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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은 지난해 10월 4단계 확장사업을 완료했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국토교통부가 4년 전 고시한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2021~2025)’에 따르면 205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항공 여객수요는 총 2억 7187만명이다. 공항개발종합계획은 5년 단위로 수립하는 공항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국제 여객이 1억 8538만명이고, 국내 여객은 8649만명이다. 국제 여객만 따져보면 인천공항이 1억 4971만명으로 81%를 차지한다. 그런데 인천공항에다 김포·청주공항 등 다른 공항의 국제 여객을 다 합쳐도 1억 6100만명밖에 안 된다. 약 2400만명이 모자란다.

해당 계획에서 부산과 대구지역 공항의 예측치가 빠진 탓이다. 김해공항 대신 가덕도신공항, 대구공항 대신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의 예상수요는 따로 기본계획 수립 등을 거쳐 추정됐다.

그럼 두 공항의 예상수요까지 합하면 어떻게 될까. 2년 전 고시된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과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인 TK신공항의 기본계획을 보면 가덕도신공항은 2050년 기준으로 국제 여객이 2000만명, TK 신공항은 870만명이다. 이를 앞선 공항별 국제 여객 예상치에 보태면 1억 8970만명으로 전체 전망치(1억 8538만명)보다 오히려 430만명이 많아진다.

화물수요 전망도 마찬가지다. 2050년 기준으로 항공화물 수요는 총 787만t으로 추정됐지만 인천공항과 가덕도신공항, TK신공항, 김포공항 등 개별 공항의 예상치를 합하면 821만t으로 더 많다. 얼핏 여객과 화물의 공항별 합계가 전체 전망치보다 큰 게 별문제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화물 수요는 2050년 기준으로 787만t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인천공항에서 화물을 싣고 있는 대한항공 화물기. 뉴스1

하지만 공항의 수요를 산정할 때 시간이 갈수록 계속 늘기만 하는, 지나치게 낙관적 분석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과 지역의 요구가 반영됐을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이런 수치에 맞춰 공항을 만들 경우 과잉투자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들 계획에는 국내외 항공사를 어떻게, 얼마나 유치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방안은 담겨있지 않다.

이렇게 복잡한 숫자 계산을 언급한 이유는 바로 인천공항 5단계 확장과 가덕도신공항, TK신공항의 얽히고설킨 ‘함수’관계 때문이다. 이들 세 공항은 국내에서 추진 중인 공항사업 가운데 투자 규모가 가장 크다. 또 어느 공항에 무게를 더 두느냐에 따라 다른 공항의 앞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년 전 공항 관련 토론회에서 홍석진 미국 노스텍사스주립대 교수는 “공항을 크게 지어도 운항하는 항공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수요와 수익 등을 따져보면 인천공항과 가덕도신공항, TK신공항 모두에서 장거리 운항에 나설 국내외 항공사가 몇이나 있겠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 공항의 함수 관계를 정확하게 꼬집은 얘기다.

제3 여객터미널과 제5 활주로(3400m) 건설을 골자로 하는 인천공항 5단계 사업은 사업비만 6조원이다. 활주로 1개짜리 가덕도신공항에는 13조원이 투입되고, 군 공항 옆에 만들어지는 TK신공항(민간공항)엔 2조 6000억원이 투입된다. 거의 22조원 규모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자료 국토교통부

하지만 외국 항공사는 물론이고 국적 항공사들도 수요 등을 볼 때 이들 공항에 모두 장거리 항공편을 띄우긴 쉽지 않다는 게 항공업계 및 학계의 관측이다. 이렇게 보면 무안·양양공항처럼 막대한 투자만 하고, 운항하는 비행편은 별로 없는 한산한 공항이 또 등장할 공산도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서둘러 세 공항의 함수를 재정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3개 사업 모두 착공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계획대로 모두 투자할지, 우선순위를 정해서 순차적으로 갈지, 규모와 역할은 어떻게 나눌지 등을 다시 따져보자는 얘기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대한교통학회장)는 “지금 상황은 마치 각 도시의 계획인구를 합하면 1억명이 넘어가는 것과 유사하다”며 “전체 항공수요를 먼저 추정한 뒤 급변하는 국내외 사회경제 상황과 향후 전망을 바탕으로 큰 틀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용진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도 “개별공항에 대한 타당성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 공항의 여객 및 물동량을 연계해서 정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TK신공항에 새로 만들어질 예정인 민간공항 조감도. 자료 국토교통부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정우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조사 1팀장은 “정부에서 2개 또는 3개의 중심 공항 체제로 가기로 결정했다면 그 전에 결정된 투자계획은 전면 재검토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5단계를 보류해야 한다는 의미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도 “인천공항은 인구감소 등을 고려할 때 항공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할 거라는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고, 우선은 보수적인 접근을 통해 투자를 미루고 기존 시설의 활용도를 더 높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연명 한서대 항공부총장은 “공항산업에서 최대 경쟁상대는 중국과 일본이고, 우리의 대표 선수는 인천공항”이라며 “경쟁에서 이기려면 적기에 투자해야 하고, 가덕도신공항 등의 수요를 채워주기 위해 인천공항의 앞길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현재 수립 중인 ‘제4차 항공정책 기본계획(2025~2029)’(9월 말 예정)과 ‘제7차 공항개발종합계획(2026~2030)’(11월 말 예정)에서 항공산업과 수요 전망, 이와 관련한 노선 정책과 지역발전 효과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진혁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항공 전 분야의 최상위 계획인 제4차 항공정책기본계획에서 현재 논란이 되는 공항 개발계획이 총체적으로 다뤄져 공항 산업의 미래를 제대로 결정지었으면 한다”며 “어쩌면 공항 계획을 올바르게 재정리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은 일단 짓거나 확장하면 되돌릴 수 없기에 그만큼 냉철한 정책 판단이 절실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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