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이 2023년 공개한 대규모 관통탄(MOP) '벙커버스터'(Bunker Buster)의 모습. 미 공군=AP 연합뉴스

미국이 이스라엘을 도와 이란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가운데, 미국의 초강력 폭탄 '벙커버스터 GBu-57'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란 지하 핵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필수적인 무기로 전 세계에서 미국만 보유하고 있는 폭탄이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목표로 삼고 있는 이란 핵 시설 중 한 곳은 이란 중부 콤 지역 산속 깊숙이 건설된 포르도 핵연료 농축 공장이다. 만약 미국이 이스라엘을 보다 직접적으로 지원하려 한다면 미군 항공기를 활용해 이곳에 벙커버스터를 투하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꼽힌다. AP는 "지상에서의 특공대 공격이나 핵 공격을 제외한다면, 포르도 핵 시설에는 벙커버스터 폭탄이 가장 가능성 있는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벙커버스터는 폭발하기 전 지표면 아래 깊숙이 관통할 수 있도록 설계된 대규모 관통탄(MOP)의 일종이다. 무게만 약 1만3,600㎏으로 지표면 아래 약 61m 깊이까지 뚫고 들어간 뒤 폭발한다. 주로 지하 벙커와 터널을 공격하기 위해 설계됐다. 이 폭탄은 무게가 워낙 무거워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로만 운반이 가능한데, 이스라엘군에 이 제트기가 없기 때문에 투하를 위해서는 결국 미 공군이 나설 수밖에 없다. 미국 참전 여부에 따라 사용되는 무기 수준이 달라지는 셈이다.

앞서 이스라엘이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지도자를 사살하는 과정에서도 소형 관통 폭탄 여러 개를 투하하는 작전이 사용된 바 있다. 다만 그 당시에는 폭탄 여러 개를 몇 초 안에 다양한 각도로 투하해 원하는 곳에 도달하게 만들었는데, 벙커버스터를 사용하면 한두 발 만에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다. 믹 멀로이 전 미국 중동 담당 부차관보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포르도나 나탄즈를 완전히 파괴하는 데 각각 6기의 MOP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포르도는 80m에 달하는 암석과 토양 아래 묻혀진 시설로, 현재 이란과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이스라엘 공격으로 이란 방공망이 상당한 피해를 입은 상태라 미국까지 공격에 가담한다면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