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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바스키아가 숨진 해 그린 마지막 자화상 ‘Exu’(1988).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사진 바스키아 재단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뉴욕 필립스 근현대미술 경매. 타계한 팝가수 데이비드 보위가 30년간 간직한 그림이 659만 달러(약 90억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장 미셸 바스키아(1960~88)의 1984년작 ‘무제’. 다음날 크리스티 경매에서도 바스키아의 ‘베이비붐’(1982)이 2340만 달러(약 319억원)에, 그 다음날 소더비 경매에서는 그의 초기작 ‘무제’(1981)가 경합 끝에 1640만 달러(약 223억원)에 팔려 나갔다.

올해 뉴욕 경매 주간의 주인공은 단연 바스키아였다. 37년 전 세상을 떠났지만, 미술시장은 계속해서 그를 호명하고 있다. 가라앉은 시장에서도 바스키아만큼은 건재하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열기는 역으로 주요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새로 소장하고 전시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작품 값은 물론 이에 따른 운송비와 보험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더 많은 사람에게 그의 그림을 보여주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뉴욕 그레이트 존스 스트리트 작업실의 바스키아. 앤디 워홀이 매입한 건물 2층에 있는 바스키아의 마지막 작업실은 현재 안젤리나 졸리가 ‘아틀리에 졸리’로 쓰고 있다. 사진 Lizzie Himmel

그 바스키아가 서울에 온다. 중앙일보는 창간 60주년을 맞는 오는 9월 2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전시 1관에서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을 연다. 내년 1월 31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에는 세계 8개국의 기관ㆍ컬렉터에게서 대여한 유화 33점을 비롯해 총 60여점이 출품된다. 바스키아 전시로 국내 최대 규모다.

2013년 런던 크리스티에서 933만 7250파운드(약 172억원)에 경매된 1983년작 '박물관 보안(브로드웨이 붕괴)', 그의 마지막 자화상인 ‘Exu’(1988), 바스키아 기호ㆍ상징의 정점이라 할 ‘무제’(1986) 등 굵직한 작품들이 걸린다. 캔버스에 그린 유화뿐 아니라 화병이나 냉장고에 그린 그림도 있다. 또한 그의 창작 과정을 담은 노트 8권(총 155쪽) 전부가 국내 첫 공개된다.

삼각형의 꼭짓점 파란 배경 속에 흰 학이 떠오르듯 자리잡았다. 바스키아는 장수ㆍ초월의 존재인 백학을 왜 그렸을까. 1986년작 ‘무제’.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사진 바스키아 재단

바스키아는 1960년 뉴욕에서 아이티 출신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패션 디자인에 관심 많은 어머니에게 이끌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MoMA) 등을 다녔고 프랑스어ㆍ스페인어를 배웠다. 8살 때 교통사고로 한 달 간 입원해 있는 동안 어머니가 가져다 준해부학 책을 봤다. 회계사인 아버지의 승진 전출로 푸에르토리코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뉴욕의 대안학교인 시티애즈스쿨에서 알 디아즈를 만나 ‘흔해 빠진 낡은 것’을 뜻하는 ‘SAMO(SAMe Old shit)’라는 이름으로 그라피티 화가로 활동했다. ‘수수께끼의 거리 예술가’로 주목받은 그는 그룹전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1982년 유럽의 권위 있는 미술제인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 최연소 출품했고, 이듬해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과 협업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1987년 워홀이 담낭 수술 후유증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충격으로 은둔하던 바스키아는 이듬해 약물 과용으로 작업실에서 세상을 떠났다. 28년의 짧은 생이었지만, 화가로 활동한 8년간 3000점 넘는 작품을 남겼다.
김주원 기자
바스키아는 거리의 낙서를 갤러리로 가져왔을 뿐 아니라 재즈와 힙합, 만화와 광고 등 대중문화 요소를 폭넓게 아우르며 현대 미술의 총아로 부상했다. 2017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무제’(1982)가 1억 1049만 달러(약 1502억원)에 팔리며 앤디 워홀을 능가, 미국 미술가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미술시장 정보회사 아트프라이스는 지난해 경매 거래액 1위를 차지한 동시대 미술가로 바스키아를 꼽았다. ‘현대미술의 커트 코베인’이자 단연 현대 미술 시장의 지배자다. ‘검은 피카소’라는 별명은 그가 단지 흑인이라서가 아니다. 바스키아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했던 딜러 제프리 다이치는 “바스키아를 피카소 옆에 놓는 데 주저함이 없는 현대미술 전문가들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바스키아는 줄곧 쓰고 그렸다. 그의 그림을 마주하면 스프레이로 칠한 왕관이나 공룡ㆍ해골 같은 도상 외에 휘갈긴 단어에도 눈길이 머물게 된다. 차별ㆍ편견ㆍ자본주의 등 다양한 사회ㆍ정치적 이슈에도 터부가 없었던 바스키아는 과연 뭐라고 적었을까. 이번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에서는 그의 창작노트 전체를 번역하는 등 작품 속 기호와 상징의 의미에 주목했다.

숨엑스와 함께 전시를 기획한 오스트리아의 미술사가 디터 부흐하르트 박사는 “이모지와 같은 보편적 시각 언어가 일반적이 된 오늘날 바스키아 그림 속 기호와 상징은 우리를 선사 시대의 시각 언어로까지 데려간다”며 “그는 문자ㆍ단어ㆍ숫자를 예술의 소재로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자신을 둘러싼 모든 정보를 흡수했다”고 말했다. 부흐하르트 박사는 앞서 68만 명이 다녀간 파리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의 ‘바스키아×워홀: 네 개의 손으로 그리기’(2023) 등 25건이 넘는 바스키아의 주요 전시를 기획한 ‘바스키아 전문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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