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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보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선 결과에 승복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보수가 방향타를 잃었다. 12·3 비상계엄에서 비롯된 조기 대선은 보수의 참패로 끝났다. 선거 막판 다 따라잡았다던 국민의힘의 주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두 후보의 표차는 289만 표였다.(이재명 1728만 표, 김문수 1439만 표)

“왜 우리당이 패배했는지 분석을 아직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부 의원이 계시는 것 같고, 다수 의견인 것 같다.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에 대해 좀 더 깊숙히 반성했으면 좋겠다”(6월 5일 국민의힘 의원총회, 조경태 의원)

대선 기간 보수 정당 후보들의 유세 현장에 동행하며 민심의 흐름을 살폈다. 4회에 걸쳐 표심 저변의 민의와 보수의 분열상, 향후 방향을 모색한다. 첫 회에서는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벌어진 보수 민심의 균열을 들여다 봤다.

1화 : “김문수, 그 한마디만 했다면...” 대구표 7%P 증발 결정적 이유 [김문수의 도전과 실패]
2화 : ‘학식’은 먹고 여긴 안 갔다, 이준석 291만표가 말하는 것 [이준석의 도전과 실패]
3화 : “정작 尹과 친한 친윤 없더라” 국힘 3인, 반성문에 못담은 말
4화 : “제발 보수 보수 강조 말라” 보수의 길, 어느 원로 일침


1화 : 보수 민심 듣지 않은 국민의힘


오르막길이 가팔랐다. 등산하듯 인도를 걷고 다시 계단을 올라야 했다. 아파트는 산 중턱이었다. ‘서울 봉천동 은천 아파트 59㎡’(25평).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집이다. 도지사 두 번, 국회의원 세 번, 장관을 한 그의 재산은 10억7000만원이었다.(3월 27일, 전자관보)

재테크를 생각해 올 수 있는 동네는 아니었다. 부인 설난영씨는 서울대 근처에서 책방을 한 적이 있다. 경사면에 세워진 아파트는 넘어질 것 같은 비탈에서 꼿꼿이 서 있으려는 그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3층 베란다엔 옷 한 벌이 걸려 있을 뿐이었다.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아파트 쉼터에는 70~80대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주민들은 그와 부인이 6년 전쯤 이사를 왔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은천2단지 아파트. 박성훈 기자
" 등산하시는 걸 여러 번 봤어요. 아침에 맨발로 산에 올라가고 그러더라고. 바로 관악산이니까. 주민들 보고 인사도 하고 그래.(조OO, 78) "
" (여기 분위기는 어떤가요?) 동네 사람들은 김문수 후보 좋은 사람이라고 많이 그러지”(박OO, 83) "
‘분리수거를 직접 하더라’ ‘지하주차장에 관용차가 태우러 오더라’ ‘부인이 딸네 집에 반찬해서 자주 가더라’ 등 소소한 얘깃거리가 많았다. “잘 모르지만 좀 깨끗하신 분인 것 같다”(정OO, 32세) 거주지인 탓도 있겠지만 젊은 세대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대선 기간 그가 내세운 트레이드 마크는 ‘진짜 김문수’였다.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 가정사 논란과 대비시켜 ‘반이재명’ 유권자들을 끌어모은다는 전략이었다. ‘깨끗하고 정직한 후보’라는 이미지는 기존 보수 지지층을 빠른 속도로 끌어모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대선 기간 김문수 후보는 '깨끗한 후보'란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진 SNS '문수대통' 캡처

대구 보면 안다…‘보수 성지’의 민심 이반
지난달 28일 대구 동성로. 김문수 후보는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았다. 사전투표 전날, 뜨거운 유세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득표율을 높이려는 의도였다.

시내 중심가 광장 한 블록이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빗방울이 굵어졌지만 사람들은 1시간 넘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손에 든 빨간 풍선과 태극기가 출렁였다. 김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유세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250528
" 여러분 박근혜 대통령 보고 싶죠. 제가 며칠 전에 박 대통령을 찾아뵀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특히 대구시민들이 박 대통령을 보고 싶어한다고 했더니 조만간에 여러분 뵙겠다고 했습니다. 좋죠 여러분. "
“대통령” “김문수” 연호가 이어졌다.

" 저는 청년들 일자리가 많이 만드는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좋은 대기업이 많이 오고, 또 일자리 많아지면 여기 장사도 잘되겠죠. 커피도 많이 팔리겠죠. 근데 어떤 사람은 커피 원가가 120원이라 하더라고요. "
유세장마다 했던 큰절도 빠지지 않았다.

" 요즘에 계엄이다 탄핵이다 장사도 잘 안되고 취직도 잘 안되고 어려운 거 많으시죠. 우리 국민의힘이, 제가 부족한 게 많은 점 깊이 송구스럽다는 사과 말씀 드리고 더 잘하겠다는 다짐 담아 큰절 올리겠습니다. "
홍창훈 국민의힘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은 지지율 70%부터 시작해 75%까지 올라갔다면 김문수 후보는 50%도 안 되는 상태에서 일주일 만에 70% 수준에 왔다. 투표율만 높다면 윤 대통령 이상으로 득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과는 반대였다. 이유가 뭘까.

다음 날 대구 동성로 사전투표장. 투표를 하고 나온 시민들을 두루 만났다. 뜻밖에 지지 후보가 바뀌었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① 김문수→이재명 : ‘계엄 사태 잘못’ 진정성 있는 사과 있었나
지난해 12월 3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뉴시스
" 윤 대통령이 탈당하고 나서 우리는 이 사람들과 손을 끊겠다 그런 게 전혀 없다. 여전히 그 사람들이 (대통령 측을) 대리 중이다. (유세 보셨나) 어제 연설에서 절하더라. 근데 계엄이 잘못됐다고 한 게 아니라 ‘그거(계엄)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나 그래서 미안하다’ 이렇게 말하는데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김OO, 61) "
" 둘 다 비등비등했는데 김문수 후보가 진짜 우리가 잘못했다고 얘기하셨으면 그쪽으로 갔을 거다. 당도 우리가 잘못했다, 바꾸겠다 했으면 앞으로 잘하겠지 하고 찍어주겠는데 안 그랬다. 저희 어머니도 여든이 넘으셨는데 옛날부터 쭉 (보수 후보) 찍으시다가 이번에는 아예 말씀을 안 하신다.(이OO, 56) "
(계속)

김문수 전 후보를 지지하던 대구 보수가 이재명, 이준석 후보로 돌아선 이유는 뭘까요.
김 전 후보 지지층 중 몇 %가 빠진걸까요.
기자가 발로 뛰어 취재한 대구 민심에서 찾을 수 있는 국민의힘의 해법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2060


'표류하는 보수'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② ‘학식’은 먹고 여긴 안 갔다, 이준석 291만표가 말하는 것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2337

③ “정작 尹과 친한 친윤 없더라” 국힘 3인, 반성문에 못담은 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2643

④ “제발 보수 보수 강조 말라” 보수의 길, 어느 원로 일침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296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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