”

“교사 시급 2만 원도 안 되는 주제에…”

어디 드라마 대사냐고요? 놀랍게도 이건 일본 현직 교사들이 학부모로부터 실제로 받은 전화 내용입니다. 한국에서도 ‘교권이 무너졌다’는 이야기 자주 들려오는데요. 교사 시급을 운운하며 ‘그런 당신이 뭘 알겠느냐’고 무시하는 학부모의 발언에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부당한 항의 전화에 시달리는 일선 교사들이 많아지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에 한 도시가 ‘괴물 학부모 방지’를 위한 독특한(?) 대응에 나섰습니다. 뭐냐고요? 아예 ‘학교 민원 전담 콜센터’를 만들어 학부모 전화 응대를 아예 민간 콜센터에 위탁한 것입니다. 이 방법,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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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대신 콜센터가 상담 전화 받는다


실험이 시작된 곳은 일본 시즈오카현 스소노 시(市)입니다. TV아사히에 따르면 스소노시는 이달 시작된 실증 사업을 통해 시내 모든 공립 초·중학교에서 학부모 전화 대응을 민간 콜센터가 받게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전화한 학부모에게 “앞으로 콜센터로 연락해달라”고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전화는 물론, 메신저 ‘라인(LINE)’이나 이메일로도 상담이 가능합니다. 응답은 요코하마에 있는 콜센터가 맡고, 필요한 경우엔 법률 전문가나 전문 상담사가 대응하기도 합니다. 콜센터는 상담 내용을 데이터화해 추후 학교 정책이나 교사 보호 방안 수립에 쓰도록 정리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기록되지 않았던 민원이 데이터로 남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게 업체의 설명인데요. 지금까지는 교사들이 직접 전화나 대면으로 받은 학부모 항의 및 문의는 대부분 개인적이고 비공식적인 수준에서 소화됐습니다. 누가, 어떤 내용으로, 몇 번, 어떤 어조로 말했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 및 분석은 없었던 것이죠. 그러나 이번 실험으로 민원 전화를 민간 콜센터가 받고, 이를 자동으로 정리·분류하는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요즘 학부모들은 어떤 이슈에 민감한가’, ‘교사들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민원 유형은 무엇인가’ 등의 사안을 통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보안은 철저히 관리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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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서 말 왜곡될 수도" VS “중개서비스 익숙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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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선생님에게 제대로 의견이나 마음이 전달될지 걱정된다.” “중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말이 다른 식으로 해석되면 곤란하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있고요. “요즘 여러 중개 서비스가 많이들 이용하지 않나. 전혀 문제 없다.” 이렇게 긍정적인 반응도 나옵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데요. 스소노시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전문적인 지식과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대응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본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수업 외에도 생활 지도, 부모 상담, 각종 행정업무까지 떠안고 있죠. 여기에 무리한 민원까지 더해지면서 교사들의 정신적·신체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일본의 학급당 학생 수는 약 35명이라고 하는데요. 성인 1명이 학생 35명을 한 번에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일선 교사들의 불만이 크다고 합니다. 여기에 학부모들의 상담까지 더해지면 제대로 된 학급 관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문부과학성이 요구하는 ‘개별 최적화 학습’을 실현하려면 최소한 1개 학급을 2명의 교사가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작된 스소노시의 실험은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내년 1월 말 실증 사업이 끝난 뒤 그 평가가 나올텐데요. 만약 성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 시스템이 전국 공립학교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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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외 생활지도·행정업무, 학부모 응대…韓서 가능할까


한국도 상황은 비슷해 보입니다. 학교 폭력 문제나 성적, 생활 지도를 둘러싼 학부모의 과도한 요구가 기사화되는 일이 많습니다. ‘우리 아이가 누구 누구와 어울리지 못하게 막아 달라’ 같은 부탁부터 시작해 ‘왜 내 아이를 혼냈느냐’, ‘우리 애 아빠가 누군지 아느냐’며 교육청 신고를 운운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죠. 심지어 일부 학부모는 밤늦게, 심지어 주말에도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 불합리한 요구를 한다고 하는데요. 본업인 수업보다 학부모 민원 대응이 더 무섭다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교사가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일본 교육계의 시도에 어떤 결론이 나올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선생님 대신 콜센터가 학부모 전화를 받아 상담하는 시스템, 한국에서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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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희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