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 캘거리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핵심 과제로 추진한 한-미 정상회담이 16일(이하 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귀국으로 무산되자, 대통령실은 실망감을 감추기 어려운 기색이었다. 대통령실이 “가장 빠른 계기를 찾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이르면 오는 24~25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조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의 한 호텔에 마련된 대통령실 기자단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귀국하게 돼 내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원래 다자 (정상회의) 계기에 이런 일이 있기도 한데,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 문제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결례인 상황은 아니다. (귀국) 결정이 급박히 이뤄진 것 같고, 미국 쪽으로부터 이런 상황에 양해를 구하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현지 환영 리셉션 참석 도중 이런 소식을 접한 이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오스트레일리아 총리한테 이튿날로 예정됐던 미국과의 정상회담이 무산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에게 “가장 근접한 차기 날짜를 계기로 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고, 이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 없이 “그렇게 하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7 회의를 중간에 그만두고 귀국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다뤄야 할 화급한 사안이 있고, 최근(이 대통령 당선 뒤) 정상 통화도 한 바 있어, (한-미) 정상 통화를 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어서, 한-미 정상회담은 빠르면 이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애초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모두 추진해온 대통령실은 미국과의 일정이 틀어지자, 17일 일본과의 정상회담은 제대로 성공시켜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와 이 대통령의 외교 전반에 대한 기본 관점은 탄탄한 한-미 동맹 관계, 발전하는 한·일 협력 관계, 한·미·일 안보 협력을 기본 축으로 하고, 그 축을 갖고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잘 관리해나간다는 것”이라며 “그만큼 한-일 관계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 관계는 과거사로부터 오는 미묘한 문제도 있고, 현재와 미래를 향해서 협력해야 되는 중요한 과제도 있다”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조치들을 내놓고 선순환의 사이클을 돌림으로써 과거의 문제를 더 원만하게 타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