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 중인 이란을 겨냥해 “무조건 항복하라”고 엄포를 놨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미군이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미군의 이란 핵시설 직접 타격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란 상공 장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른바 ‘최고 지도자’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그는 쉬운 표적”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를 제거(죽임!)할 생각이 없다”며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위치를 미군이 파악하고 있으며 원한다면 언제든 암살할 수 있다고 과시한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간인이나 미군에 미사일이 발사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 무조건 항복하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방공망 지원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이 이란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현재 완전히 이란 상공을 장악하고 있다”며 “이란은 좋은 방공 레이더와 방어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미국이 만든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란 테헤란 상공에 17일 이스라엘군 공습에 따른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포르도 핵시설 타격, 진지하게 검토 중"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미국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을 동원해) 이란의 포르도 핵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 1시로 예정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포르도는 우라늄을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수준인 90%까지 농축할 수 있는 시설로 지하 80m 깊이 방공호를 갖추고 있다. 이란 핵 시설 파괴를 노리는 이스라엘의 '최대 난제'로 알려져 있다.

'중동 정세'를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급하게 빠져나온 뒤 이란 핵시설 타격 문제를 둘러싼 움직임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JD밴스 부통령도 이날 엑스(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끝내기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일보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