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이란-이스라엘 전쟁 때문에 중단하고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위해 전용기로 걸어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 정책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교전으로 큰 분수령을 맞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동참할 것인지, 이란과의 핵 협상 테이블에 앉아 외교로 분쟁의 실마리를 풀지를 선택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선택도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시각) ‘트럼프의 이란 선택지, 마지막 외교냐 벙커버스터 폭탄이냐’라는 제목의 기사로 트럼프가 이란과 핵 협상 담판을 벌일지 혹은 이스라엘을 도와서 이란의 포르도 지하 핵시설을 파괴할 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할지, 선택에 몰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개발 저지를 명분으로 폭격을 하고 있으나 산속 지하 약 80m에 위치한 포르도 핵시설은 거의 타격을 입지 않았다. 이란 핵시설 핵심으로 꼽히는 이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는 미군만이 보유한 벙커버스터 GBU-57이 유일한 것으로 꼽힌다. GBU-57은 조지 더블유(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4년 이란과 북한이 산속에 숨긴 핵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개발된 폭탄이다. 무게 3만파운드(약 13.6t)에 이르는 이 폭탄을 실을 수 있는 폭격기도 미군이 보유한 B-2가 유일하다.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하기 위해서는 같은 장소에 여러번 이 폭탄을 떨어뜨려야 한다. 전폭기 조종과 투하도 모두 미군이 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미국이 직접 가담함을 의미한다. 다른 언론들도 이스라엘이 개전 초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벙커버스터 폭탄 투하를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거절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직접 가담한다면 이란은 중동 지역 미국 관련 시설에 대한 공격, 더 나아가 페르시아만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계 석유 물동량의 6분의 1, 가스의 3분의 1이 오가는 길목이 막히는 것이다.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지 않겠다는 트럼프가 이런 선택을 한다면 스스로 공언해온 대외 정책의 파산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그동안 이스라엘의 공격을 두둔하며 이란에 협상을 압박해왔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이란과의 협상용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트럼프는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을 떠나기 전에도 “그들은 타협을 원한다. 내가 여기를 떠나자마자 우리는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말해, 협상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타결을 중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중동으로 갈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얘기하고 있다. (…) 직접 대화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것이다”라고 답해, 대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도 시사했다.

실제 이번주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의 만남을 놓고 백악관과 이란이 논의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액시오스는 이날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핵 합의 및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종식과 관련된 외교적 제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도 미국과의 협상 용의를 전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전했다.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참전하지 않고,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협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미국 쪽에 통보했다고 한다.

양국 간 협상이 시작돼도 이란의 우라늄 농축 문제는 여전하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허용할 수 없다는 트럼프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고 있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우리는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어떠한 협정에도 준비됐다”면서도 “이란에 핵 권리를 빼앗는” 어떠한 거래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협상이 시작되면 미국은 트럼프가 파기한 이란과의 국제 핵 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과 비슷한 합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는 벙커버스터로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할지, 이란과 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지 기로에 섰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벙커버스터 폭탄 사용의 결정을 내리기에는 아직 ‘마지막 외교 기회’가 남아 있고, 트럼프가 이를 걷어찬다면 그의 대외 정책도 길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731 [속보] 李 대통령, 이시바 日총리 만나 "한일, 앞마당 같이 쓰는 이웃집" 랭크뉴스 2025.06.18
48730 G7서 한복 입은 김혜경 여사…화려한 '패션 외교' 김건희와 달랐다 랭크뉴스 2025.06.18
48729 독일 총리 “이스라엘이 우리 위해 더러울 일 해”···‘미 군사 개입 촉구’도 랭크뉴스 2025.06.18
48728 [비즈톡톡] 풀무원은 이번에도 조용히 넘어가나... 시선 곱지 않은 급식업체들 랭크뉴스 2025.06.18
48727 [단독] 리박스쿨, 9년간 ‘민주주의 공론장 파괴’ 기획했다 랭크뉴스 2025.06.18
48726 李대통령, 이시바 日총리와 정상회담…"의견 차이 넘어 협력하자" 랭크뉴스 2025.06.18
48725 듀센병 유전자치료제 잇따라 좌초…韓 줄기세포가 대안 되나 랭크뉴스 2025.06.18
48724 李 “앞마당 같이 쓰는 이웃” 이시바 “한일공조가 세계에 도움 되길” 랭크뉴스 2025.06.18
48723 李대통령, EU 지도부 첫 회동…EU "강력 대러제재 함께 지지" 랭크뉴스 2025.06.18
48722 [속보] 이재명-이시바 첫 한일정상회담 시작 랭크뉴스 2025.06.18
48721 李 대통령 만난 멕시코 대통령 “지지율 비결은…" 랭크뉴스 2025.06.18
48720 [속보] 이 대통령 “한일, 차이 넘어 협력하고 도움 되는 관계로 발전해 가길” 랭크뉴스 2025.06.18
48719 [단독] 김민석 후원회장 회사에 '6억 무이자 대출' 사업가도 金 채권자 랭크뉴스 2025.06.18
48718 [속보] 李대통령 “한일, 앞마당 같이쓰는 이웃처럼 뗄 수 없는 관계”…첫 한일정상회담 랭크뉴스 2025.06.18
48717 트럼프 “이란 무조건 항복해야…최고지도자 은신처 알고 있다” 랭크뉴스 2025.06.18
48716 [속보] 이재명 대통령, 이시바 총리와 첫 한일정상회담 시작 랭크뉴스 2025.06.18
48715 트럼프, 이란에 "무조건 항복"‥중동 군사력 증강 랭크뉴스 2025.06.18
48714 트럼프 “이란 무조건 항복해야…최고지도자 소재 알지만 당장은 제거 안 해” 랭크뉴스 2025.06.18
48713 이스라엘·이란 분쟁 美개입 가능성에 뉴욕증시 하락…유가 4%↑(종합) 랭크뉴스 2025.06.18
48712 트럼프 NSC 회의 열고 미군 공습 옵션 논의…이란에 “무조건적 항복” 촉구 랭크뉴스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