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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뉴스 › "11만원에 사서 40만원에 되판다"...중국산 라부부 신드롬

랭크뉴스 | 2025.06.18 08:30:06 |
새로 연 항저우 매장...12분 만에 판매 종료
'라부부' 자동판매기 앞 리셀러로 인산인해
일부 도시 시장 감독 당국, 증거 수집 착수
중국 소비자들이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한 팝마트 매장에서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베이징=이혜미 특파원


중국 아트토이 기업 팝마트의 캐릭터 상품 '라부부'의 인기가 신드롬급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정판 제품이 경매에서 2억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는가 하면, 주요 매장 앞은 신제품을 먼저 손에 넣기 위한 대기 행렬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정가의 수십 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리셀러(재판매자)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6일 중국 지무신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따르면 전날 저장성 항저우시에 새로 오픈한 팝마트 매장은 오전 10시에 문을 열자마자 12분 만에 판매를 종료해야 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스무 명이 넘는 리셀러들이 여행 가방에 상품을 쓸어모은 탓에 모든 상품이 매진된 탓이다. 결국 매장은 오전 11시에 안전 문제를 고려해 영업을 마쳤다.

라부부는 큰 눈과 주근깨, 뾰족한 이빨의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한 캐릭터다. 10여 년 전 창작됐지만, 2019년부터 팝마트가 '랜덤박스' 형태로 피규어를 판매하고 최근 블랙핑크 리사와 리아나 등스타들이 인증샷을 올리면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경매에서 전 세계 하나뿐인 131㎝ 크기 민트색 라부부는 108만 위안(약 2억5,000만원)에 낙찰됐고, 한정판 상품은 중고시장에서 정가의 20~30배에 달하는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중국 아트토이 업체 팝마트의 캐릭터 상품인 라부부가 지난 10일 태국 방콕의 한 쇼핑몰에 전시되어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17일 펑몐신문에 따르면, 전날 쓰촨성 청두의 한 '라부부 자동판매기' 앞에는 새벽 3시에도 리셀러들이 진을 치고 상품 입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는 리셀러가 입고된 제품을 싹쓸이하자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적으로 그룹을 이뤄 활동하는 리셀러들은 자판기의 제품 입고 시간을 파악하기 위한 첩보전을 벌이기도 하고, 수십 명을 고용해 교대로 자판기를 감시하다가 제품이 채워지면 전량 구매하는 '얌체짓'도 불사한다.

리셀러들이 라부부에 혈안인 것은 그야말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한 피규어 리세일 업자는
"한 주에만 우리 팀(6명)이 37만 위안(약 7,000만 원)을 벌었다"
고 말했다. 그는 원가 594위안(약 11만 원)의 랜덤박스를 2,100위안(약 40만 원)에, 99위안짜리 키링은 최고 7,800위안에 팔았다. 인기가 과열되자 팝마트는 온라인 앱 구매를 1인 2개 한정으로 제한했지만, 리셀러들은 오로지 라부부 구매만을 위해 프로그래밍된 '화면 자동클릭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물건을 싹쓸이하는 실정이다.

라부부 리세일은 중국의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상하이, 항저우 등 일부 도시의 시장 감독 당국은 피규어 리셀 플랫폼의 고가 거래 증거 수집에 착수했다. 14일 양저우 경찰은 라부부 때문에 쇼핑몰에서 소란을 일으킨 리셀러에게 '공공질서 문란' 혐의로 행정구류 처분을 내렸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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