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게티이미지뱅크

30대 여성이 건강검진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가 가슴 조직까지 일부 절제하며 재검진을 받은 결과 암이 아닌 걸로 판명됐다. 알고 보니 여성의 검체가 실수로 다른 암환자의 것과 바뀌면서 오진 사고가 일어난 것.

16일 KBS 등 보도에 따르면 3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9월 남편 회사의 복지정책 일환으로 세종시 의료기관에서 건강검진을 진행하고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조직검사 결과 악성종양으로 진단됐다는 게 기관 측 설명이었다.

16일 KBS 등 방송사에는 지난해 유방암을 진단받아 수술했지만 다른 환자의 검체와 바뀌어 유방암이 아니었다는 여성의 사연이 보도됐다. KBS News 캡처

A씨는 "통보를 받고 하늘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믿기 힘들겠지만 암이라면서 건강하고 젊을수록 전이 속도가 빠를 수 있다고 하셨다"며 "원장님 앞에서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놀란 마음에 서울 대형병원에서 다시 조직검사를 받은 A씨. 그런데 이번엔 암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정확한 진단을 받고자 전신 마취를 하고 왼쪽 가슴을 6㎝가량 절제해 유방 조직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A씨는 "너무 초기라서 병원에서 못 짚어낸 걸 수도 있고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다 보니 진짜 암인지 아닌지는 수술해야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떼어낸 유방 조직에서는 암세포가 나오지 않았다. 나온 건 한국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양성 종양인 섬유선종이었다. A씨를 더 황당하게 한 건 의사의 설명이었다. "떼어낸 조직을 확인해본 결과 처음에 (검사기관이) 제출했던 슬라이드 조직과 전혀 다른 결과가 확인됐다"고 한 것.

처음 암을 진단한 검진기관에 가서 설명을 요구한 A씨는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기관 측은 A씨 조직을 채취해 외부 병리기관에 검사를 맡겼는데, 하루 먼저 검사받은 여성 B씨의 검체와 A씨의 검체가 그곳에서 바뀌었다고 해명했다. B씨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검진기관 원장은 "라벨링(분류 작업)이 잘못돼 이 사람이 저 사람이 돼버린 것"이라며 "(B씨도) 황당하다. 3개월 만에 암이라고 제가 얘기하니까"라고 말했다.

16일 KBS 등에 따르면 지난해 유방암으로 진단받아 유방 절제 수술을 한 여성은 외부 병리기관의 실수로 다른 사람과 진단 결과가 바뀌었다. KBS News 캡처

검진기관에 잘못된 검사 결과를 전달한 병리기관은 "저희 쪽 직원 실수가 너무도 확실한 일이라 환자분과 보호자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하지만 A씨는 오진으로 수술 흉터를 얻고 임신 계획까지 망친 충격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거울 볼 때마다 자존감도 많이 떨어진다"며 "자식을 모유 수유해야 하는데"라며 울분을 토했다. A씨는 검진기관과 병리기관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일보

김수미 인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