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소재를 알고 있다며 사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무조건적인 항복을 요구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중단하고 이날 새벽 급거 귀국한 뒤 이란에 대한 압박을 최고 수위로 높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보다 군사적 개입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은신 중인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항전 의지를 거듭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우리는 소위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그는 쉬운 표적이지만 거기서 안전할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사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이) 민간인이나 미군을 겨냥해 미사일을 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별도 게시물에서 “이제 우리는 이란 상공에 대한 완전하고 전면적인 통제를 확보했다”고 밝힌 데 이어 “무조건적으로 항복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이번 분쟁에 미국이 직접 개입할지를 논의했다. 회의는 1시간20분 동안 진행됐다. 트럼프는 회의 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기도 했다.

회의 결과는 알려지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가 점차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으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CNN은 외교 당국자 2명을 인용해 “트럼프가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기 위해 미군 자산을 사용하는 데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외교적 해결에는 시큰둥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파괴하기 위해선 미국이 보유한 초대형 폭탄 ‘벙커버스터’(GBU-57)와 이를 운반할 B-2 스텔스 폭격기가 필요하다.

트럼프는 이란과 핵 협상을 이어갈지, 아니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지원할지를 두고 고심해 왔는데 강경한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전날 G7 정상회의에서 중도 철수하며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진정한 종식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별로 협상할 기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지원할 경우 외국의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한 공약과 충돌한다. 가자지구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중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란·이스라엘 전쟁에까지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이 시작된 이후 지하 벙커에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 하메네이는 충돌 엿새째인 18일 엑스에서 “전투가 시작된다”며 “우리는 테러범인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우리는 시오니스트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항복 요구를 받고도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이다.

국민일보

워싱턴=임성수 특파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