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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의 공주 왕릉원 1~4호분의 재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백제 유물들. 23대 임금 삼근왕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금니. [사진 국가유산청]
약 1500년 전 백제 23대 임금 삼근왕(재위 477~479년)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금니 2개가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1~4호분의 재조사 과정에서 출토됐다. 어금니가 나온 2호분에선 정밀하게 세공된 금귀걸이와 도금반지, 칼 손잡이 장식 등 왕릉급 유물도 함께 나왔다. 1971년 무령왕릉 발굴 이래 백제 웅진기(475~538년) 연구에 전환점이 될 고고학적 성과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이하 연구소)는 17일 언론간담회를 열고 “공주 1~4호분 재조사 결과 2호분에서 화려한 금귀걸이와 함께 어금니 2점이 나왔다”면서 “법의학 분석 결과 10대 중후반의 것으로 밝혀져 2호분이 삼근왕(생몰 465~479년)의 능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21대 개로왕의 손자인 삼근왕은 13세(만 12세)에 왕위에 올라 2년 만에 죽음을 맞았다. 고구려의 침략을 피해 한성에서 웅진(공주)으로 천도한 아버지 문주왕(22대)이 재위 2년 만에 좌평 해구 세력에 의해 암살당한 데 이은 급사다.

무령왕비 귀걸이와 흡사한 형태의 금귀걸이. [사진 국가유산청]
연구소에 따르면 2호분의 어금니 2점은 무덤 내부 조사를 통해 수거된 흙모래 1t 분량을 체질(채반으로 흙과 유물을 분리하는 일)하는 과정에서 지난 3월 확인됐다. 금귀걸이 등 중요 유물을 먼저 분류하고 관못(관에 고정시킨 못)과 나뭇조각 등 부수적 유물을 살펴보던 중에 박범희(31) 연구원이 발견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복무한 박 연구원은 “6·25 유해 감식 경험이 많아서 나뭇조각 사이에서 사람 치아랑 자잘한 뼛조각으로 보이는 걸 가려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연구소 의뢰에 따라 가톨릭대 해부학교실 이우영 교수팀이 확대경으로 면밀히 관찰한 결과 치아 두 개 모두 10대 중후반의 어금니로 판명났다. “치아의 교두(咬頭, 아래윗니가 서로 맞물리는, 두드러진 부분)가 닳은 정도로 볼 때 20대가 안 된, 청소년기로 추정된다”(이우영 교수)는 판단이다. 웅진기에 재위한 다섯 왕 가운데 청소년(사망 기준)은 삼근왕이 유일하다.

도금 줄무늬 반지. [사진 국가유산청]
2호분에서 출토된 다량의 금속유물도 왕릉에서만 발견되는 수준 높은 경지다. 귀걸이의 경우 청색 유리옥을 감싼 그물망 형태의 중간 장식에 길게 늘어진 끝장식이 달렸는데, 한성기의 귀걸이와 웅진 후반기(무령왕릉)의 왕비 귀걸이를 각각 부분적으로 닮았다. 이한상 대전대 교수(역사문화학전공)는 “웅진 천도 후 정치적 혼란기를 극복하고 금속공예가 만개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은제 꽃모양 장식 모듬. [사진 국가유산청]
은에 금을 도금해 줄무늬를 새긴 반지(직경 1.9㎝, 너비 1㎝)도 나왔다. 경주 황남대총 북분에서 출토된 반지와 비슷한 형태로 웅진 초기 백제와 신라의 긴밀한 관계를 추정케 한다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또한 순금으로 만든 장식칼의 부속품은 비슷한 유물이 출토된 대가야 지역과 밀접한 관련성을 보여준다. 1000여점의 각종 유리옥 중 일부는 무령왕릉 유물과 마찬가지로 동남아산으로 분류됐다. 오동선 학예사는 “출토 유물로 볼 때 혼란기로만 인식돼온 웅진기에도 대외무역 등은 작동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도깨비 문양을 띤 금제 장식칼 부속. [사진 국가유산청]
2호분 바로 옆(동쪽)에 조성된 거의 비슷한 규모의 1호분은 문주왕릉일 가능성이 커졌다. 연구소의 황인호 소장은 “돌방 내부구조와 규모로 볼 때 1·2호가 왕릉이고 3·4호는 왕족 무덤으로 보인다”면서 “바로 위쪽(북쪽)에 개로왕의 허묘 또는 제의시설로 추정되는 유구가 있는데 이 축에 맞춰 아들 문주왕릉(1호분)을 조성한 뒤 바로 옆에 삼근왕(2호분)을 모신 것 같다”고 했다.

각종 유리옥 모듬. 일부는 원료가 동남아산으로 분석됐다. 3호분에서 나온 은제 꽃모양 장식 모듬를 제외한 나머지는 2호분에서 출토됐다. [사진 국가유산청]
연구소는 송산리 고분의 중장기적 조사·연구 계획 하에 지난 2023년부터 왕릉원 1~4호분을 조사해왔다. 1~4호분은 일제강점기 때 이미 도굴된 상태에서 일본인 가루베 지온(輕部慈恩, 1897~1970)에 의해 조사된 바 있어 이번 성과는 98년 만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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